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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대부분 버그입니다. 공식 기술로 발전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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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 해당 기술의 창시자로 알려진 유저가 시연한 뭉치기 리콜
출처 = 유튜브

최근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 사이에서 발견된 신기술인 '뭉치기 리콜'(패트롤 리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비터(중재자)의 기술인 리콜은 본래 가로, 세로 4타일 범위 내에 존재하는 유닛을 전송하여 적을 불시에 기습하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이 테크닉을 사용할 경우 같은 공간 내에 유닛을 조금 더 조밀하게 욱여넣어 한꺼번에 더 많은 유닛을 순간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많은 프로토스 게이머들은 이 신기술이 대 테란전에서의 히든카드로 쓰일 수 있음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처럼 리콜을 사용해 병력을 전송할 경우 스파이더 마인 몇 기만 심어놔도 손쉽게 무력화가 가능한 수준밖에 보낼 수 없던 것에 반해 아콘 소환, 또는 프로브의 채집 명령과 동시에 한점에 패트롤만 찍고 리콜하면 되는 간편한 방법으로 시즈 탱크로 도배된 전선을 무시하고 적진에 다수의 병력이 직접 난입하여 물량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전략에 대해서 사람들은 버그로 규정하여 금지시켜야 한다는 쪽과 뭉치기, 비비기처럼 공식으로 인정받은 기술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개발사인 블리자드 측에서는 일반 토론장의 논제(링크)를 통해 이를 게임적인 허용으로 볼 수 있는 글리치(Glitches)인지 악용할 수 있는 버그(Exploits)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파악을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당장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타격 판정을 잡기로 강제 연결하는 던파의 '끌어잡기' 테크닉은 P2P 통신 방식 때문에 생긴 버그였지만 지금은 공식 기술화됐다
출처 = 유튜브

버그 없는 프로그램이 없듯이 예로부터 이렇듯 게임적 허용의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버그성 테크닉은 어떤 게임에나 존재해왔다. 여전히 음지에 꽁꽁 숨어 있어 아는 사람끼리만 쉬쉬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재미와 실용성, 멋을 모두 잡은 덕분에 공식으로 인정받아 양지로 나온 기술도 몇몇 존재하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개발자 또는 제작사에서 기술로 공인한 가장 유명한 사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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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공식 포스트인 '유닛 집중 조명 - 저그편'에서 소개된 뮤탈 뭉치기 컨트롤 예시
출처 =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유닛 집중 조명 - 저그편 포스트

서두에서 소개한 패트롤 리콜의 원류가 되는 기술이 바로 '뮤탈 뭉치기'다. 뮤탈리스크와 같은 다수의 공중 유닛과 화면 밖에 위치한 종류가 전혀 다른 유닛을 시프트+클릭으로 부대 지정하여 움직일 경우 유닛이 충돌 크기를 무시하고 한점으로 뭉쳐 기동하게 되는데 이렇듯 뮤탈 뭉치기를 잘 활용하면 적의 화망에 노출되는 뮤탈의 수를 줄이면서 적에 대한 공격은 집중하는 일점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 뮤탈 뭉치기는 일꾼 비비기, 스탑러커 등 스타크래프트의 버그성 테크닉 중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제작사인 블리자드 차원에서 정식 테크닉으로 인정받아 유저들에게 소개됐다는 점 때문인데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유닛 집중 조명 - 저그편(링크)에서 '프로 선수처럼 뮤탈리스크 뭉치기'라는 항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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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호의 빌드를 체크하고 견제하던 이제동은 마린이 나오자 일꾼비비기로 미네랄을 뚫고나가면서 드론을 생환시킨다
출처 = 이영호 아프리카TV 개인방송 클립 중 일부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뮤탈 뭉치기와 함께 가장 유명한 버그성 테크닉으로는 '일꾼 비비기'가 있다. 각 종족의 일꾼인 SCV(건설로봇), 드론(일벌레), 프로브(탐사정)는 일반적인 전투 유닛의 명령인 공격, 정지, 위치 사수 외에도 자원 채취와 건물 제작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데 이 두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일꾼은 유닛 충돌을 무시한다는 특성을 활용한 기술이다.

이는 실제로 상대방이 오버로드(대군주), 드랍쉽(수송선), 셔틀 (왕복선)을 활용한 기습 공격에 대처할 때 일꾼을 최대한 좁은 공간에 구겨넣어 이동시키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미네랄로 입구가 막힌 반섬맵의 특수한 지형을 돌파하여 자원 수급을 용이하게 하거나 캐논 러시에 사용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 강민과의 매치에서 일꾼 비비기로 몰수패를 받았던 박지수는 버그테란, 정벅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출처 = 사진 제공 oGs

단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적측에서 유닛으로 막은 입구를 비벼서 뚫고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는 것은 '테크닉'이 아닌 '버그를 악용한 것'으로 간주하여 프로 경기에서 몰수패로 판정한 사례가 몇 있다. 때문에 일꾼 비비기는 뮤탈 뭉치기와 비교하면 의견이 조금 갈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대전격투게임에서는 캔슬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보통 캔슬은 사기 캐릭터가 아닌 이상 존재하는  모든 동작의 딜레이를 제거하여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더 큰 이득을 위해 빠르게 다음 기술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일부 캔슬 테크닉은 정확히 이와 일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티아맷(굶주린 히드라)로 구사할 수 있는 캔슬 테크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하여 소개하는 영상
출처 = 유튜브

가장 대표적인 캔슬 테크닉은 히드라 캔슬과 평캔이 있다. 히드라 캔슬은 하위 공격 아이템인 '티아맷'과 그 업그레이드 아이템인 '굶주린 히드라'로 구사할 수 있는 기술로 아이템을 직접 사용할 경우 1회의 기본 공격 모션과 함께 플레이어 챔피언 주위를 공격하는 액티브 효과 '초승달'이 챔피언의 동작을 대부분을 중단시키고 먼저 나가는 우선순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이 아이템을 활용하는 챔피언 대부분은 기본 공격 기반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 테크닉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수차례의 공격을 욱여넣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레넥톤의 경우 한 번의 시전으로 기본 공격을 최대 3연타하는 기술인 무자비한 포식자(W)의 끔찍한 후 딜레이를 아예 생략하는 것이 가능해 무의미하게 팔을 휘적거릴 시간에 초승달 효과에 더해 기본 공격 또는 양 떼 도륙(Q)을 추가로 넣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히드라 계통의 아이템과 무척 궁합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The shy(강승록)의 영상을 보면 평캔과 히드라 캔슬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전사 포지션 챔피언인 리븐만이 구사할 수 있는 Q평캔(통칭 평캔)은 일부 장인 유저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돌다가 대중화되면서 공식으로 인정받은 버그성 테크닉이다.

리븐의 공격 스킬인 부러진 날개(Q)는 3번까지 시전이 가능한 돌진형 공격 기술로 기본 공격의 딜레이를 제거할 수 있긴 하지만 역으로 부러진 날개 이후 기본 공격을 하기까지 후딜레이가 존재한다는 장단점이 뚜렷한 스킬인데 이를 공격 후 가까운 빈 공간을 찍어 그 후딜레이조차 없앨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리븐 유저들은 평캔 테크닉 구사가 가능할 경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콤보를 넣을 수 있으며 스킬 시전 후 기본 공격에 추가 피해를 입히는 지속 효과와의 시너지까지 뛰어나 아이템이나 라인전 메타가 리븐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땐 무적의 포스를 내뿜기까지 했다.

▲ 리븐의 Q평캔 테크닉을 아예 로직화시켜 누구나 시전할 수 있게 만들어 논란을 빚었던 6.20 PBE 업데이트 당시의 영상
출처 = 유튜브

더군다나 제작사인 라이엇에서는 평캔을 일종의 기술로 공인한 것으로도 모자라 패치를 통해 기술 구사를 쉽게 만들어 특정 챔피언 편애 논란까지 불러온 바 있다. 어찌 보면 이제는 대중적으로 보급된 버그성 테크닉이라 할 수 있겠다.

■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


▲ 웹툰에서 표현된 스왑 테크닉을 구사하는 모습
출처 = 소녕Aziz작가의 <리얼 라이어> 15화 중 일부

FPS/TPS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전투 중에 수시로 무기를 교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잠시라도 손가락을 놀리지 않으면 좀이 쑤시나 싶을 정도로 정신 산만한 이 동작을 보고 슈팅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허세 동작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는 플레이하는 게임의 종류나 사용하는 무장에 따라 유의미 수준을 떠나서 사기론까지 나올 수 있는 버그성 테크닉의 일종인 '스왑'이다.

스왑은 사실 전략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주무기를 들고 이동하는 것보다는 권총이나 근접무기를 든 상태에서의 이동속도가 더 빠르기에 기동력의 확보할 수 있고 저격소총으로 줌을 당겨 사격한 뒤 주변의 정황을 살피기 위해선 1~2회의 우 클릭과 같은 추가 동작이 필요한데 이를 원버튼 혹은 휠을 굴리는 스왑만으로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왑이 버그성 테크닉으로 취급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격 후 큰 반동 때문에 조준점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무기는 스왑을 통해 이를 손쉽게 초기화할 수 있으며 볼트 액션식 저격소총과 같이 사격 후 다음 사격까지의 딜레이가 긴 일부 무기는 아예 스왑을 통해 이를 제거할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DPS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위력이 강한 대신 반동과 재사격 딜레이가 큰 무장(특히 저격소총 계열)의 약점을 모조리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았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불러오고 있지만 어쭙잖게 모양새를 따라 할 순 있어도 생각보다 효율적인 구사가 쉽지 않고 재미있는 기술이라고 평을 내리며 지지하는 개발자들도 많아 반쯤 공인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여론을 의식하여 스왑을 통해 시야를 빠르게 전환하거나 기동성을 늘리는 전략적인 가치를 인정하되 조준점이나 재사격 딜레이를 제거하는 기능은 삭제하는 방향으로 고쳐진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왑 테크닉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1.6버전 이후로는 스왑을 통해 필요 이상의 이득을 취할 수 없는 구조로 변한지 오래다.

▲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의 버니홉 가이드 영상
영상 출처 = 유튜브

버니홉 또한 무의미해 보이는 잔동작이 실제로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스왑과 맥락을 같이하는 버그성 테크닉이다. 

그 원리는 점프 동작 중 추가 가속도가 붙는다는 소스 엔진의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일정한 타이밍에 맞춰 점프를 반복하여 이동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인데 이 테크닉을 구사하는 플레이어들은 쉴 새 없이 점프만을 반복하기에 마치 토끼 뜀을 하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버니홉'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됐다. 

이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저들은 엄청난 기동성으로 맵을 휘젓고 다닐 수 있으며 개전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거나 기습하는 등 활용이 가능해 굉장히 영향력이 크지만 의외로 대회에서까지 이에 횟수 제한을 거는 경우는 있어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유인즉슨 구사 난이도가 굉장히 높고 게임 설정으로 제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 결론

▲ FPS의 스왑 테크닉과 게임 특유의 기동성이 결합되면서 탄생한 <건즈 온라인의 테크닉> '스텝'
영상 출처 = 건즈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게임적 허용으로 공인받은 버그성 기술들은 플레이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타협점을 찾은 사례들이지만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원래는 없어져야하는 것들이 맞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허용할 경우 게임의 전체적인 맥락을 익히는 것보다 일부 기술의 숙련도가 게임을 즐기거나 승리하는데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건즈 온라인>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지만 종래에는 신규 유저의 유입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던 '스텝'의 사례처럼 결국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숙련자들 통칭 '고인물'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버그성 기술은 어디까지 허용하는 게 정답일까? 프로그램에서 버그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한 이 문제는 영원한 미결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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