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게임 개발자 출신의 CEO란 이유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엔트리브소프트 대표 김준영. 결국 그는 자신이 8년간 일궈왔던 이 회사로 100억원 대 자산가가 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그의 성공 결과엔 어딘가 석연치 않는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엔트리브소프트 김준영 대표가 때 아닌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엔씨소프트로의 피인수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김 대표가 경영 방어권으로 사용될 수 있는 '히든카드' 엔씨소프트 주식 전량을 돌연 매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엔트리브 사외이사 자리에 엔씨소프트의 주요 임직원들이 선임된 점까지 새삼 거론하며 김 대표의 거취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 왜 먹튀 논란인가
김준영 대표 '먹튀 논란'의 시발점은 엔씨소프트가 엔트리브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난 2월 중순이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엔트리브 최대주주였던 SK텔레콤으로부터 엔트리브의 지분 63.37%를, 김준영 대표 외 10인에게 12.98%의 지분을 인수하며 엔트리브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 김 대표 외 10인은 지분 양수도 대금을 현금이 아닌 엔씨소프트 지분을 주고받기로 합의한다. 엔트리브 주식과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서로 맞바꾼 셈.
이중 김준영 대표가 엔씨소프트 측에 넘긴 엔트리브 지분은 111억7400만원 규모의 7.86%(25만6283주)로, 김 대표는 이 댓가로 엔씨소프트 지분 0.17%(3만7680주)를 넘겨 받았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1주당 평가액은 26만6893원으로 이는 약 100억5000만원 규모다.
당시 양측의 이 같은 합의는 김준영 대표의 엔트리브 경영권 보장 동시에 책임경영에 대한 목적을 심어주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됐다.
자회사인 엔트리브의 경영성과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고, 또 이를 토대로 경영성과 창출에 대한 의지를 더욱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
또 김준영 대표 입장에서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실제 김준영 대표에게 돌아간 엔씨소프트의 지분율은 0.17%에 불과했지만, 이는 김택진 대표(24.73%), 엔씨소프트(9.01%), 이희상 부사장(0.23%)에 이은 4대 주주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의 경영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그런데 김준영 대표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건네받은 지 불과 나흘만인 지난달 13일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시세 변동으로 나흘 만에 8억 1000만원 가량의 차액을 남기긴 했지만 넘겨준 엔트리브 지분 금액을 고려하면 약 3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셈이다.
다만 2003년 12월 김준영 대표가 엔트리브를 설립했을 당시의 자본금이 1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설립 8년여 만에 자본금의 108배를 뻥튀기, 현금화시킨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한 회사의 대표로써 인수된 회사 경영진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절대 새주인이 된 회사의 지분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영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체기에 빠진 엔트리브의 부흥을 꿈꾸기보다 현실과 타협한 것으로 비쳐진다"며 "출범 당시 김 대표가 품었던 벤처정신이 상실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회사를 대형업체에 비싼 가격에 넘기고 손을 털려는 모양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애초에 엔트리브 주식을 넘겼을 때부터 먹고 튀려는 생각을 깔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 엔트리브 경영권 전면 교체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도한 직후 엔씨소프트 경영기획실의 현무진 상무이사와 투자경영실 정인영 실장이 엔트리브의 사외이사로, 라성찬 경영관리본부 전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일각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통상 인수 작업이 완료된 기업의 경영권 인계과정에는 주요 임원진들의 물갈이가 선행된다. 실제 최근 넥슨에 피인수된 JCE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넥슨의 핵심 인력들이 사내이사로 배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엔트리브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로 대주주가 바뀌면서 경영권은 물론 전직원에 대한 고용승계까지 보장받았다"며 "엔트리브에 경영권 변화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주주 교체이후 김준영 대표가 엔트리브의 지분을 줄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판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획취재팀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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