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정식 발매를 맞이하여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냐고 의례적인 질문을 던진 기자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바로 KID의 간판 타이틀 중 하나인 '메모리즈 오프'가 한글화 작업 중에 있다는 것!! 더욱이 아직 정식으로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배급사도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작업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KID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는 얘기. 캐릭터의 이미지를 중시해 음성은 일본어를 그대로 둔 채 텍스트만 한글로 바꿀 계획이라는 이치카와 사장은 빠르면 올 여름 발매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몰래 귀띔해주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KID는 미소녀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다. 일반적으로 미소녀 게임이라고 하면 귀여운 소녀들이 등장하는 게임을 연상하게 되는데… 미소녀 게임 제작사의 사장이 생각하는 미소녀 게임의 정의가 궁금해졌다.
"제가 생각하는 미소녀 게임이란 '젊은이의 지친 정신을 낫게 해주는 게임'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정신이 기댈 수 있는 안식처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그대로 통한다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각 나라에는 그 나라 국민만의 고유한 감정이 있습니다. 미소녀 게임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 여자'가 나오는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정에 호소하는 게임이므로 각 나라 국민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소녀 게임은 그 나라에서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과 일본은 미묘한 차이를 제외하곤 거의 비슷한 감정을 갖춘 나라라 이번 한글화 작업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미소녀 게임이라는 장르가 일부의 매니아들이나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과연 국내 시장에서 키드, 아니 미소녀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일본도 예전에는 '미소녀 게임=성인용 게임'이라는 마이너스적 이미지가 강했지요. 그것을 바꾸는 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여 유저의 반응을 살피고 상호간의 의견을 교환해 나가며 '이 회사는 믿을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과정을 반복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또 이 전략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게임을 던져주며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회사가 될 생각은 없으니까요."
가능하다면 한국 감각에 맞춘 '한국인을 위한 미소녀 게임'도 내고 싶다는 이치카와 사장. 한글판 메모리즈 오프에는 한국인 캐릭터를 추가하는 게 어떻겠냐는 반농담 섞인 제안을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눈빛은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미소녀 게임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