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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톱에 도전한다...프로게이머 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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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태군이 지난달 28일 코엑스 몰에서 열린 ‘아트록스 ’게임대회 리그전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그는 이날 오전 수업만 받고 대회장에 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한국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세대이며, 국내보다 세계 무대에서 더 알려진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는 세계 톱에 접근한 젊은 한국인을 발굴해 집중 조명한다. 이들의 인생 스토리는 우리를 견인하고,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를 분발하게 만들 것이다. 그 두번째는 15세의 ‘사이버 전사(戰士)’ 변기태(邊基太·선린인터넷고 1년) 군의 얘기다.

변기태군은 교복 차림으로 폴짝폴짝 뛰어왔다.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자 그는 주저없이 돈가스집을 선택했고, 그의 비쩍 마른 뒷모습을 보면서 그 나이 때는 기자도 돈가스를 좋아했음을 기억해냈다.

체중 35㎏,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이 소년의 어디에 냉혹한 승부사의 재능이 숨겨져 있을까. 소년이 지갑에서 프로게이머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기 전까지는 솔직히, 그가 주목받는 한국 최연소 프로게이머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데뷔후 몇차례 대회에서 우승해 2000여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고,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도 나갔으며, 이 방면에선 꽤 내공(內功) 센 고수로 통한다는 것 등등이 말이다.

왜 프로게이머가 됐냐는 질문부터 던져 보았다. “재미있으니까요”는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기자의 의표를 사정없이 찔러왔다.

“저는 커서 세계 최고의 게임 제작자가 될 거에요. 두고 보세요. 많은 사람이 즐기고, 행복해하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 낼 거에요. 그러려면 게임을 잘 알아야 잖아요. 제가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죠.”

까치머리 중학생 소년이 이렇게 완벽한 인생설계를 짜놓고 있는가. 인터뷰가 이어질 수록 기자에겐, 그가 단순한 게임 매니어가 아니라는 느낌이 증폭돼 왔다. 정해진 코스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방식에 인생을 거는 것이 지식기반 시대형(型) 삶이라면, 이 소년이야 말로 바로 그런 삶의 방식을 걷고 있는 셈이었다.

-게임 연습은.

“하루 5~6시간 정도 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 내려 놓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요. 대회가 다가오면 연습량을 더 늘리죠.”

-공부는 농뗑이 피겠네.

“웬걸요. 좋은 게임 제작자가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돼요. 특히 영어와 국어는 잘해야 될 것 같아요.”

-힘들지 않은가.

“힘들죠. 잠이 모자라요. 하지만 게임과 공부, 둘 다 포기할 수 없니까요.”

-학교에서 졸겠네.

“아뇨. 수업이 재미있거든요. 영어 시간이 제일 재미있어요. 요즘 호주 사람과 인터넷으로 펜팔을 하고 있거든요. 영어는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두고 게임에 전념하면?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옳지 않다고 마음을 고쳤어요. 학교 중퇴는 바로 앞만 생각하는 것이지,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게 아니잖아요.”

-대학에 갈 건가.

“예. 서울산업대학에 들어 가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 대학은 입학 시험이 무지 어렵대요. 정말 열심히 해야 돼요.”

그가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4살 때, 동네 오락실에서 였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가 동전을 쥐어주면 오락실로 달려가는 중독증에 걸리고 말았다. 공부도, 운동도 변변히 잘하는 것이 없었지만 게임 만큼은 누구도 못당하는 천하무적이었고, 이윽고 대학생에도 지지 않는 스타크래프트의 동네 챔피언이 됐다.

-그 때부터 게임 제작자가 될 생각이었나.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에디슨 같은 발명가라든지. 저는 무얼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장래 희망이 바뀐 계기는.

“초등학교 몇학년 때인가, 친구 집에 놀러가서 컴퓨터를 처음 해보았는데,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어요. 컴퓨터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인생을 걸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머니는 반대하지 않았나.

"원래부터 시시콜콜 간섭하시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반대는 없으셨고, 다만 학교를 빼먹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씀만 하셨죠.”

-어떻게 그렇게 게임을 잘하게 됐나.

“(잠시 생각하더니) 저는 손놀림은 빠르지 않아요. 게이머 중에는 마우스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게 쓰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게 잘 안돼요. 대신 저는 판단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순간순간의 상황 전개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자신있어요.”

-프로게이머가 갖춰야 할 조건이라면?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만 빠르다고 전부는 아니죠. 또 하나,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을 미치듯이 좋아해야 돼요. 저는 밥을 먹거나, 걸어가는 동안에도 게임 생각을 하지요.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곤 해요.”

-지기 싫어하는가.

“프로가 지기 싫어하는 게 당연하지요. 저는 승부 욕심이 강한 편인 것 같아요. 승부에 나섰으면, 일단 이겨야 되는 것 아닌가요.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죠.”

-프로게이머로서의 목표는?

“물론 세계 1위지요. 매년 11월에 세계대회가 열려요. 작년엔 한국 대표로 나갔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거든요. 올해도 출전해서 꼭 우승하고 싶어요.”

게임 실력을 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단골 PC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PC방 주인은 “우리집 마스코트가 왔네”라며 그를 끌어 안았고, 대학생 풍의 남자 손님이 다가오더니 “TV에서 봤다”며 아는 체를 해왔다. 소년은 잠시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으나, PC 앞에 앉아 마우스를 쥐는 순간 승부사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커서 어떤 게임을 만들건가.

“게임 속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게임, 그래서 몇년 동안 계속해야 엔딩(종료)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마 그 때가 되면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뇌파로 컨트롤 하면서 실제상황 처럼 즐기는 게임이 나올지 몰라요.”

-사람이 게임속 세계로 들어가는 건가.

“가상세계와 현실이 분간 안되는 게임이죠. 왜 그런 영화도 있잖아요. 게임에서 죽으면 정말 죽는…. 그러나 이런 것은 너무 위험해요. 암만 기술이 발전해도 게임이 거기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게임과 현실세계는 별도로 갈라져 있어야 마땅하죠.”

-자신에게 게임 제작자의 재능도 있다고 생각하나.

“모르겠어요. 좋은 게임 프로듀서가 되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팀원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리더십도 있어야 할텐데. 앞으로 계속 공부해 나가야죠.”

-벌어들인 상금 수입이 2000만원이 넘는다던데.

“같은 반 친구들에게 햄버거 한 개 씩 돌리고, 나머지는 다 어머니 갖다 드렸어요. 보세요, 지갑에 1000원 밖에 없잖아요.”

-부모가 밤낮 게임만 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혼낸다면, 잘못인가.

“아니요. 필요한 학교 공부는 해야지요. 최소한의 공부마저 하지 않으면 그 아이가 커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게 되잖아요. 그런 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도록 자유를 주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트집 잡기 힘든 절묘한 답변, 웬 ‘애늙은이’인가. 그런데 소년은 의외로 교통사고 상습 피해자다. 5살 때인가 동전을 쥐고 오락실에 달려가다 오토바이에 치인 이후 한 손에 꼽기 힘들 만큼의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머리 속이 온통 게임 생각으로 차있는 탓일 것이다.

열심히 받아적는 기자를 딱하다는듯 바라보더니, 그가 “말하면 자동으로 글자가 써지는 기계가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혼잣말 처럼 되뇌었다. “네가 커서 만들면?”하고 되받자 “소프트웨어는 아마 만들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하드웨어 메이커가 기술적으로 따라와 줄까요”라고 반문해왔다.

( IT 조선 / 朴正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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