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 20여년 이라는 시간을 향해가고 있는 역사를 고려할 때 한 두개의 온라인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하나의 게임에 매진하는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수많은 양질의 신작이 쏟아지면서 하나의 게임에 올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게임을 10년 넘도록 즐기는 유저는 분명 존재한다. 게임조선에서는 이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최초’란 말은 영원불멸하다. 최고와 최대는 언제든 깨질 수 있지만 ‘최초’는 오직 처음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금속활자, 해시계, 측우기, 자동차 등 이루 셀 수 없는 첫 발명품 뒤에 더 발전된 수많은후속작들이 있지만 인류 역사는 처음 것만 기록하고 눈 여겨 본다. 이들 ‘최초’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탐구할 때 반드시 거론되기 마련이다.
게임 역사에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PC온라인게임 최초로 대규모 PVP(유저간 전투)콘텐츠 ‘공성전’을 탑재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8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15년을 맞는 ‘리니지’는 신일숙의 동명의 장편만화를 원작으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으로 이용자는 군주, 기사, 요정, 마법사, 다크엘프, 용기사 등 다양한 직업 중 하나를 택해 몬스터를 퇴치하고 다른 유저와 싸우며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든다.
특히 각 지역의 성의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는 공성전은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리니지’ 최고 인기 콘텐츠다. 승리한 혈맹은 성이 속한 지역의 세율과 NPC가 판매하는 물품의 가격을 설정해 막대한 게임머니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후 각종 동시 접속자 수 ‘최초’ 기록을 휩쓴 ‘리니지’는 서비스 15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모집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국내의 견조한 매출을 바탕으로(올 2분기 매출 848억원) 지난 2000년부터 해외서비스를 시작했다.
2000년 7월 대만을 시작으로 11월 북미와 유럽, 2002년에는 일본, 2003년 중국까지 다양한 국가에 보급된 '리니지'는 대만서 월정액제를 처음 도입시키고 몰려드는 접속자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이슈몰이를 했다.

◆ 장수의 힘...업데이트
13년간 ‘리니지’를 즐긴 오렌 서버의 조쿵 유저는 "장수하는 게임에는 이유가 있다"며 "꾸준한 업데이트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전략, 전술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재미를 줬을 뿐 아니라 보조 콘텐츠 및 신규 유저를 위한 레벨업 방식의 편리화 등 지속적인 변화가 '리니지'를 떠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조쿵 유저의 말처럼 ‘리니지’의 15년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 꾸준한 업데이트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말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에 맞서 국내 게임사들은 서로 신작과 후속작을 선보이여 치열한 소모전을 펼쳤다.
하지만 개발사 엔씨소프트는 후속작보다 ‘리니지’ 콘텐츠 업데이트에 집중했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좁혀져가는 에피소드별 업데이트는 유저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했다. 어려웠던 레벨업을 보다 쉽게 만든 업데이트가 대표적이다.
조쿵 유저는 “요정 직업을 데스나이트로 키우려고 했지만 초기 ‘리니지’는 레벨업이 힘겨워 중도에 포기했었다”며 “하지만 업데이트 후 레벨업이 쉬워져 다시 도전했고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1998년 9월 상용화 이후 2개월만에 에피소드2:글루디오영지를 선보인 엔씨소프트는 이듬해 7월, 10월 계속해서 콘텐츠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5년만의 신작 ‘리니지2’가 출시될 때 ‘리니지’에는 11번째 에피소드:오렌이 추가됐다.
공성전의 완성이라 불리는 아덴성이 에피소드12에서 등장 후 ‘리니지’는 2003년부터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2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2008년 12월 시즌3 ‘시간의균열’ 업데이트에서 신규 직업 용기사와 환술사가 등장하면서 대규모 업데이트의 서막을 알렸다.
‘리니지’ 최강 몬스터 용들의 업데이트도 단행됐다.
그 시작으로 2009년 10월 지룡 안타라스가 리뉴얼 됐다. 당시 모두가 원하는 강력한 아이템을 드롭하는 안타라스를 사냥하기 위해 많은 혈맹이 힘을 합쳤다.
2010년 5월에는 수룡 파푸리온이 리뉴얼됐다. 더욱 강인한 모습과 새로운 스킬을 지닌 파푸리온은 많은 게이머를 좌절하게 했다. 하지만 파푸리온은 당시 최강의 방어구 마갑주를 업그레이드하는 아이템을 드롭했기 때문에 최고 장비를 찾는 이용자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2년 8월에는 세 번째 용 리뉴얼이 단행됐다. 더 강력해진 풍룡 린드비오르는 비와 번개를 부르는 스킬 추가로 더 강력해진 것은 물론 지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공격으로 공략을 한층 어렵게 했다.
서비스 15주년에는 2007년 첫 등장 이후 단 한번도 공략되지 않은 몬스터 ‘기르타스’가 리뉴얼됐다. 일반 몬스터와 달리 하반신이 땅에 박혀 상반신만 드러난 기르타스는 리니지 에피소드6 '라스타바드, 피할 수 없는 운명' 시나리오에 등장했다.
12년 ‘리니지’ 일편단심 애정을 보이고 있는 그랑카인 서버의 65레벨 안타라스 유저는 “처음 ‘리니지’를 시작할 당시에는 상아탑 세트, 버림받은 자들의 땅, 아인하사드의 축복도 없어 레벨업을 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이야 기란 감옥, 얼음 동굴 등이 리뉴얼돼 캐릭터 성장이 많이 쉬워진 편”이라고 말했다.

▲ 리니지 공성전 <출처:엔씨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 놀이 아닌 당시 또래 문화로 각광
조쿵 유저는 “처음 간 PC방에서 본 ‘리니지’는 충격 그 자체였다”며 “웅장한 소리와 함께 우람한 거미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리니지'의 공성전 등 단체 콘텐츠는 자연스레 조쿵 유저의 친구들을 PC방으로 이끌었다.
"친구들을 모아 함께 '리니지'를 시작했다. 게임 속 몬스터인 난쟁이를 잡은 후 나오는 난쟁이 방패, 난투, 난검을 하나씩 얻으면서 장비를 맞춰가는 재미를 알게됐으며 버그베어와 셀로브를 잡을 때 손맛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게임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조쿵 유저가 친구들을 '리니지'로 이끌었다면 안타라스 유저는 친구 때문에 시작한 경우다.
안타라스 유저는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리니지’를 시작했다”며 “당시 PC방이라는 새로운 놀이 요소의 등장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친구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게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타라스 유저는 "당시 포트리스, 디아블로, 바람의나라, 드로이안, 천상비 등 많은 온라인 게임이 출시됐지만 친구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던 게임은 ‘리니지’였다"며 "리니지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도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 안타라스 유저
◆ 인생의 축소판...평생 함께할 게임
'리니지'에는 신규 유저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매년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5년된 게임이 엔씨소프트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혹자는 구작 '리니지' 단일 게임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말하지만 유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리니지'는 오락의 단계를 넘어서 90년대 PC방 세대들에게 하나의 아이콘, 문화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게임이라면 철지난 작품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리니지'는 그들에게 삶의 하나로 각인됐다. 마치 미키마우스나 태권V, 둘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재조명 되는 것처럼.
안타라스 유저는 "리니지는 이미 재미가 아니라 긴 세월 동안 함께 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다"며 "인생의 한편에서 같이 걸어온 동반자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니지는 인생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원하는 것을 얻기 쉽지 않고 혈맹이란 가상의 공동체, 주식시장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템 가격도 실제 삶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어느 순간 사회 생활에서 맹목적으로 하던 직장의 일이 게임 속에서는 레벨업이라는 성장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전체 채팅창은 단절이 아닌 소통과 토론의 장이 된다. '리니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한 부분이다"
[이승진 기자 Loui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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