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수 있는 상대와 경기를 보는 팬들이 있다면 e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다"
강도경 KT 롤스터 감독은 21일 서울 삼성동 게임문화재단에서 '게임은 e스포츠다'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강 감독은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1999년 데뷔 이후 '저그대마왕'으로 명성을 떨쳤다. 현재는 KT 롤스터의 '스타크래프트2' 감독으로서 현직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강 감독은 지난 17년간의 e스포츠 역사를 되짚었다. 그는 국내 e스포츠 역사의 산증인으로 e스포츠 태동부터 마지막 본좌로 불리는 이영호 선수의 탄생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강 감독은 "1996년 여름 PC방이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1998년 발매된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PC방 붐이 조성됐다"면서 "PC방과 스타크래프트의 시너지로 e스포츠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전설적인 라이벌인 임요환과 홍진호 두 선수의 등장으로 최대 부흥기를 맞았다. 2002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SKY 스타리그결승전은 게임 대회 최초로 야외에서 치러졌고 1만 5천여 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2007년 4월에는 전 세계 최초로 군 게임단인 '공군 ACE'가 창단됐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영호 선수는 2011년 프로게이머 최초로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강 감독은 "언제까지 '스타크래프트1'만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e스포츠도 곧 끝날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스타크래프트1 리그만 14년, 리그오브레전드(LOL)도 벌써 4년 넘게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는 대중 문화로서 혼자가 아닌 다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더 많은 시장에서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수와 감독을 모두 지낸 강 감독은 프로게이머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감독은 "프로게이머는 과거와 달리 자고 일어나면 밥먹고 게임만 하는 상황"이라며 "코칭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일과에 따라 하루에 10시간 정도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선수가 연습을 하라고 해서 듣는 건 아니다"며 "부모처럼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도 하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사소한 것부터 모두 신경쓰고 있다"며 코치와 감독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게임도 e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TV나 인터넷으로 나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모바일 기기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지웅 기자 csage82@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