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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그리프라인 '명일방주: 엔드필드', 장인이 빚은 아방가르드 파인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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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의 기대를 받았던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정식 출시됐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그리프라인의 전작 '명일방주'의 세계관을 활용한 게임이다. 단, 스토리 상 전작에서 150년 이상 지난 시점을 다루고 있고, 장르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두 게임의 플레이 경험은 전혀 다르다.
 
게임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개척'이다. 게이머는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가 되어 황폐화된 탈로스II에 각종 설비를 세우고 다시 한번 문명을 꽃피워야 한다. 그래서 플레이 경험은 그리프라인이 표방하는 3D 실시간 전략 RPG보단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에 더 가깝다.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내세우는 콘텐츠는 크게 스토리, 오픈월드와 건설, 전투를 꼽을 수 있다.
 
많은 분이 기다리던 공장겜 시동
 
앞서 말한 것처럼 게이머는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가 되어 탈로스II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관리자에겐 그만한 능력과 믿음직한 동료, 그리고 엔드필드 공업이라는 자산이 있었다.
 
단, 많은 게임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스토리 시작부에서 관리자는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상태다. 게이머들을 게임에 몰입시키고, 앞으로의 전개를 납득시키기 위한 편의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의 박사 역시 기억을 잃은 상태로 사건을 마주하지만, 관리자와 박사가 마주하는 이 세계의 첫 인상은 사뭇 다르다. 기억을 잃은 관리자에게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세계는 매우 친절하다.
 
명일방주하면 따라오는 밈이 바로 켈시의 "모르는건가..."였다.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기들만 알아듣는 고유 명사를 남발하면서 정작 주인공인 박사에겐 설명을 해주지 않는 상황을 압축한 대사다. 명일방주: 엔드필드에도 고유 명사가 많긴 하지만, 적어도 우리 편이 누구고 나쁜 놈이 누구인지,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 가능한 수준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리자라도 괜찮다
 
물론 알면 더 감동적이다... 미안했어 얘들아 ㅠㅠ
 
스토리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의 매력도 한층 더 높아졌다. 특히 2D에서 3D로 바뀌면서 시각적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새로운 캐릭터인 이본이나 로시나부터 질베르타나 아델리아 같은 전작에서 만난 캐릭터들도 생기 넘치는 움직임으로 게이머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들이 친절하다. 과거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 관리자가 기억을 잃은 것에 안타까워하고, 관리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였는지 열심히 치켜세워준다. 관리자의 과거와 박사의 과거로 인한 차이긴 하지만, 처음 이 게임을 하는 입장에선 나를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는 인물들에게 더 이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덕분에 게임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1장 만으로 게임의 목표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리지늄이 무엇인지, 광석병이 무엇인지, 또 아다크리스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게이머도 일단 뭘 좀 세우고, 이상한걸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녀석을 몰아내게 된다. 물론 전능한 관리자의 힘으로 넘어가는 다소 편의적인 부분도 있지만, 스토리 외에도 신경쓸 부분이 많은 만큼 초반부는 세계관 소개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당끼보다 귀엽고 켈시보다 상냥한 펠리카
 
빛과 눈 표현 만큼은 웬만한 게임보다 섬세하다
 
귀여운 이본 눈나가 설명해 주는데 몰입 안하고 배겨?
 
오픈월드와 건설은 스토리의 연장선으로 등장한다. 과거 관리자가 이룩한 첨단 기술을 통해 탈로스II에 거점을 마련하고, 각종 설비를 세우게 된다.
 
게이머는 습격을 받은 4번 협곡 거점 기지를 복구하기 위해 통합 핵심 구역에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프로토콜 코어를 설치, 각종 물자를 생산한다. 쉽게 말해 에너지를 뿜어내는 발전기와 생산 공장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4번 협곡을 넘어 무릉에도 비슷한 구역을 설치하며 탈로스II 부흥의 단초를 맛볼 수 있다.
 
건설은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큰 진입장벽이다.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이 게이머가 직접 채집하고 생산해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면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설비를 세워 자동으로 채집하고 생산하게 만드는 구조다. 잘 만들면 게이머가 손대지 않아도 아이템을 자동으로 뿜어내는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잘 만들기 어렵고 그냥 만드는 과정도 꽤 까다롭다.
 
메인 퀘스트의 필수 요소라 넘길 수 없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필요에 의해 찾게 된다
 
엔드필드의 매력이자 진입장벽
 
개발진도 이를 감안한 것인지 원하는 아이템에 관련된 설비를 모은 설계도 '청사진'을 제공한다. 재료를 분쇄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이 청사진 '딸깍' 한 번으로 최소 설비가 모두 들어있는 공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직접 고민하며 만든 공장과 비교하면 효율이 낮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구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건설에 흥미가 생겨 직접 설비를 만지기 시작하면 진정한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콘텐츠를 맛보게 된다. 생산 효율을 생각한 공장 건설부터 원활한 재료 수급과 편리한 이동을 위해 4번 협곳과 무릉 곳곳에 전봇대와 이동 설비를 설치하게 된다. '조금만 만지면 더 효율적인 구조로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순간 순식간에 3~4시간이 사라진다.
 
아쉬운 점은 '스스로 건설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과정이 상당히 긴 것이다. 사실상 스토리 1장 대부분을 건설 튜토리얼에 할애하고 있어 스토리 진행을 늘어지게 만드는데. 결국 게이머가 필요한 장비나 소모품을 만들려면 다시 한번 건설 튜토리얼을 보게 된다. 건설에 대한 내용만 두 번 보는 셈. 서브 퀘스트에서도 건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메인 스토리에서 건설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정리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오픈월드와 건설을 합친 건 꽤 신선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설에 모든 것을 쏟는 자신을 발견
 
시키지 않아도 어차피 하는거 메인 퀘스트 비중을 줄여도 되지 않을까?
 
전투 방식은 다른 많은 오픈월드 ARPG처럼 일반 공격과 특수 스킬, 궁극기를 조합해 풀어나간다. 명일방주: 엔드필드만의 차이점은 바로 파티 내 모든 캐릭터가 함께 전투하는 것. 상황에 맞춰 캐릭터를 교대하면서 교대 스킬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발동하는 연계 스킬로 상황을 만들며 싸우게 된다.
 
명일방주: 엔드필드에도 여러 속성과 독특한 효과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요약하면 '스택을 쌓고, 이를 소모해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 파티의 경우 띄우기와 넘어뜨리기로 스택을 쌓고 강타와 갑옷 부수기로 스택을 소모해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속성마다 효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메커니즘 자체는 단순한 편이다.
 
덕분에 일단 같은 속성으로 통일한 파티를 내보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만 눌러도 그럴듯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특히 PS5로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경우 컨트롤러의 진동과 사운드를 통해 꽤 만족스러운 전투 경험을 맛볼 수 있다. 
 
다만 다수전의 전투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 여러 적에게 스택을 쌓을 수 없는 좁은 범위 스킬을 사용하거나 실수로 적을 놓쳐 스택 쌓기에 실패하면 모든 적을 처치한 뒤 남은 적에게 다시 스택부터 쌓는 전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수전만 보완하면 모든 캐릭터가 동시에 전투하는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이다.
 
전투 자체는 손맛도 괜찮고 보는 맛도 있다
 
특히 궁극기 컷신은 매력적인 캐릭터 모델과 함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다수전은 한 마리 샐 때마다 피곤해진다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선보인 콘텐츠는 동시대 라이브 서비스 중인 아니메풍 오픈월드 게임과 지향성이 다르다. 기존 오픈월드 게임들이 이미 만들어진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설비를 직접 건설하면서 게이머가 생각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게임이 가볍지 않다. 물론 이성만 다 쓰고 흔히 말하는 일일 숙제만 한다면 다른 게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조금이라도 '효율'과 '이익'을 생각한 순간 다른 게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내세우는 콘텐츠, 오픈월드에 직접 시설을 만드는 행위는 꽤나 신선하고, 게이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콘텐츠라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된다.
 
남들이 유행에 맞춘 빠르고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때 그리프라인은 자신만의 재미를 찾아 독특하고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아방가르드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다른 게임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만큼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될 것이다.
 
제 새 와이프애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성수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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