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 '자기통제'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게임을 술,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다.
2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강원대학교, 아주대학교, 서울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한국리서치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게임과몰입과 게임문화: 게임이용자 패널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내 게임 연구 전문가들이 지난 2014년부터 약 2년 동안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게임 이용자패널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학술 토론회였다. 심층 분석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게임과몰입 현상을 의학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게임문화를 돌아보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마련됐다.
▲ 정의준 건국대학교 교수
"게임중독은 정신 질환이 아니다."
이날 정의준 건국대학교 교수는 게임과몰입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게임 이용이 마약 중독과 같이 뇌의 변화를 야기한다는 보고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연구가 근거"라며 "게임중독이 다른 중독 물질과 같이 정신질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잠재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영향, 임상 과정, 질환의 확산 등을 규명하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견해는 병리적 혹은 인지적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병리적 관점은 게임 과몰입에 따른 결과를 강조하기 때문에 게임 이용 시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손꼽힌다.
반면 인지적 관점에서 게임 과몰입은 사회심리적 원인 및 자기통제 문제를 고려한다. 이로 인해 게임 이용 시간보다는 자기통제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과 심리, 사회적 요인들을 따진다.
두 관점 모두 완벽하진 않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병리적 관점은 게임이 직접적 원인으로써 과몰입을 일으킨다는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데이터가 요구된다"며 "인지적 관점은 사회심리요인을 중심으로 종단연구를 실시해 자기통제를 통한 과몰입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초·중·고등학생과 학부모 2천 명을 대상으로 게임과몰입 현상을 연구했다.
그 결과 게임 과몰입의 가장 큰 요인은 '자기통제' 능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기통제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학업과 같은 스트레스였으며 부모의 과잉간섭은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게임과몰입에 이르는 과정이 먹이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 교수는 "스트레스가 높고 자기통제 능력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게임 과몰입 가능성이 높다"며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 장예빛 아주대학교 교수
"주말에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게임 과몰입 줄일 수 있다."
장예빛 아주대학교 교수 역시 지난 18개월 동안 총 1264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가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는 초·중·고등학생 3개 그룹으로 나눠 자녀의 학업스트레스, 자기통제,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부모 관련 변이들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자녀가 스스로 자기통제를 키워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가 곁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계 핵심이었다.
장 교수는 "왜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는지 원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결국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자녀의 학업스트레스를 낮추고 자기통제 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3가지를 주문했다. ▲자녀에게 항상 일관되고 합리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애정 어린 양육을 펼칠 것 ▲부모 스스로 행복감을 가지고 일정 수준의 자기통제를 자녀에게 보여줄 수 것 ▲자녀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 등이다.
장 교수는 "지나친 간섭은 표면적인 통제는 가능할지 모르나 자기통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자녀에게 부담이 되는 과도한 기대가 아닌 '무엇을 해도 우리 부모님은 나를 믿어주신다'와 같은 자녀의 자신감을 북돋을 수 있는 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csage82@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