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번의 경험 끝에 모바일 비즈니스와 같은 미들웨어 산업과 벤처기업에는 절대 몸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대학 졸업 직후 기계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국내 유명 증권사에 취업, 개발 및 서버·클라이언트 관련 업무를 담당했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그저 일로만 여겨질 뿐 업무를 통한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모바일 벤처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속된 말로 고생만하다 끝이 났다. 이젠 미들웨어와 벤처라면 말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2010년, 그는 벤처 모바일게임사 '링크투모로우'를 창업한다.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취업기피 1·2호 모바일 미들웨어와 벤처 요소를 모두 갖춘 분야에 스스로 투신한 것이다.
처음 그가 창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당시 주변의 만류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출신의 재원이 잘 나가는 증권사도 모자라 대형 게임사까지 만류하고 미래가 담보되지 않은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창업 직전 그는 국내 유수의 게임사인 NHN한게임에서 게임기획 분야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도 잠시, 그는 창업 2년 반여 만에 천만 다운로드 게임 '캔디팡', '윈드러너'를 연이어 탄생시키며 일약 스타개발자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이는 '윈드러너의 아버지' 이길형 링크투모로우 대표의 이야기다.
◆ 카이스트 출신 수재, 대기업 마다하고 벤처 게임사 설립
이길형 대표가 유수의 기업들을 박차고 벤처 게임사 대표를 자처했던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주변의 환경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게임의 개발에만 집중하고 싶었다는 것.
"사람 많은 대기업의 특성상 게임개발 외에도 구성원간의 문제나 잦은 책임자 교체에 따른 개발방향 수정 등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내가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외부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개발에만 힘을 쏟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 직접 살림을 꾸려나가면서 느낀 점이라면 급여를 못받던 벤처기업의 직원 시절보다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할 때가 마음이 더 아프다는 것이었다. '미들웨어, 벤처에는 절대 가지 말아야지' 마음먹었었는데 내가 직접 회사를 차리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웃음)"
한게임 시절부터 약 십 년 가까운 무명시절 끝에 스타개발자로 발돋움한 이길형 대표는 현재의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게임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손자회사로 편입됐어도 개발 스튜디오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외부압박에 대한 걱정도 없다고 한다.
대기업 조직문화가 싫어 한게임을 박차고 나왔던 그였지만 위메이드의 최고 의사결정자 3명과 링크투모로우가 추구하는 게임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과 함께라면 해볼만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 실제 이 대표가 위메이드와 같은 길을 가기로 결정한 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타고난 '캐주얼DNA'…게임아이템 특허 노하우까지
링크투모로우가 써내려간 기록들은 위메이드 관계사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이 회사의 모바일게임 데뷔작인 '캔디팡'이 출시 20일, '윈드러너'는 12일 만에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이 두 개 게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미했지만 '슈가팡'의 성적까지 더하면 세 작품의 다운로드 수는 3천만 건을 훌쩍 넘는다.
이길형 대표는 '윈드러너' 등 출시작들의 연이은 히트 배경을 링크투모로우 특유의 '캐주얼 DNA'에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비롯한 구성원들 모두가 캐주얼게임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 이길형 대표는 과거 한게임에서 '사천성', '윷놀이'를 비롯한 다수의 캐주얼게임을 담당하며, 해당 게임의 아이템 특허까지 따냈던 저명한 게임기획자다.
또 여기에 링크투모로우의 초기작인 '베이스볼 워즈', '에픽스토리' 등 웹기반의 소셜게임 서비스 경험이 있기에 모바일 캐주얼 장르에서도 보다 빠른 안착이 가능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 대표는 " '캔디팡' 이전에 선보였던 두 개의 소셜게임을 통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거뒀다"면서 "캐주얼이라는 장르는 잘 잡았는데 창업하던 시기가 페이스북, 싸이월드 앱스토어 등의 소셜게임 플랫폼이 힘을 잃어가고 있던 때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비록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카카오톡과 같은 메세지 기반의 모바일 게임환경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면서 "더불어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캐주얼 장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유행보다 '반 발자국' 앞선 캐주얼게임 제시
이길형 대표는 앞으로도 링크투모로우가 잘 했고,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멀티플랫폼 게임도 그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개인적인 바람 중 하나가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나가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운을 뗀 이 대표는 "애니팡', '캔디팡' 등과 같은 퍼즐류의 게임들이 유행처럼 번져 나갈 당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윈드러너' 개발에 매진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면서 "현재 2~3개 가량의 프로젝트를 기획 중에 있는데, 최종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게임으로 완성시켜 나갈지는 좀 더 두고본 뒤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용자들의 게임사용 패턴에 맞춰, 그 시기에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그의 목소리다.
이길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고급 레스토랑의 2시간 짜리 코스요리도 좋지만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음식이다. 온라인 MMORPG가 레스토랑의 요리라면 비교적 짧은 개발기간이 투입되는 패스트푸드는 모바일게임에 비교할 수 있다. 같은 햄버거라도 패티의 품질과 굽기 정도 등에 따라 사람들이 더욱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차별적 요소를 최대한 살린 모바일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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