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 입점한 게임들도 한글을 지원하면 국내법상 등급분류(심의)를 받아야하나?
이 문제는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박주선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스팀에 입점한 게임들 중 한글을 지원하면서 국내법상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다수 있다’는 현황을 지적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스팀 게임들도 한글을 지원하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른 심의(등급분류)를 받아야 할까? 이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한국 게임법상 미심의 게임 유통은 ‘범죄’
일단 게임법부터 살펴보자.
게임법에 따르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 진열, 보관하는 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유통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
◆ 국경을 초월하는 웹게임,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의 확산
게임법의 등급분류 관련 규정은 게임이 패키지, 아케이드 게임기, 게임팩 등 실물이 있는 형태로 유통되는 시대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각 국가별로 게임을 유통하는 유통사가 존재했고, 그 유통사가 한국 시장에 유통할 때 심의를 받으면 합법이고 받지 않고 유통하면 위법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로, 실물을 주고 받을 필요 없이 국가간에 인터넷만 연결되도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웹게임도 있고, 스팀 같은 패키지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를 여러 국가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다.
◆ 인터넷 게임 유통을 하는 외국 업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그러면 게임법을 적용할 때 외국 업체들의 인터넷 게임 유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 게이머가 외국에 직접 가지 않고도 미국, 유럽, 그리고 다른 국가의 업체가 서비스하는 웹게임,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스팀에 있는 패키지 게임들도 포함된다. 이런 게임들도 모두 한국, 한국인을 상대로 게임 유통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할까?
만약,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전 세계의 모든 게임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한국을 상대로 한 게임 유통’ 이라고 간주한다면, 한국 게임법상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 게임 서비스는 한국 게임법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 적용 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렇게 적용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외국에 있는 업체를 게임법 조항 위반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서 형사처벌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한다.
◆ 어떤 경우가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에 해당하나?
확인해보자면 어떤 경우를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이라고 봐야할까? 이것은 법률이나 시행령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현재 이를 정해주는 조항이 게임법이나 게임법 시행령에는 없다.
현재 게임법은 패키지와 아케이드 게임기 등 실물이 있는 게임 유통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지, 인터넷으로 국경을 초월해서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것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구)게임물등급위원회 시절부터 ‘어떤 경우가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유통이냐’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을 스스로 정해서 외국업체에게 적용했다.
웹게임 ‘부족전쟁’의 한국 서비스 차단이 그 사례다. 외국 게임이지만 한글을 지원하고 한국인 운영자도 존재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당시 게임위는 그 게임이 한국을 상대로하는 게임 유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그 게임이 한국에서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게이머의 접속을 차단했다.
◆ 스팀 게임이 한글지원을 하면 ‘한국인에 대한 게임 유통’인가?
그렇다면 스팀은? 스팀은 외국 서비스이며, 입점한 게임들도 대부분은 외국 개발사/퍼블리셔의 게임이다. 그런데 서비스되는 게임들 중에는 한글을 지원하는 게임도 있고, 한국인 사용자를 위한 트위터나 커뮤니티도 개설되어있다.
하지만 스팀 게임에 있는 개발사/퍼블리셔들이 ‘한국을 상대로 게임 유통을 하고 있다’라고 간주하고 등급분류를 요구할 근거가 현재 게임법에는 없다. ‘이 게임의 경우 한글을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유통이다’라고 간주할 수 있는 규정도 게임법에는 없다.
한글이 지원된다는 점만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해당 개발사는 ‘한글 지원은 한글을 사용하는 해당 지역인들에 대한 편의를 위한 것이지, 한국에 유통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한글 지원을 삭제해버리면 끝나는 일.
◆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인지는 게임위의 판단에 따라 정해지는 현실
결국 부족전쟁 같은 사례나 스팀 같은 경우든 한국 서비스가 차단되는지의 여부는 법률이 아니라 게임위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인해 정해진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요소다.
지금은 차단되지 않은 외국 게임 서비스라도 언제 갑자기 게임위의 판단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 지난 여름에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됐던 페이스북에 있는 몇몇 게임들의 PC 버전이 이를 방증한다.
◆ 법률 개정이 해결책,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을 정해줘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법률 개정이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없는 게임 유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를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규정을 해줘야 한다.
아니면 아예 게임등급분류 제도 자체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방법도 있다. 박주선 의원의 주장대로 한국 업체에 대한 ‘등급분류’라는 족쇄를 아예 풀어버리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
어떤 방향이든 게임법이 현실에 맞게끔 법률이 개정되야 외국 게임 서비스 업체와 게임위의 대응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하고, 외국 게임 업체에 과금한 한국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문제가 지금 상태로 방치된다면 제2의 스팀, 제2의 페이스북 게임이 등장했을 때 똑같은 논란만 반복될 뿐 소비자의 불안은 계속될 뿐이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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