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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대회 4연패, '젠지' 혈투 끝에 LCK 2024 스프링 3:2 우승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4-04-14 20:57:10 (수정 2024-04-14 2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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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은 역시 틀린 말이었다. 서울 송파구 KSPO돔(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2024 스프링 시즌 결승전의 주인공 T1(티원)과 Gen.G(젠지)는 이를 훌륭하게 증명해 냈다.

벌써 5번 연속되는 티원과 젠지의 결승전이지만 모든 경기가 백중세로 쉽지 않은 경기였으며 밴픽 단계부터 이어지는 치열한 수싸움부터 밥 먹듯이 터져 나오는 슈퍼플레이까지, 양팀은 현장을 찾은 관객들을 팬들을 매료시킨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 1세트 젠지 승리

메타 챔피언 위주로 밴픽이 진행되는 가운데 티원 측에서 상대 원딜인 페이즈(김수환 선수)의 성명절기로 꼽히는 칼날비-관통력 빌드 칼리스타를 풀었으나, 젠지의 서포터로 노틸러스가 먼저 등장한 것을 보고 단발 딜교환이 매우 강력한 드레이븐 및 이동기 차단 메커니즘으로 상대 바텀 듀오를 모두 카운터칠 수 있는 뽀삐를 서포터로 후픽 기용하여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을 대거 기용한 만큼 전반적인 양상은 젠지 쪽에 유리한 쪽으로 경기가 이어졌다. 티원 측에서는 특히 바텀에서 정면 승부로 상대를 제압하고 힘의 격차를 벌리고자 하는 셋업을 준비했지만, 젠지는 오히려 럼블이 이판사판 딜교환으로 서로 스펠을 전부 소모하도록 유도한 뒤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제우스(최우제 선수)의 캐리력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기습적인 탑-바텀 라인 스왑을 걸어 아트록스를 뽑아 찢는데 성공,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티원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3분 후반 포탑 방패 철거 타이밍에 맞춰 페이커(이상혁 선수)에게 일방적인 딜교환을 성공한 쵸비(정지훈 선수)가 기인(김기인 선수)의 럼블을 호출하여 추격 다이브를 시도하였으나, 페이커의 아지르는 기적적으로 생환하고 오히려 상대측 삼거리에 깊숙이 박아놓은 와드와 바텀 1차 포탑에서 순간이동으로 조이기에 들어가는 멋진 설계로 구마유시(이민형 선수)에게 킬이 들어가며 티원측이 젠지의 공세를 버텨낼 힘을 얻었다.

노틸러스-럼블을 위시한 국지전과 끊어먹기에 매우 강력한 젠지의 조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손해는 있었지만 티원은 바론 아티스트라는 팀 컬러에 맞게 기습적인 바론 사냥 및 스틸을 3번이나 해내면서 킬스코어는 10점 차이가 났으나 글로벌 골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선에서 경기가 후반으로 이어진다.

결국 명운을 가른 것은 40분에 등장한 장로 드래곤이었다. 장로 드래곤을 두고 벌어진 첫 싸움에서는 교전을 시작하기 전에 아트록스가 잘리고 럼블의 이퀄라이즈 미사일에 드레이븐과 마오카이가 한꺼번에 폭사하는 불리한 구도에서 대규모 교전을 시작했지만, 페이커의 아지르가 기막힌 황제의 진영 활용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쿼드라킬을 기록, 젠지 측에서도 유의미한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

이후, 티원 측에서 오히려 아군 챔피언이 대규모 교전 이전에 사망하였기 때문에 부활 타이밍이 빠른 것을 근거로 장로 드래곤을 먼저 사냥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한 캐니언(김건부 선수)의 비에고가 벽을 넘어 스틸에 성공했고 대치 상황에서 인내하고 있던 기인의 럼블이 그 순간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상대 위치에 정확하게 꽂아 넣어 불지옥을 재현, 1세트를 가져갔다.

■ 2세트 티원 승리

티원은 주도권을 기반으로 한 스노우볼링을 위해 1, 2픽으로 칼리스타와 니코를 가져가며 이전 세트보다 더욱 강한 바텀 압박 구도를 가져왔고 젠지는 리헨즈(손시우 선수)에게 애니를 쥐어주며 버스트 딜링으로 변수 창출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텀 라인의 강세와 소규모 교전 및 용 사냥에 특화된 오너(문현준 선수)의 신 짜오 픽 덕분에 2세트는 전반적으로 티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쵸비의 아우렐리온 솔은 극후반을 바라보는 성장형 챔피언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거부하듯이 라인전을 거세게 압박하고 전 라인에 영향력을 끼치며 드래곤 스택을 제외하면 크게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템포를 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는 이번에도 페이커였다. 21분경 무너진 탑 1차 포탑에서 파밍하고 있던 아지르를 사냥하기 위해 사방팔방에서 젠지가 몰려들었으나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며 포탑을 세워 퇴로를 막고 반대쪽으로 뛴 덕분에 시간이 끌렸고, 발이 느려 원치 않게 대열에서 이탈한 페이즈의 바루스를 빠르게 제거한 티원이 젠지 본진 방향에서 튀어나오는 깜짝 쇼를 선보이며 렐을 제외한 모든 챔피언을 전부 잡아냈고 하필이면 탑 교전에서 젠지가 대패하며 첫 바론이 고스란히 티원의 입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이 사고 이후로 젠지는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다가 경기를 패배하게 된다. 바론 파워 플레이를 통한 시야 선점과 드래곤 스택 우위로 바론 타이밍을 마음대로 휘어잡을 수 있게 된 티원은 30분에 3드래곤 스택 상태에서 바론과 이지선다를 걸어 무상으로 2번째 바론 버프를 획득하고 뒤늦게 도착한 기인과 쵸비를 분단하여 각개격파하는데 성공, 메인 탱커와 메인 딜러를 잃은 젠지는 넥서스를 내주고 만다.

■ 3세트 티원 승리

3세트는 밴픽 구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오너의 원맨쇼에 젠지가 경기시간 37분 내내 끌려다닌 경기였다. 3분경 하단 캠프 중립 지역의 바위게를 둔 신경전에서 오너가 캐니언을 상대로 바위게 스틸도 모자라 적 캠프에서 추격전 끝에 선취점을 따냈고, 기인의 렉사이는 초반 주도권을 적극 활용하여 오버파밍으로 캐니언의 카운터 정글링 타이밍을 만들어줬으나 이 또한 오너에게 간파당하며 나미를 동반한 추격전 끝에 점멸을 소모하며 사망하고 만다.

상기한 초반 사고 때문에 막강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반드시 라인전 이득을 취하는 게 상수인 렉사이는 고기방패로 전락했고 2근접 시너지로 상대 딜러진을 노려야 할 세주아니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이로 인해 아지르는 착취 브루저 빌드를 선택한 것이 원치 않게 치명적인 악수가 됐다. 브루저 아지르 빌드는 이기는 경기를 리드할 때에는 압도적인 효율을 보여주지만 탑-정글이 영향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페이즈의 아펠리오스에게 화력 의존도가 지나치게 쏠리게 되며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과는 별개로 매 한타에서 아군 포탑을 끼고 싸워도 2% 부족한 딜링 때문에 동수교환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오브젝트는 나오는 족족 티원의 손에 들어간다.

그나마 37분 장로 드래곤 교전에서 페이즈가 자신을 노린 자크의 새총발사를 잘 피하며 끌어들이는 구도로 카이팅을 했고 쵸비도 허리를 끊는 황제의 진영으로 티원을 고립시켜 장로 드래곤을 취득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으나, 이마저도 오너가 스틸하며 젠지가 장로 드래곤 버프로 인해 처형당하며 전멸, 티원이 LCK 11번쨰 우승을 목전에 두게 된다

■ 4세트 젠지 승리

오너의 파멸적인 연승카드 '신 짜오'에 대처하기 위한 젠지의 조커픽은 카직스였다. 이전 세트에서 젠지를 위협했던 비수인 루시안-나미를 빼앗아오며 바텀 구도를 편하게 가져간 동시에 캐니언이 마음 편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크산테-아우렐리온 솔로 라인전의 리스크가 사라지자 카직스는 04분 티원 측의 바텀 다이브 대처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성장에 집중한 동선을 짤 수 있었고 이를 캐리력으로 환산하여 팀에 보답하게 된다.

나름대로 팽팽했던 경기 구도를 깨진 것은 20분경 벌어진 카운터 정글 수싸움이었다. 탑 다이브에서 2킬을 독식하고 4개 캠프 이상 격차를 벌리며 반코어와 1레벨 차이로 앞서고 있던 캐니언의 카직스가 아군 진영의 푸른 파수꾼을 몰래 사냥하던 오너의 신짜오를 단독 암살하는데 성공했고, 이로 인해 첫 바론이 넘어갈 위기에 봉착하자 모여든 티원을 기인과 쵸비의 추격조가 서모너 스펠 소모를 강제하며 쫓아낸다.

당장 젠지가 눈에 띄는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스펠이 빠진 타이밍인 23분경에 미드 2차 포탑에서 파밍을 하고 있던 구마유시의 아펠리오스를 기인과 쵸비가 우격다짐으로 다이브 킬을 내고 2차 포탑까지 철거하면서 고속도로를 개통한다.

카직스의 암살 위협 때문에 티원은 도저히 시야를 잡으러 나갈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 와중에 상대의 제어 와드를 인지했지만 이를 제거하지 않고 일부러 모습을 보여준 캐니언의 영리한 플레이 덕분에 티원은 오너의 신짜오를 전진 배치시켜 상단 캠프 시야 장악을 시도했지만, 루시안이 달려들어 이를 두들겨 쫓아냈고 결국 바론 버프가 젠지 측에 넘어간다.

티원 측에서 전열을 재정비 후 뒤늦게 도착하였으나 삼조격을 장전하기 위해 칼날부리 캠프에서 살짝 합류가 지체되고 있던 오너를 캐니언과 쵸비 듀오가 순식간에 포착하여 제거했고 킬 리셋을 통한 무한 추격이 가능한 아우렐리온 솔-출중한 단독 암살 능력과 어그로 분산으로 아우렐리온 솔의 판을 깔아줄 수 있는 미드-정글 듀오의 시너지가 폭발하며 젠지가 티원을 전원 처치, KSPO돔에 실버 스크랩스가 울리게 된다.

■ 5세트 젠지 승리

티원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레드 진영을 가져가며 밴픽 카드 선점을 꾀했고, 오너에게 다시 한번 신 짜오를 쥐어주는 동시에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등장한다. 반면 젠지 측에서는 애니 서포터를 다시 채용한 것과 캐니언에게 뽀삐를 준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크산테, 코르키, 제리 등 각 선수의 시그니쳐 픽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선픽 카드를 티원 측에서 가져간 것과 별개로 초반에 웃은 것은 젠지였다. 캐니언의 변칙 동선으로 인해 오너가 상대측 칼날부리 캠프로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하였으나 별 소득 없이 나오게 됐고, 이를 미리 인지하고 있던 젠지 측이 리헨즈를 동원한 추격전으로 잡아내어 선취점이 쵸비에게 들어가게 된다.

기인은 좀처럼 득점이 나오기 쉽지 않은 탱커 대 탱커 매치업임에도 불구하고 총공세의 폭발력을 십분활용하여 6분경 제우스의 자크를 솔로킬내며 균열을 냈으며, 이후 16분에도 재차 바텀 1차 타워를 수성하던 자크를 우물로 보내버리며 구멍을 뚫는데 성공한다.

지나치게 빠른 타이밍에 주문포식자가 나온 탓인지 2:2 미드정글 교전에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며 전진 포지션을 잡고 있던 쵸비의 코르키를 케리아(류민석 선수)의 나미까지 합류시켜 잡아낸 티원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스킬 배분과 스펠 상황을 체크한 젠지가 바텀에서 다이브를 성공하며 제리의 성장이 탄력을 받게 된다.

그나마 젠지 측의 재정비 귀환 타이밍이 살짝 어긋난 틈에 협곡의 전령을 확보한 티원이 미드 1차 포탑 공성에 나섰으나 허리를 끊은 크산테 때문에 진영이 완전히 갈라지고 전령에 탑승한 상태인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뽀삐의 굳건한 태세에 이동기가 막힌 채로 고립사하며 게임이 급격하게 기울어진다.

결국 4번째 드래곤 스택 타이밍에 젠지가 드래곤을 미끼로 주고 오너를 비롯한 주요 챔피언을 전부 죽이거나 내쫓아 무소불위로 바론을 섭취하고 화염드래곤의 영혼, 악의, 무라마나 완성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코르키가 초대형 미사일 일격에 티원의 딜러진을 이탈시킬 화력을 확보하게 된다.

바론 대치 상황에서 기인의 크산테가 허무하게 전사하며 일시적으로 티원이 바론 플레이를 통해 압박을 하는 장면이 나왔으나 수호천사를 보유한 쵸비의 특급 폭탄 배송과 함께 적진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결자해지를 보여줬으며 기인은 젠지에 포핏을 선사하는 동시에 본인의 커리어에 LCK 첫 우승을 기록하는데 성공한다.


양 팀은 그야말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 티원은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한차례 압살을 당했으나 차근차근 도장깨기를 통해 모든 선수진의 기량을 끌어올리며 디펜딩 챔피언인 젠지를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였고 패배한 세트에서도 끝까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신들린 운영을 보여줬다.

젠지 또한 티원을 혈투 끝에 제압해내며 챔피언의 품격을 지켰다. 오너의 신 짜오가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며 연거푸 경기를 캐리한 덕분에 시리즈 내내 브루저와 탱커를 플레이하던 캐니언이 상당히 고생했고 먼저 꺼내든 애니 서포터 등의 조커픽은 실패로 돌아가는 등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신 짜오를 금지하는 대신 본인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숨겨둔 카드를 꺼내들면서 끝까지 밴픽 구도의 이점을 놓치지 않았고 끝내 극복하며 '우리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각 선수진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티원의 레드 진영 선택으로 밴픽상 항상 열세에 있던 바텀 듀오는 팀을 잘 보좌했으며 마지막 경기 최후의 순간에 제리-애니로 폭발적인 캐리를 보여주며 쌍둥이 포탑을 필사적으로 수성하는 티원을 제압했다.

캐니언은 신 짜오라는 필승카드에 대해 조커픽과 동선 비틀기라는 해답을 끝내 찾아냈으며 늘 팀내 원옵션에 해당하는 쵸비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시리즈 내에서 가장 눈부셨던 것은 커리어 첫 우승에 대한 열망에 불타는 '기인'이었다. 상수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며 만장일치로 파이널 MVP라는 명예를 손에 쥐었으며 기분 좋게 MSI 무대로 향할 원동력을 얻게 됐다.

오늘 결승을 치른 두 팀은 5월에 중국 청두에서 개최되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 참석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우승팀인 젠지는 브래킷 스테이지, 준우승팀인 티원은 플레이인 스테이지로 가게 되며 이번에야말로 MSI 우승컵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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