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오셨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 사무실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취재진을 반겼다. 상기된 음성의 주인공은 '블레스' 개발팀 사령탑인 한재갑 총괄 PD.
한재갑 PD와의 두 번째 공식 인터뷰를 위해 꼬박 1년 하고도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개발일정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좀 더 일찍 성사될 수도 있던 자리였다. 그러나 그동안 회사 여건이나 개발 진척도 등 여러 이유들 때문에 '블레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 PD의 설명이다.
한재갑 PD는 첫 번째 테스트 시기가 작년 1분기에서 올 2월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게임의 핵심 콘텐츠, '블레스'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3세대 MMORPG 등 그간 쌓아왔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 혜성같은 등장과 묘연했던 행적…그동안 무슨 일이?
2012년 말, '블레스'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도전하는 첫번째 자체개발 MMORPG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스타2012' 공개 당시 언리얼엔진3의 장점을 한껏 살린 화려한 그래픽으로 참관객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또 '리니지2'의 주역인 한재갑 PD가 총대를 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블레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스타에서의 데뷔전 이후 '블레스' 1차 테스트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맞아요. 원래 작년 상반기에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죠. 근데 그 시기 조직개편 등 회사 내 큰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개발이 좀 미뤄지게 됐어요. '블레스' 프로젝트 중단된 것 아니냐는 루머가 퍼졌단 얘기는 저도 들었는데, 사실과 전혀 달라요. 그사이 내부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사내 테스트를 진행하고, 리뉴얼 및 신규 콘텐츠 개발작업에 매진해왔습니다. 드디어 이제 대중에게도 보여줄 때가 온거죠.(웃음)"
한 PD에 따르면 '블레스'는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첫 번째 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전투 시스템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또 이용자들을 위한 선물로 게임 속 특별 이벤트 콘텐츠도 준비했다.
블레스는 기본적으로 '우니온'과 '하이란' 2개 진영에 총 10개의 종족으로 이뤄져 있다. 이용자들은 양쪽 진영에 포진돼 있는 종족 중 하나를 선택, 서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플레이를 시작하게 된다.
종족에 따라 단순한 외형 차이 뿐 아니라 고유의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 이용자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연스레 자신이 선택한 종족에 얽혀 있는 비밀과 이를 둘러싼 음모와 맞닥뜨리게 된다.
한 PD는 "이미 만들어 놓았던 퀘스트 중에서도 스토리 라인에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삭제했다"면서 "굳이 게임 속 지문을 다 읽지 않더라도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차 테스트 콘텐츠는 23레벨까지로 한정돼 있지만 45레벨을 달성하면 처음 게임을 시작했던 종족별 마을로 회귀, 다른 종족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1차 테스트, '전투-스토리텔링' 등 기본기 검증에 중점

현재까지 블레스가 준비한 직업군은 총 8개로, 이중 팔라딘, 가디언, 버서커, 레인저 등 4개 클래스가 우선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개발팀은 첫번째 시험무대인만큼 이번 테스트를 통해 '블레스' 전투시스템의 대중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블레스'의 전투방식은 타겟팅을 기본으로 하되 타격 범위에 들어간 적들이 피해를 입는 범위공격이 가능하다. 또 버서커 등 일부 클래스의 경우 논타겟팅 방식으로 설정돼 있어 다양한 이용자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게 한 PD의 견해다.
전투시스템과 함께 달라진 스킬시스템도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해보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공을 들여 개편했던 작업 중 하나가 스킬 시스템"이라고 운을 뗀 한 PD는 "클래스별로 15~20개 가량의 스킬을 만들어 놓고, 게임 진행을 통해 이를 모아 나가는 방식으로 뜯어 고쳤다"면서 "이러한 스킬들은 전술교관을 통해 배우거나 돈을 주고 살 수 있고, 이용자간 거래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파티, 솔로잉 등 다양한 전투 상황에 맞게 조합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며 "이번 테스트에서는 2개 스킬만 공개되지만 이후엔 스킬별 조합에 따라 속성이 다양하게 변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스킬이라도 여러 가지 모양과 형태로 제공, 개개인의 취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귀띔도 잊지 않았다.

한재갑 PD는 연신 마른 침을 삼켜가며 게임설명에 심취했다. 외부에 처음 공개된 시점이 2012년일 뿐 그는 2009년부터 '블레스' 하나에 매달려왔다. 그의 눈빛, 손짓 하나 하나에서 그 사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었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제가 말이 좀 빨랐나요? 그 동안 소개하고 싶었던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서요, 죄송해요. 이번엔 그동안 기다려 준 이용자들을 위한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해요.(웃음)"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한 PD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에서는 약 3차 테스트 정도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던 탈것인 드래곤 '쿠아트란'이 살짝 모습을 비친다. 쿠아트란은 블레스 월드 내에 딱 한 마리 뿐으로, 1차 테스트 기간 중 단 한명의 이용자만이 쿠아트란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오픈베타 버전에 적용될 3인 파티던전 '쿠아트란의 후예'을 대규모 레이드 형식으로 열 계획이에요. 물론 상위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인 만큼 난이도는 높여놨죠. 어떤 이용자가 쿠아트란을 차지할지 벌써부터 기대 되네요."
◆ 대중성·자유도·고급화…'블레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
앞서 언급한대로 '블레스'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체개발 MMORPG다. 구조조정 등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왔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개발비에만 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내외적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블레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과 목표가 궁금해졌다.
한재갑 PD는 '대중성, 자유도, 고급화' 이 세 가지 단어로 블레스를 표현했다.
우선 MMORPG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성장과 교역, 생산활동 등 비전투 요소의 비중 확대로 대중성을 높이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오픈월드식 시스템 구현으로 자유도를 한층 끌어 올렸다. 이와 동시에 고퀄리티 그래픽과 경제 시스템, 높은 완성도로 프리미엄급 고급화 전략까지 펼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블레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선택 폭이 무한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콘텐츠 제공으로 인해 기존의 도시나 콘텐츠가 버려지는 것은 '블레스'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다르다. '블레스'는 이러한 역효과 방지를 위해 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방사형 구조로 콘텐츠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PD는 "MMORPG가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많고, 또 그 안에서 그들의 생태계가 형성돼야한다"며 "대규모 전투를 이용자도 있고, 혼자 아기자기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어느 한쪽 콘텐츠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타입의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성으로 끝이 열려 있는 게임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레스 월드 내 지형, 지물 등이 전투와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도 이 게임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다. 특정 사건이 게임 내에서 최초로 벌어졌을 때, 나머지 사용자들도 그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또 2차 테스트 시점부터는 생산, 무기제작, 커스터마이징 등 그간 공개되지 않은 시스템 등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한 PD에 따르면 생산의 경우 전투 외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도록 경제밸런스를 잡고, 무기제작 역시 정형화된 레시피 대로 제작하지 않도록 자유도를 높일 계획이다. 커스터마이징의 역시 얼굴 세부 메이크업에서부터 파츠의 형태까지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 왔습니다. 막상 첫 테스트를 앞두고 있자하니 많이 설레고 흥분되네요. 개발자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고, 또 그 환호를 받기 위해 고된 일정에도 하루하루를 버텨 내는 거거든요. 특히 지난 1년 동안은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해 너무 힘들었어요. 이번 테스트에서는 질책이던 사랑이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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