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믿어주질 않아서, 또 속는 막내의 기분으로 쓰는 글이다.
감히 짚어 말하건대 '아이온2' 개발진이 세 차례의 특별 방송(아이온투나잇)을 통해 통렬히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장르 회귀'와 'BM 혁파'로 여겨진다.
멤버쉽 구독과 배틀 패스, 꾸미기용 스킨 상품을 주 BM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자동 전투를 과감히 배제했다는 언급은 사실 현재 모바일 MMORPG에 대한 유저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정면으로 짚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라고 말해도 아닌 것이 아니라고 손가락질하는 분위기니 쌓인 것이 크긴 하다. 엔씨가 선보인 모바일 MMORPG들의 면면을 돌아봤을 때는 아직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뼈아프게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익히 아는 '그 게임'들의 장르를 지금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을 때 한번은 털고 갔어야 하는 문제였으므로 오히려 더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 본의의 시작은 어디인지 알 수 없어도 엔씨의 아이온이라는 상징적인 브랜드를 계승하는 '아이온2' 개발진이 선택한 변화는 상징적인 시점이 될 것으로 자신 있게 짚어본다.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은 변질됐다. 애초에 RPG의 영역도 아니다. 핵심 사항인 '캐릭터 성장'조차도 BM에 가로막혀 팔, 다리 잘라놓고 팔기 시작한 지 오래다.
신작 게임 쇼케이스에서 언급되는 단어가 '자산 가치 보존'이나 '세금', '쌀먹 가능', '무과금도 할 수 있다'같이 게임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열거되고, 헤드라인에 기입된다. 그냥 쉽게 말해 리니지보다 확률 1% 정도 올리면 착한 게임으로 포장할 수 있고, 큰마음 먹고 영변 한번 뿌리면 갓겜으로 변하는 것이 저쪽 실정이다.
최초에는 변화하는 플랫폼에 맞춘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치밀한 기획으로 만들어졌을 그냥 하나의 장르 형태가, 어느 순간 게임사의 개발 철학이나 기획 의도 없이 그저 매출을 위해 복제되고, 활용되고, 그렇게 마모되고 변질되어 지극히 협소한 시장을 타깃으로 한 근시안적인 꼼수로 전락해버렸고, MMORPG라는 한국 게임 업계 터줏대감격 장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장르의 확장에 그쳤어야할 포인트가 장르 오염으로 변질된 것에 대한 얘기다.
몇 년이 지났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 MMORPG 개발 프로젝트가 아예 손에 꼽는다. 있어도 출시일조차 미지수.
아이온2는 지금까지 세 차례의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독특하게도 아이온2 개발진은 특별 방송을 통해 커스터마이징과 의상, 펫과 날개를 강조한 비행 모습, 인스턴스 던전 불의 신전 파티 플레이, PvP 지역 어비스에서의 소규모 전투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전작을 해본 유저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추억을 자극할 만한 요소이면서도 달라진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엔씨쯤 되는 회사가 아이온이나 되는 상품을 가지고 전문 MC나 유명 인플루언서 초청이 아닌 사업실장과 개발 PD가 나서서 머뭇머뭇 진행하는 모양새도 희한했는데, 이 사람들은 뭔가 이 부분을 자랑하고 싶어서 자꾸 보여주고 있구나 싶은 부분에서조차 그 흔한 미사여구도 제대로 넣지도 못하고, 말실수할까 봐 눈치 보느라 바쁘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사업실장과 개발 PD가 친해 보이는 것부터 이미 반은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예쁘니까 2장 넣는다.
그렇게 순수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편집 없이 보여줬다. 오히려 그 바람에 아직은 덜 마감된 모습, 서투른 모습을 보이고, 아쉬운 부분이 드러날 수 있음에도 그냥 보여줬다. 그 이유는 그런 플레이 장면 자체가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퀘스트 시네마틱이나 자동 사냥 장면 틀어두고 ※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입니다. 하고 홍보하는 게임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다행히 그 영상 면면에서는 전작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전작의 좋은 점을 답습하고, 시간이 흐른 만큼의 기획 트렌드는 반영하여 전체 노선을 크게 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기획 의도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개발진의 기획 의도는 분명했다. '데바들이 다시 모일 수 있게, 아이온을 다시 새롭게 만드는 것.'
맵 구성이나 전투 진형이 달라져서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2회차의 불의 신전 플레이와 달리 3회차에서 보여준 어비스에서의 천족과 마족의 PvP는 약속 대련이었음에도 확실히 와닿았다. 실시간 방송의 열화된 화질을 녹화본으로 봐서 훨씬 더 열화된 화질로 돌려보며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영락없이 내가 즐기던 아이온이 맞았다.
내가 지금 저 안의 마도성이라면 정확히 그때 그 느낌으로 저놈의 살성을 타깃으로 잡고 지옥의 화염을 캐스팅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뭘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가 느껴지니 이렇게 칭찬해 주고 싶어졌다.
지금 이 시점, 업계에 잠깐이나마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를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개발자는 없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장르 원조이자 본가인 엔씨가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온2는 아이온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택했다.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사실 어쩌면 전작을 즐겼던 데바 중 한 명으로서 "그럴 것이다." 혹은 "그래주길 바란다." 정도의 사설에 지나지 않을 테니 욕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기자 역시도 오픈된 정보에서 한두 장 이미지나 더 본 정도이므로.
아니라고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도대체들 믿어주질 않아서. 그래도 여기 누군가는 그 변화 없던 답습의 매듭을 한번 끊고 간다는 점. 그걸 짚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