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은 뭘까? 혹자는 게임(Game)을 최첨단 물리, 그래픽엔진, 음악, 시나리오, 통신기술과 문화가 집대성된 '종합 문화예술'이라 칭하고, 혹자는 가정 및 사람간의 관계를 파괴하는 '사회악'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예술일까, 중독물질일까?
대한민국 국회에서 게임을 예술분야로 넣어야 하는지 중독현상을 유발하는 산업으로 구분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가 벌어졌다.
김광진 의원실은 18일 국회에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게임의 본질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진보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애니팡' 시리즈 개발자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류임상 뉴미이어 아티스트,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인철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 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장 등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은 크게 ▲게임에 대한 편견, 어디에서 오는가 ▲게임의 순기능과 예술성의 정의 ▲게임중독법, 왜 발의됐을까 ▲게임인들은 게임이 중독으로 분류될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파트1, 게임과 편견
좌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첫번째 화두로,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한 게임산업에 대한 '편견'을 꺼내 들었다.
이정웅 대표: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공부해서 코피가 난 경우보다 게임을 해서 코피가 난 적이 많았다. 물론 부모님이 싫어하셨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부모님들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다면 부모님들의 인식도 바뀔 거라 기대했고,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천만 다운로드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게임산업을 저평가 하는 인식이 많았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한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다. 조금씩 자정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게임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김일 팀장: 편견이 생긴 데에는 중독현상과 폭력성 등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한국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9개 정부에서 전자게임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가 유사 법령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었고,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중국 또한 최근에서야 콘솔게임 판매가 허용됐다. 두번째 폭력성은 학부모와 중고등학생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 설문조사결과 부모의 경우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포함한 미디어의 영향을 꼽았고, 학생들은 폭력에 따른 적법한 처벌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어떤 이유를 게임을 하냐는 질문에는 상당수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라고 답하더라. 학부모와 청소년들 사이에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궁훈 이사장: 왜 이렇게까지 왜곡이 됐는지를 봐야할 것 같다. 게임의 부정적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현재 사회의 시각은 과대포장됐다. 음악이나 영화는 부모 세대도 어릴 때부터 경험했던 것들이고 익숙하고 끝이 어딘지를 아는데, 게임은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에 두려운 거다. 단지 스스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두려움일 뿐이다.
◆ 파트2, 게임은 예술일까?
그렇다면 게임을 예술로 볼 수 있을까.
류임상 뉴미디어 아티스트: 게임과 예술,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주제다. 나는 방송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전시를 기획하거나 상업 디자이너로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비디오/사운드 아티스트로 미디어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중에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알리는 노력을 약 10년 정도 해왔다. 미디어가 예술인가라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뉴미디어는 예술로 인정받고 세계 유명 예술행사에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 국가의 대표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게임 역시 시기적 문제일 뿐이다. 시간과 노력이 쌓여진다면 게임을 통한 예술적 경험이 바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교수: 예술장르로 구분되고 있는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라고 해서 모두 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P2P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영화 중 상당수가 섹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영화를 예술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게임을 예술로 가져 간다는 의미는 간단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회화는 예술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려면 원근법이 기본이 되야 하고 이는 곧 기하학으로 연결된다. 게임 개발자들이 가져가야 할 부분들도 바른 그런 것들이다. 다빈치 등 유명 화가들도 이전까지는 그림쟁이에 불과했다. 현재 예술분야로 분류되는 영화, 음악, 그림 등은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교차점이 있을 뿐이다. 이를 가족유사성이라 하는데, 각 분야 간에 교차하는 유사성이 있다면 예술로 인정한다. 게임도 이미 넓은 의미에서 예술로 정의할 수 있다.
◆ 파트3, 게임규제안은 왜 생겼을까?
토론의 화두는 '게임중독법'으로 옮겨갔다. 최근 몇년새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게임과 관련한 규제 법안들은 왜 생겨날까.
이동연 교수: 솔직히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웃음) 그 중에서 두 가지 정도를 꼽는다면 정신중독의학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게 가장 크다고 본다. 정신의학계는 2011년까지 게임중독에 대한 연구를 거의 하지 않다 시피 했다. 도박을 중심으로 한 알코올, 마약 등 3대 중독물질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그런데 2012년 갑자기 중독의학회가 게임중독을 다루기 시작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았다. 선의의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실은 정신의학계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이해관계가 컸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게임을 하면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고 PC방을 찾아 기독교 문화가 망가진다는 개신교, 그리고 학업을 중시하는 부모 등 기독교, 학부모, 정치적 보수주의 등의 이해관계가 바로 일련의 게임규제안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진중권 교수: 문제는 바로 입시교육이다. 학부모들은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자녀들이 좋게 보일리 없다. 게임을 안 하면 공부를 할 것이라 생각하나. 게임 안하면 본드를 할 수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학부모들의 낙관적 전제와 이를 이용한 일부 개신교와 의사 등 이익집단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의학적 담론을 형성시키면 주장에 대한 힘을 얻을 수 있고 돈도 생긴다. 또 이것들이 바로 입법기관인 의원들을 움직이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집단간 공모가 진행된다.
남궁훈 이사장: 얼마 전 TV방송을 통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접했는데, 거기에 적절한 사례가 나오더라.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있는데, 이 아이를 정신과 의사에 데려갔다. 그런데 알고보니 게임중독이 아닌 다른 원인들이 상담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 후 아이의 '학부모'가 '부모'로 변해가더라. 잘못된 진단을 통해 엉뚱한 것만 건드리게 되는 것처럼 '게임'이라는 쉬운 진단을 내림으로써 근본적인 것은 못찾고 혹은 찾지 않으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범인'을 잡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사실 과몰입하는 아이들에게 게임은 원인이 아니라 특정 현상에 따른 결과다. 친구, 부모와의 관계 등 다른 문제들로 인해 게임으로 도피, 과몰입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무조건 게임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인과관계가 뒤바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없다. 학교에 다 맡겨 놓고 학원비 대주면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교육비를 내고, 학교는 입시교육만 생각하고, 이러다보니 '진짜' 교육이 비어있다. 그런 부분들에서 비롯되는 결핍이 아이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부모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김인철 교수: 게임중독법의 문제는 무엇일까. 법안이 통과됐을 때 문제는 없을까.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 원안을 읽어 보면 몇 가지 항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 게임 중독이 결과가 되든 과정이 되든, 게임 때문에 과몰입이 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신경정신과에서는 게임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자료를 찾아봤다. 2012년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그들도 잘 모른다고 써져 있다. 더 연구해봐야 한다고 기술해 놨다. 총기 사고와 게임과의 상관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그 어떤 나라에서도 게임을 마약중독 등과 동일시해서 규제하고 있는 곳은 없다. 시행했다가도 실패하고 없애 버렸다. 신의진법에서는 중독 물질의 범위를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규제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 어떤 것을 규제할 것인지 추상적이고 정확하지 않다. 법학에서는 너무 넓은 범위에 대한 제제는 처벌을 하지도 규제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통과 시키지 않는다. 명백하지 않으면 절대 규제할 수 없다.
◆ 파트4, 게임人들 뭐했나
상황이 이쯤 되면 게임이 중독물질로 분류될 동안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질 법하다.
남궁훈 이사장: 올해로 게임업계에 입문한 지 17년차가 된다. 사람 나이로 치면 청소년 정도의 시기인데, 국내 게임계에서는 1세대 게임인으로 불린다. 그간 잘못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매출 중심으로 산업을 키우고 달려왔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이제는 현직 게임사 대표들이 사회적 소통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문제점 개선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이동연 교수: 이제는 게임사들이 문화기업으로서 자기정체성을 고민해야할 때다. 게임산업의 규모에 비교했을 때 문화연구에 대한 투자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야구단 창설, 게임을 소재로 하는 전시회를 여는 것들도 좋지만 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문화연구, 조사 및 실증자료 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가 그대로 자리 잡는다면 앞으로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정웅 대표: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춰 나가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른 예술 분야에는 '장인(匠人)'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직까지 게임은 그렇지 않다. 게임장인은 게임 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게임종사자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문화적 정착이 필요하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광진 의원은 "게임이 중독이냐 아니냐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동안 게임강국으로서 우리 위상이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추월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최근 대통령도 게임 규제 합리화 의사를 밝혔는데 지금이라도 더 큰 틀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토론회 말말말
"게임을 안하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검중되지 않은 낙관적 전제일 뿐" (진중권)
"영화? 섹스 소재가 대부분이다. 그런 영화들이 섞여 있다고 해서 그 누가 '영화는 예술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나." (진중권)
"게임사도 문화기업으로서 자기정체성 고민해야. 게임문화연구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돌아보라" (이동연)
"이제는 우리 스스로 사회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남궁훈)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선 '사람'에 포커스 맞춰야" (이정웅)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기사를 확인하시려면 게임조선 웹진(http://www.gamechosu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3 2014, 게임조선 특별 취재팀이 전하는 생생한 소식
▶ 블소, 이제 e스포츠로 즐긴다! WCS개최
▶ [화보] 물 오른 무대매너, 걸스데이와 영군
▶ 국내가 좁아? 글로벌 시장-도미니카공화국












비전력이부족하다잉
ehfpalt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