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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서풍의 광시곡과 프린세스 메이커, 다시 움직이는 게이머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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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그리운 추억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한없이 약해집니다. 실패할 수도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추억 속 게임을 다시 만들어 보려는 펀딩에 게이머들이 후원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게이머들이 다시 한번 추억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멈춰있던 올드 게이머들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과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이 펀딩을 마치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8~90년대생 게이머라면 '창세기전'과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이름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큰 기대만큼이나 불안 역시 큽니다.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의 신작이나 리메이크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프린세스 메이커는 이미 한번 프로젝트가 무산될 뻔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은 다시 한번 그 추억을 느끼기 위해 독이 든 와인 잔을 듭니다.
 

1월 5일 종료된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리마스터 펀딩은 후원자 3,420명, 모금액 약 2억 원으로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메르세데스에게 향하는 시라노 번스타인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창세기전을 만나려고 하는 게이머가 3천 명을 넘어선 것이죠. 아쉽게도 PC 외 플랫폼 출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메인스토리 풀 보이스 지원 달성엔 성공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디 개발사인 나인서클이 추진합니다. 창세기전 시리즈 베타 테스터로 활동한 김현수가 기획, 원작 디렉터였던 소프트맥스 전 CTO 조영기가 개발을 맡았으며, 창세기전 시리즈의 내러티브를 담당하고 있는 미어캣게임즈 최연규 디렉터와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펀딩이 게재된 시점을 기준으로 개발 완성도는 약 60%로 2026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리마스터의 변경점은 현시대 기기에 맞춰 1920x1080 와이드 비율 FHD 해상도 지원, 메인 스토리 풀보이스 지원, 편의성 개선 등입니다. 특히 원작의 답답한 진행행을 개선하기 위해 캐릭터 이동 속도와 적 조우율을 조정하고, 전투 시 자동 전투와 배속 조정, 조우 무시, 무기 내구도 무시, 무조건 후퇴 옵션 등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번 펀딩이 기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전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그래픽 퀄리티와 편의성 개선을 진행한 리마스터기 때문이죠. 변화에 대한 의욕 넘치는 시도가 꼭 좋은 결과만은 낳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경험한 창세기전 팬들은 차라리 조금 낡은 모습일지라도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기꺼이 3,420명의 시라노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지난 2024년 7월 5일 펀딩에 성공한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당초 개발사였던 디자드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게되는 상황에 이르고, 산하 프로젝트였던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의 개발 역시 미래가 불투명해졌죠. 이후 개발을 이끌던 손석호 PD가 펀딩 참여자들에게 사비로 환불하려던 소동이 있었고, 펀딩 홈페이지 공지는 서로 맞지 않는 등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개발팀이 약속했던 것처럼 새로운 업체와 계약에 성공하고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의 개발이 재개된 것입니다. 개발팀은 12월 31일 펀딩 페이지를 통해 기어세컨드와 계약을 마치고, 프린세스 메이커 IP의 권리를 보유한 요나고 가이낙스와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넘긴 것이죠.
 

물론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예언의 아이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죠.
가장 큰 문제는 완성도입니다. 지난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 보여준 분량은 화풍이나 다회차 엔딩 등 프린세스 메이커 팬들이 기대한 것들을 충족시켜줬지만, 분량 면에선 지나치게 부족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발팀은 2026년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6개월 만에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일련의 사태를 겪은 팬이라면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 하락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회사의 경영 악화, 계약 상 비밀 유지, 일정의 불확실성까지 개발 환경의 어려움과 분주함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후원자들이 파악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새로운 터를 잡았으니 작은 소식이라도 좀 더 자주 게이머에게 선보여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추억을 다시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질책을 날리더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팬이 있는 것과 포기를 모르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려는 개발자가 있다는 것이겠죠. 마지막까지 응원해 주는 팬이 있기에, 또 마지막까지 도전하는 개발자가 있기에 우리는 또 다시 추억을 마주하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두 게임 모두 2026년 상반기 내 완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과연 올드 게이머들에게 있어 2026년이 최고의 해가 될 수 있을까요? 서풍의 광시곡을 넘어 템페스트로, 예언의 아이들을 넘어 희망의 아이들로 거듭나는 순간을 기대해 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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