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강남 곰TV 스튜디오에 800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앉는건 물론이고 서 있을 공간조차 부족해 일부 유저들은 발길을 돌려야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일어났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월드오브탱크 코리안 리그(이하 WTKL)' 개막전 이야기다.
e스포츠의 인기가 이전만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WTKL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하고자 이 대회의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이현주 캐스터를 직접 만나봤다.
사실, 이현주 캐스터와 게임조선의 인연은 참 오래됐다. 그녀가 여성 프로게이머로 활약하던 1999년부터 시작된 인연은 스타2 캐스터로서 '칼날여왕'이란 별명을 얻은 2011년을 거쳐 올해 또 다시 그녀와 카페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한 명의 여성 게이머이자 e스포츠 캐스터, 30대를 대표한다고 자신을 밝힌 그녀가 전하는 'WTKL'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자.
"WTKL은 '글로벌 월드오브탱크 리그'에 속한 한국 서버 대회이자, 국내 첫 정규리그다. 오랜 준비 시간을 거쳐 첫 시작부터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스케일로 문을 열었다."
이현주 캐스터가 말하는 WTKL은 기존 e스포츠 리그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형태의 대회이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에 한정된 대회에서 시작해 점차 해외로 그 영역을 넓혀간 반면 WTKL은 처음부터 글로벌 대회로 출범한 리그라는게 그녀의 설명.
WTKL은 오픈시즌과 시즌1, 시즌2 등 3개 시즌으로 진행되며 각 시즌별 상금은 1억원씩 총 3억원 규모다. 각 팀은 최소 7명 최대 11명으로 구성되고 경기는 7 대 7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시즌별 성적에 따라 포인트가 차등 지급되고 시즌2가 종료된 이후 포인트 합계가 가장 높은 팀은 내년 3월에 진행되는 '그랜드 파이널' 진출 자격을 얻게 된다.
즉, WTKL은 일회성 대회가 아닌 1년 여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이자 전 세계를 아우르는 첫 시발점 역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WTKL의 시드권이 걸린 커뮤니티 대회와 PC방 대회를 통해 특정 유저들만 참여하는 e스포츠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누구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대회를 표방하고 있다.
이현주 캐스터는 "월드오브탱크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e스포츠만 바라보면 아직 발전할 부분이 많다"라며 "국내에 e스포츠 문화를 접목시켜 게이머는 물론 비게이머가 보기에도 재밌는 리그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람객들로 가득찬 WTKL 현장 모습
"탱크 게임이 어렵다구요? 제가 사람들이 말하는 악조건을 모두 갖춘 그런 유저입니다. 여성 게이머인데다 30대에 이제 막 월드오브탱크를 시작한 초보죠. 하지만 이 게임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훈훈한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월드오브탱크'는 대중적인 인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탱크'라는 특색 있는 소재와 현실성 높은 '물리엔진'은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특정 유저들에겐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쉽고 가벼운 게임을 선호하는 저연령층이나 여성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리그를 준비하는 동안 이현주 캐스터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미 e스포츠가 활성화된 해외 대회들을 살펴보면 선수들부터 관중들의 연령대가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중후한(?)데다 게임 용어도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막상 WTKL이 시작되자 이 캐스터가 고민했던 부분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개막전에서 8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서 있을 자리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한 관람 문화를 선보였으며,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더 큰 환호와 응원의 목소리를 들려줬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또한 게임 내에서도 이런 장점은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현주 캐스터는 덧붙였다. 다른 게임에 비해 채팅창에서 비속어를 보는 일이 적은데다 초보들을 위한 배려도 많다는 것.
이현주 캐스터는 "월드오브탱크는 여성이자 30대,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안된 내가 보장하는 '인간미' 넘치는 게임"이라고 말한 뒤 "이런 매력은 WTKL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언제든 현장을 방문해 함께 즐거움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느린 탱크를 뒤에서 밀어 주는 훈훈한 모습
"일반 유저와 마니아층을 아우르는 리그로 만드는 것이 남겨진 숙제다. 예를 들어 '티타임'이라는 게임 용어가 있는데 일반인들에겐 단순히 '차 마시는 시간'으로 이해되기 쉽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상황에 따라 이를 풀어 설명하거나 빠르게 넘어가야 하는 것처럼 양 측에 입맛에 맞는 진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e스포츠 리그를 경험한 그녀가 전하는 WTKL의 숙제는 바로 '마니아'층과 '일반인'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 유저층은 전문성과 빠른 진행을 원하는 반면 일반인은 상세한 설명과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
간단하게 전차가 탄을 튕겨내는 '도탄'이나 자신의 탱크로 상대와 충돌하는 '충각'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게임 용어를 급박한 상황에선 직관적 이해를 위해 사용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풀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현재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캐스터는 "WTKL에 출전한 선수들이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갖고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들은 '프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16강에 오른 선수들은 충분히 프로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게임의 특성상 소위 '캠핑'이라 불리는 수비 위주에 전략이 나올 수도 있는데 연습을 통해 그 전략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면 사용하는 것이 옳다"라며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는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으로 선수들은 '승리'만 생각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WTKL에 참여한 선수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이상 '프로'와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며 선수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보단 승리를 위한 노력을 다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
마지막으로 이현주 캐스터는 "아직은 천 명도 안되는 숫자지만 머지 않아 더 큰 리그로 성장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라며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오프라인의 성지'로 만들 자신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현장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 시청자를 향해 경례! … WTKL 중계진인 이기민 해설, 이현주 캐스터, 정인호 해설(좌측부터)
[정기쁨 기자 riris84@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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