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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간16주년] 외산 게임이 대세이던 시절,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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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플레이스테이션을 필두로 한 일본 콘솔게임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일부 국산 PC 패키지게임이 선방을 하는듯했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은 대부분 일본산 콘솔게임이었으며,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지금의 피시방과도 견줄법했던 '오락실' 게임도 대부분 일본산 게임으로 가득했었다.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을 제대로 즐긴다 하면, 당연스럽게도 해외 게임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현실이었다.

▲ 국내 게임시장에서 일본 게임의 부흥기를 일으킨 플레이스테이션

하지만 이러한 해외 게임 열풍에도 한가지 큰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언어의 장벽'이었다. 지금이야 많은 게임이 한글 자막이나 한글화 작업 등을 진행하며, 현지에 맞춘 로컬라이징(현지화) 작업까지 제대로 하기 떄문에 별문제가 없다. 당시 해외 게임은 제대로 된 정식 발매가 이뤄지지 않아 당연하게'한글화'도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한글화가 되지 않은 해외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유저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해외 게임을 즐기던 유저는 어떤 유형이 있었을까? 당시 게임을 좀 했노라 했던 유저의 유형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까막눈 유형, 게임은 눈과 마음으로 한다!

가장 많은 유형 중에 하나는 바로 까막눈 유형이었다. 영어는 대충 학교에서 배운 정도만 알고 일본어는 생판 모르지만, 게임 내 이미지와 숫자 등을 유추해가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다.

이런 유저는 대개 대전 액션과 같은 언어의 장벽이 비교적 낮은 게임을 선호했으며, 롤플레잉이나 시뮬레이션처럼 언어가 중요한 장르에 대해서는 이미지나 숫자 등을 눈여겨 보며 진행하는 경우가 잦았다.

일부 유저는 특정 일본어 단어를 '이미지화'해서 읽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뜻인지 알아듣는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예컨대 'たたかう(싸우다)'같은 기본 메뉴 단어를 언어로써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써 외워 타게임에서도 이해하기도 했다.

▲ '읽는 법'도 '뜻'도 모르지만 뭔 내용인지 눈치로 알 수 있었던 시절

◆ 컨닝 유형, 공략집 하나면 만사 오케이!

요새야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 덕에 게임 진행 중에도 모르는 부분은 조금만 검색하면 시원스레 해결할 수 있다. 허나 당시 롤플레잉이나 시뮬레이션 게임 등은 공략집 없이 숨겨진 모든 요소까지 클리어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이때문에 원하는 신작 게임이 나오면 다음달 게임 잡지를 사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공략본은 대부분 메뉴 해석부터 시작해서, 아이템 번역, 스킬 번역 등을 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대사가 중요한 게임의 경우 공략집에서 전체 해석본을 담고 있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공략본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었다.

▲ 게임잡지는 게이머의 필수품이었던 시절이 있다.

◆ 열공파 유형, 대사를 알지 못하면 답답해버렷!

히라가나나 가타카나 등 기본을 익힌 후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유형도 있었다.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다는 이유 덕분에 많은 유저가 일본어에 도전했으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쉽사리 읽기도 했다. 특히, 연애 시뮬레이션과 같은 장르는 호감도에 따른 대사가 다소 즉흥적이었기 때문에 공략집을 보며 플레이하기에는 즐거움이 반감됐기 때문에 도전 욕구 상승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많은 게이머를 좌절케 하는 장벽이 있었으니 바로 '한자'였다. 신문에서도 한자를 빼야 한다며 한창 순한글 위주로 진행되던 타이밍이었던지라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 게이머는 롤플레잉은 물론 비주얼 노벨이나 사운드 노벨 등 공략집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장르까지 두루 섭렵하는 위용을 뽑내기도 했다.

▲ 도키메키 메모리얼 같은 연애시뮬레이션은 직접 읽어가며 플레이해야 제 맛


콘솔게임이 대세였던 시절이 지나고, 온라인게임 위주로 발전한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외국어로 구성된 게임에 낯설어 하는 젊은 유저층도 많다. 굳이 외국 게임이 아니어도 할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외국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형태는 진화했다. 공략집을 참고하는 수동적인 형태에서 직접 번역하고 나아가 게임에 한글 패치를 하는 유저도 간간히 등장했으며, 단순히 한글 번역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래픽 적인 요소에까지 참여하는 등 전문가형 유저도 속속 등장했다.

▲ 스팀 워크샵을 통해 배포된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한글패치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공개당시 큰 충격을 주었던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도 유저에 의해 한글화가 완성 됐으며, 바이오웨어의 최신작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은 유저들이 모여 온라인 공개 번역을 진행하는 등 외산 게임에 대한 유저의 자세가 좀 더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 만 하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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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97 항정살먹긔 2015-09-16 16:22:53

정말 꼼꼼히 잘 쓰셨네 잘봣ㅆ브니다.

nlv24 하늘이신 2015-09-16 16:23:22

최고네요 이기사 게임조선 이번 창간기사들은 참 알찬것 같습니다. 좋습네다

nlv227_0157 조선검성 2015-09-17 21:14:13

원하는 게임공략을 다룬 게임잡지 사려고 매주 한달을 기다렸던 기억이나네요. 일어도 드래곤퀘스트인해서 히라가나 가타카나 배웠는데...벌써 이런게 추억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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