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앞으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만 걸으면서 한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세상을 원망하진 않았다
사랑하는 가재가 항상 내편이 되어줬으니
오늘밤 너에게 청혼하려 만들어놓은 이 진주목걸이 전할수가 없게 되었다
남자로 태어나 죽음따윈 두렵지 않다.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으니
하지만 내가 슬픈건 나없이 혼자살아가야할 너 때문이다.
그동안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