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가 선보인 ‘검은사막’은 기존 MMORPG와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액션’이 있었다.
직접 조작하는 손맛과 빠른 템포의 전투, 그리고 다양한 스킬 조합을 통한 콤보 시스템은 단순한 온라인 RPG를 넘어, 하나의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곧 펄어비스 창립자인 김대일 의장의 개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었고, ‘검은사막’은 그 철학을 증명한 첫 작품이었다.
검은사막은 다양한 형태의 액션을 밀도 높게 담아낸 것이 특징으로, 자이언트의 잡기와 워리어의 메치기 및 밀치기 등 유도나 레슬링에서 볼법한 기술과 더불어 격투가의 태권도를 연상시키는 발차기 등 여러 무술을 선보였다. 또 워리어, 레인저, 소서러 등의 전형적인 클래스에 더해 하사신(아랍풍 암살자)과 데드아이(서부 총사) 등 독특한 액션 콘셉트를 결합한 캐릭터를 구현하며 액션의 볼륨을 확장했다.
이처럼 검은사막은 액션의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면서 경쾌함과 묵직함, 그리고 속도감을 모두 아우르며 MMORPG라는 장르 내에서 선보일 수 있는 액션의 극한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검은사막은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즐기는 MMORPG였음에 따라 한계도 명확했다. 네트워크 환경과 클래스 간 밸런스, 대규모 전투 등의 제약으로 인해 김대일 의장이 추구하는 액션의 진수를 모두 담기에는 장르의 그릇이 너무 작았던 것이다.
특히 다수 이용자를 전제로 한 전투 설계는, 액션의 밀도와 즉각성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녔다. 이는 곧 펄어비스의 차기작 '붉은사막'이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붉은사막은 첫 공개 당시 MMORPG로 소개됐다. 하지만 약 1년 후, MMORPG가 아닌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개발 방향을 선회한다고 선언했다. 대작 타이틀의 장르 변경은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작업이 아닌, 핵심 메커니즘과 기획 및 설계 기반을 재구축해야 하기에 중대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사막이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를 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게임 트렌드의 변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김대일 의장이 추구하는 액션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욱 빠른 반응과 과감한 물리 표현을 가미한 한 차원 높은 액션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붉은사막의 정환경 프로듀서는 과거 붉은사막을 소개하는 인터뷰 자리에서 "펄어비스의 강점은 액션"이라고 언급하면서, "붉은사막은 김대일 의장의 철학을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즉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은 김대일 의장이 오랫동안 지향해온 ‘손맛 중심의 전투’와 ‘물리적 상호작용’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 셈이다.
붉은사막의 액션은 정해진 콤보를 반복하기보다는, 전투 상황에 따라 공격과 방어, 회피를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적의 공격을 흘리거나 피한 이후 반격으로 전환하고, 거리와 위치에 따라 붙잡기나 연계 공격을 선택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연에서는 이용자의 조작과 타이밍에 따라 전투의 전개가 달라지는 구조가 강조됐다.

특히 잡기와 던지기 액션은 전투 연출 전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적을 붙잡아 던지거나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주변 오브젝트와의 충돌 표현이 함께 연출되며, 물리 효과가 강조된 전투 흐름을 보여준다. 공격 시의 무게감, 충돌 이후의 반동과 연쇄 반응이 세밀하게 표현되는 등 김대일식 액션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피격 시 표현되는 리액션 역시 기존 MMORPG와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동일한 경직 동작이 반복되기보다는, 충돌의 방향과 상황에 따라 적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투가 보다 날것에 가까운 감각으로 전달된다.

이 같은 액션 표현은 지형과 환경 연출과 맞물리며 몰입도를 높인다. 전투 중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풀과 나무가 흔들리고, 지형의 높낮이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면서 전장이 하나의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구성됐다.
결국 붉은사막은 단순히 장르를 전환한 신작이 아니라, 펄어비스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액션 설계 경험과 김대일 의장이 지향해온 개발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MMORPG라는 틀 안에서 구현했던 김대일식 액션의 진수를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라는 그릇에 담으면서 보다 밀도 높고 직관적인, 차별화된 전투 액션을 구현했다.
오는 3월 20일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은, 김대일 의장이 지향해온 액션 철학이 실제 게임 플레이로 어떻게 완성될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