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헌(26) 에피타이저게임즈 대표
지난해 7월 30일 캐주얼 모바일 대전게임 ‘몬스터알까기 for kakao’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발과 서비스는 신생 개발사 ‘에피타이저게임즈’. 이 게임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무료 4위까지 오를 만큼 게이머들로부터 기발하고 재밌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몬스터알까기는 꾸준한 흥행을 이어지지 않았고 게임 내 매출 구조도 빈약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진 못 했지만 20대 청년 4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회사의 처녀작이라는 점에서 게이머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회사의 미래 가치와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에피타이저게임즈의 수장인 김종헌 대표는 87년생으로 올해 만 26살이다. 동업자이자 팀원들도 두 명은 친구고 한 명은 한 살 어린 청년들이다. 그야말로 혈기 왕성한 젊은 피다. 이들이 일반적인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목표’를 갖고 도전 중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에피타이저게임즈를 찾아가봤다.
◆ 소년 “게임 개발의 꿈을 품다”
막연히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김 대표는 무작정 컴퓨터 관련 서적을 한 권 샀다. 주변에 컴퓨터를 잘하고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보다 늦은 시작이었고 방법을 몰라 무작정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홀로 프로그래밍 삼매경에 빠졌던 어느 날. 평소 존경하던 수학 선생님이 자신이 대학 시절 풀지 못했던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문제를 하나 냈고 그게 또 다른 출발점이 됐다.
그 선생님이 전근 가던 날 힘겹게 풀어낸 문제의 답을 가져가자 진로에 대한 조언으로 ‘소프트웨어 공학자’를 추천했다.
“이 길이다. 그때 제 꿈이 꿈틀거림을 느꼈죠”
그래서 대학을 컴퓨터과학과로 입학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부푼 포부를 갖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지만 게임 개발보다는 친목 중심의 활동에 아쉬움을 갖고 혼자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아마추어 게임 개발툴을 만들고 그림에 소질이 있는 죽마고우와 함께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게임 개발을 향한 학생 김대표의 고분고투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학교에서는 연구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고 같은 꿈을 꾸는 동지도 넷으로 늘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꿈이 성장하는 포인트가 다가왔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내소프트웨어 전문가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연수 제도 2기에 합격을 한 것.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제도는 100명의 연수생을 선발해 3단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해 최종 10명을 선발한다. 모든 과정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선정한 30인의 프로그래밍 전문가 멘토들이 연수생을 돕는다.
김 대표는 마에스트로 제도에서 최종 10인에 선발됐다. 여기서 현재 에피타이저게임즈를 함께 시작한 친구는 물론 청년 창업에 많은 도움을 준 멘토를 만났다.
그의 멘토가 바로 인기 모바일게임 ‘룰더스카이’를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창업한 이노스파크의 김성용 대표와 허민 대표가 창업한 어플리케이션 제작사 원더피플의 키튼 스튜디오 박병용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두 멘토에게 많은 영향과 도움을 받았다고.
“두 분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선생님으로 만났어요. 게임 기획을 비롯해 게임 개발에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요즘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고민을 상담하고 그러죠. 제가 아직 20대다 보니 사실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게 단점이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바로 멘토님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 처녀작으로부터 배운 교훈 “개발 외의 것들”
김종헌 대표는 2012년 11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최종 과정을 마치고 받은 창업지원금을 바탕으로 바로 12월 공모전에 함께 했던 죽마고우와 마에스트로에서 만난 친구, 후배와 함께 에피타이저게임즈를 창업했다.
“창업 지원금도 생기고 멘토를 비롯한 인맥이 생기기 시작하며 용기를 얻었어요. 젊을 때 위험부담도 적고 체력은 자신 있으니 한번 부딪혀 보자 싶었죠”
에피타이저게임즈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첫 사무실은 멘토 김성용 대표가 흔쾌히 자신의 사무실 회의실 공간을 대여해줬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친구들과 ‘비전’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저희 최종 목표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게임을 만들자’입니다. 사행성과 폭령성은 최소화하고 상업적이기보다는 위대한 영화나 소설처럼 하나의 훌륭한 매체로 인식되는 바로 그런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회사이름이 에피타이저(식전주)인 것도 가벼우면서도 건강하단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해 돈에 대한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한 대가로 돈을 벌되 회사를 운영하고 유지해나가는데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도 몬스터알까기로 폭발적 매출을 이루지 못했지만 적자는 면하고 차기작에 도전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고.
셋방살이로 시작한 게임개발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몬스터알까기’다. 김 대표는 지난해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과거 PC온라인게임의 발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 갈 것으로 예측했다. 초반에는 한게임이나 넷마블과 같은 게임포털의 캐주얼 게임이 유행하고 4G와 LTE 등 모바일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대전게임이 선호되리라 전망했던 것.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결과가 바로 캐주얼 모바일 실시간 대전 게임인 몬스터알까기다. 김 대표는 몬스터알까기를 출시하며 퍼블리싱도 고려했지만 직접 서비스하며 경험을 쌓고 싶었던 욕구가 컸다.

“겁이 없으면 용감하다고 할까요?”
게임을 개발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서비스’를 해본 적이 없어 마케팅이나 매출은 빈약했다. 하지만 한 번도 서버 다운이 없었고 유저 평점은 4.6점(5점 만점)을 받았다. 골수 유저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들로부터 게임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전달받았다.
“게이머들로부터 콘텐츠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는 받았는데 매출은 미약했습니다. 업데이트도 3일에 한 번씩 솔직하게 ‘발악’하는 수준으로 대응만 겨우 했어요. 운영도 부족했고 그 때 경험부족을 실감했죠. 대신 많이 배웠습니다. 결제 요소를 게임 기획 단계에 포함시켜야 하는 점과 유저 데이터 로그를 활용하는 방법, 개발 이외에도 운영과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접속하는 유저를 생각해 서비스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 현재 매출로 유지비는 충당돼 적자는 안 나는 구조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매출은 아니라 대규모 업데이트 대신 현재 개발 중인 후속작과는 별개로 2.0버전을 만들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피타이저게임즈는 4명이 전부라 우선은 후속작에 매진하고 몬스터알까기2.0은 공동개발 형태로 구상 중이다.
에피타이저 게임즈의 차기작은 2D와 3D의 착시를 활용한 퍼즐게임으로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3에서 정부지원으로 B2C부스의 한 켠에 소개돼 어린 친구들과 여성 게이머들로부터 피드백을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은 상태다.
◆ 청춘, 착한 게임으로 시장에 도전
김 대표는 스스로를 아직 창업 걸음마 단계라 표현했지만 후발 주자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니 겸손하게 답했다.
“사실 아직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창업은 경험 많고 실력이 뛰어난 분들과의 경쟁이 기본이니 어떤 기술이든 자기가 집중하는 분야에 기본 이상의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의지하고 함께 버틸 수 있는 동료도 중요하고요”
자신이 그러했듯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할 수 있는 ‘멘토’는 청년창업에 가장 큰 지원군이라 칭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에피타이저게임즈는 아직 아마추어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의 품질을 높이고 구성원 각자가 중요한 인재가 돼 게임이 출시됐을 때 김태곤 PD나 김학규 대표처럼 누가 만들었다로 설명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또한 회사는 모두가 자기 성장 외에 다른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청춘(靑春). 그 이름만으로도 뭇사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한 단어. 김 종헌 대표를 포함한 네 명의 청춘이 꿈을 품었다.
그들은 흔히 게임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폭력성과 사행성을 최소화한 게임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에피타이저게임즈. 성패를 떠나 그들의 행보에 설렘은 가득하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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