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불과 20여년 전으로 거슬러만 올라가도 신작 게임의 개발 및 출시 소식은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극비 정보에 가까웠다.
당시에도 이미 인터넷의 상용화와 함께 정보 교류가 이전보다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게임 관련 잡지, 매체만을 소통 창구로 삼는 게임사는 많았고 이용자들 또한 데이터마이닝과 같이 클라이언트를 뜯는 식의 공격적인 형태의 정보 수집보다는 카더라 식의 소문 흘리기에 의존하여 정보가 퍼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닌텐도와 세가의 경쟁을 시작으로 이어진 '콘솔 게임기 전쟁' 당시에는 콘솔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게임 타이틀의 출시 계획에 대해 정확한 일정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타이틀이 곧 나옵니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워딩으로 게이머들이 하염없이 이를 기다리게 만드는 전략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미출시 게임을 기다리는 행위가 바보 같다고 여겨지는가? 안타깝게도 역사는 반복되듯이 지금도 아래와 같은 미출시 게임을 기다리는 이들은 널리고 널렸다. 공개된 것은 고작해봐야 제목과 트레일러 영상 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 프래그마타

캡콤에서 개발 진행 중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첫 공개일은 2020년, 플레이스테이션 5가 정식 출시되기 전에 진행된 '퓨처 오브 게이밍' 쇼케이스로 당시 함께 공개된 게임 중 '마블 스파이더맨:마일즈 모랄레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이미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타이틀이 됐다.
심지어 같은 개발사인데다가 동일한 RE엔진을 사용한 게임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까지 DLC를 포함한 사후지원을 마친 시점에서도 2023년으로 출시를 미루더니 끝내 서머 게임 페스트 2023에서는 출시일을 미정으로 전환해버렸다.
하지만 이처럼 연거푸 작품 출시를 연기했음에도 의외로 게이머들의 여론이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실제로 2023년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대충 나와서 폼만 잡고 무너지는 세계만 보여주고 끝이었던 초기와 달리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기계 내지는 인공 생명체로 추정되는 적대 세력과 월면 기지에서 전투를 하는 장면을 추가하여 수준 높은 액션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시일을 연기하는 부분에 대한 사과 메시지 또한 그동안 캡콤이 출시한 타이틀을 통해 게이머들의 신뢰가 충분히 쌓인 덕분인지 '늦어도 좋으니 완성도 높게 만들어달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엘더스크롤 6

베데스다 스튜디오는 예전부터 꾸준히 양질의 게임을 개발해오고 있었지만, 2011년에 비디오 게임 역사상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엘더스크롤 5:스카이림'을 내놓았고 그 덕분인지 '2018년 E3 쇼케이스'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속편 '엘더스크롤 6'는 태생부터 기대를 받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공개된 티저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내용은 세계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행성 넌'의 탐리엘 대륙 중 어디인지 모를 광활한 산악지대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고 등장인물은 커녕 생물에 대한 단서조차 없 위치와 시열대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전무한 상태다.
물론 베데스다 측에서는 '엘더스크롤 6'에 대하여 해당 타이틀은 개발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준비 단계일 뿐이며 '스타필드' 프로젝트 이후 개발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고 스타필드는 실제로 23년 3분기에 출시됐기에 '엘더스크롤 6'가 개발에 착수하고 실체가 드러나려면 최소 2028년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스타필드의 평가가 다소 미묘한 지금에 와서는 베데스다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엘더스크롤 6도 마냥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갓겜을 기다리는 이들은 이미 공개된 30초의 트레일러 영상만 보고나서 탐리엘 대륙의 지도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전작들과의 관계성과 묘사된 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해머 펠'이 배경일 것이라는 추론을 세울 정도로 행복 회로를 열심히 가동하는 중이다.

■ 실크송

'실크송'은 '할로우 나이트'의 후속작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타이틀이다. 전작인 할로우 나이트가 2인 개발 체제의 인디 게임으로서는 보기 드문 수준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고 킥스타터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약속한 모금 목표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았기 때문에 사후 지원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특히 실크송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2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호넷'으로 본편과 추가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DLC에 불과했지만 개발사에서 별도의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2019년에 발표했고, 이에 대해 게이머들은 얼마나 들어가는 내용이 풍성했으면 스탠드얼론의 형태가 된 것인지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개발사인 팀 체리는 워낙 규모가 작은지라 개발 진척도가 다소 더딜 수밖에 없는 부분을 다들 이해하고 있지만 진행 상황을 하나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 보통은 지쳐서 쓰러지거나 욕을 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이들이 더 많다.
왜냐고 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이미 실크송의 등급관리분류 심사가 진행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어쩃든 나온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