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33:55.22 ID:uxwqRYpB0
편지 같은 거 오랜만에 쓰네,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편지를 쓴 게 언제였지?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아마도 그건, 초6의 여름.
그 여름, 반에서 다 같이 타임캡슐을 묻었다.
은색의 공 모양 캡슐에, 당시의 보물 하나랑,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넣었었지.
모두들, 열심히 적었었지. 의외로 재밌다고, 그거.
20세가 되면 그걸 파내자고 정했었지만,
현재, 아무 연락도 받지 않았다.
나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담당한 녀석이 잊어버린 거겠지.
6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35:48.10 ID:uxwqRYpB0
거기서 나는 생각한 거야. 어차피 아무로 파내지 않을 거라면,
나 혼자서 타임캡슐을 파내야지, 하고 말야.
그런 노스탤직하고 로맨틱한,
달콤한 감상에 빠지게 해주는 것을 나는 원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나는 전차로 초등학교에 향했다.
모종삽을 헛간에서 빌려와,
나는 체육관 뒤로 가서,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묻은 장소가 기억나지 않아서 말이지.
미야기는, 계속해서 구멍을 파는 나를,
가까이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기묘한 광경이었겠지.
6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42:30.66 ID:uxwqRYpB0
결국 타임캡슐을 찾은 것은,
구멍을 파기 시작하고 3시간 정도로,
그 때엔 삽을 쥔 손은 물집투성이,
몸은 땀투성이, 신발은 흙투성이였다.
가로등 밑에 가서, 나는 타임캡슐을 열었다.
내 편지만 꺼내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나 고생했으니, 차라리,
전부 훑어볼까하고 나는 생각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반 친구의 편지를 연다.
그 순간까지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편지에는, 마지막에, 이런 칸이 있었어.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입니까」라는 칸이 말이야.
6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47:25.29 ID:uxwqRYpB0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예상은 하겠지만,
거기에 내 이름을 적은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역시나, 하고 나는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가장 빛나고 있던 초등학교 시절마저, 이 모양이다.
단지,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예의 소꿉친구 말인데, 그 아이만은,
「최고의 친구」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편지의 내용 중에 내 이름을 꺼내주었다.
아니, 이걸 위안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제법 허무한 이야기지만.
내 편지와 소꿉친구의 편지만 꺼내고,
나는 타임캡슐을 원래 있던 장소에 다시 묻었다.
떠날 때, 미야기가 타임캡슐을 묻은 장소 위에 서서,
땅을 발로 콩콩하고 고르게 하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6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51:48.68 ID:uxwqRYpB0
막차는 수시간전에 역을 지나갔었다.
나는 역의 딱딱한 의자에 엎드려 누워 첫차를 기다렸다.
이상하게 밝은데다 벌레도 많아서, 자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었지.
한편, 미야기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듯이.
스케치북을 꺼내서, 건물 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근무의 일환이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잠들었다.
첫차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눈을 뜬 나는,
밖에 나가 자판기에서 아이스커피를 샀다.
이상한 데서 자는 바람에,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아직 주변은 약간 어두웠다.
건물 안으로 돌아가니, 미야기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뭐랄까, 인간다운 모습을 드디어 본 것 같네.
아아, 저 아이도 기지개 같은걸 하는구나, 하고 감동했다.
7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5:58:28.79 ID:uxwqRYpB0
감동과 함께, 내 안에서,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남은 인생이 3개월이라는 상황 때문인지도 모른다.
계속 반복되는 실망 때문인지도 모르고,
연속된 긴장, 피로나 아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막 일어난 탓에 잠꼬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단순히 미야기라는 아이가 취향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그 때, 갑자기 나는,
미야기에게 「심한 짓」을 하고 싶어졌었어.
자포자기의 표본이라는 느낌이지. 어쩔 수 없다.
7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02:13.72 ID:uxwqRYpB0
미야기에게 다가가서, 나는 물었다. 「저기 감시원씨」
「무슨 일인가요」하고 미야기는 얼굴을 들었다.
「만약 지금 여기서, 내가 너한테 난폭한 짓을 한다면,
본부 같은데서 나를 죽일 때까지, 어느 정도 걸려?」
그녀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고,
「1시간도 걸리지 않겠죠」라고만 대답했다.
「그럼, 수십 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내가 물으니,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리고,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이상하게도, 미야기는 도망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고 있었다.
7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05:02.42 ID:uxwqRYpB0
「……위험한 직업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나는 미야기의 두 칸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에게서 눈을 돌린 채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내 신경의 흥분은 완전히 가라앉아있었다.
미야기의 포기한 듯한 눈을 보고 있었더니,
이쪽까지 슬퍼져 왔던 거야.
「나 같은 녀석, 적지 않지?
죽음 앞에 머리가 이상해져버려서,
감시원에게 분노의 창끝을 향하는 녀석」
미야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하면 편한 케이스에요.
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 잔뜩 있었으니까요」
7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0:42.28 ID:uxwqRYpB0
「……어째서, 그런 위험한 일을,
너 같이 젊은 애가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렇게 물으니, 미야기는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에 따르면, 그녀에겐 빚이 있는듯했다.
원인은 그녀의 모친에게 있다고 한다.
결코, 대단한 인생도 아닌 주제에,
사채까지 해서 수명을 마구 사들인 듯하다.
그런데도 병으로 간단히 죽어버려서,
그 청구서를 이 아이가 지불하게 됐다던가.
상쾌할 정도로 기분이 더러워지는 이야기였지.
7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2:54.90 ID:uxwqRYpB0
「사채 말입니다만, 제 수명을 전부 팔아서,
겨우 갚을 수 있을지 어떨지 한 금액이에요.
까딱하면 멋대로 수명을 팔 뻔했지만,
거의 포기했을 때, 이 감시원 일을 소개받은 거에요.
이 일, 힘들긴 하지만, 벌이는 굉장히 좋아요.
이대로 계속 한다면, 제가 50세가 될 쯤에는,
전부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0세가 될 쯤에는”, 인가.
이거 또, 힘 빠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마치 그것이 구원인 듯이 얘기했지만,
자기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 수십 년,
나 같은 녀석을 계속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단 거잖아?
7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15:42.86 ID:uxwqRYpB0
「그런 인생, 전부 팔아버리면 되잖아.
50세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 같은 건 없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했다.
「확실히, 실제로, 감시원업무를 하는 중에
감시대상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도, 잔뜩 있어요.
하지만……봐요, 간단히 결정할 순 없어요.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말하곤, 50년 동안 무엇 하나 얻지 못한 채로
죽어간 남자를, 난 한 명 알고 있다구」
「그거, 저도 알고 있어요」라고 미야기는 약간 미소지었다.
왠지 기뻤었지. 내 농담에 그녀가 웃어준 것이.
8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21:15.37 ID:uxwqRYpB0
첫차에 타고, 양복이나 교복에 둘러싸인 채,
나는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미야기에게 말을 걸었다.
「타임캡슐 안에 말이야, 『최고의 친구』에
나를 골라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소꿉친구 그 아이만은,
내 이름을 편지에 적어주었어」
물론, 주변에는 미야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수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한다.
「저기, 다들 보고 있어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됐어. 생각하라 그래. 실제로, 이상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이야, 역에서 다시 생각했는데,
역시 나한테 있어서, 설령 어떻게 바뀌어버렸더라도,
소꿉친구는, 내 인생 그 자체야」
8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6:23:56.15 ID:uxwqRYpB0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녀와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그리고, 나에게 인생을 준 감사표시로,
내 수명을 팔아 얻은 30만을, 그녀에게 주고 싶어.
아마 넌 반대하겠지만, 별로 상관없잖아,
내 수명을 팔아서 번 내 돈이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별로 반대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전차 안에서 얘기하는 건, 이제 그만하죠.
보고 있는 쪽이 부끄러워요」
라고 말하면서도, 미야기는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나는 그대로 거리로 향했다.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커피와 함께 뱃속으로 넘기고,
나는 심호흡을 한 후, 소꿉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8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9:54:19.48 ID:uxwqRYpB0
밤이면 만날 수 있다, 고 소꿉친구는 말해주었다.
상황은 좋았다. 이쪽도 여러 가지로 준비가 필요한 게 있으니까.
나는 미야기의 손을 집고, 붕붕 흔들면서 걸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겐 혼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기분이 들떠있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미야기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끌려 다니기만 했었지.
먼저 미용실에 가서, 2시간 후로 예약을 넣은 나는,
가게로 가서 옷과 신발을 사고, 그 자리에서 갈아입었다.
새 옷을 사는 것은 정말로 몇 년 만이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자른 내 모습은,
왠지 내가 아닌 누군가 같았다.
미야기도 완전히 같은 감상을 말했다.
「왠지, 마치 다른 사람 같네요」
솔직히 말해서 기뻤다. 나, 나쁘지 않잖아!
9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19:57:37.40 ID:uxwqRYpB0
약속시간까지 한가했으니까, 나는 미야기에게 부탁해서,
소꿉친구와 만났을 때의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
어제 친구와 만났던 레스토랑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한다.
정면에 앉은 미야기를 향해 나는 미소 짓고,
「어때 미야기, 괜찮게 보여?」라고 묻는다.
주위에서 보면, 벽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다.
미야기는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대답한다.
「음;, 약간 미소가 굳어있네요.
평소에 웃지 않으니까, 표정 근육이 약해진 거에요」
「그런가. 그럼, 밤까지 단련해 보이겠어」
나는 몇 번이나 웃거나 진지한 표정을 짓거나 하는 걸 반복한다.
「……당신, 뭐랄까, 재밌네요」
「아아. 매력적이지? 반하지 않게 조심하라구?」
「조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심경변화가 격한 사람이네요」
실제로, 제법 들떠있었어, 그 때는.
9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02:56.34 ID:uxwqRYpB0
전화 하고나서 소꿉친구를 만나기까지
대략 8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나에겐 27시간 정도로 느껴졌었지.
5초에 한번 정도 손목시계를 봤던 것 같다.
아슬아슬한 때까지, 미야기와 훈련하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가,
카페 구석에서, 둘이서 시행착오를 하고 있었지.
――그리고, 드디어 약속 시간이 왔다.
약속장소에 와준 소꿉친구를 보고,
나는 그 겉모습이나 말투의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웃는 방법이나 행동이 변하지 않은 것을 알아채고,
그것만으로, 정말로 전화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야」라고 그녀가 말했다. 「잘 지냈어?」
「잘 지냈지, 너는?」라고 나는 대답했지만,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내가 잘 지낸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
9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08:12.45 ID:uxwqRYpB0
겉모습에 제법 돈을 들인 덕분인지,
소꿉친구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꽤 변했네」라고 말하며 찰싹 붙어온다.
뭐라고 할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훈련의 성과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나오는 여유도 있어서,
나는 제법 좋은 인상을 소꿉친구에게 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란 녀석은 말이지, 정말로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야.
근황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소꿉친구를 가로막고,
무려 나는, 수명을 판 것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저기 말야, 나, 남은 목숨이 3개월 밖에 없어」라고
동정을 사는 듯한 태도로 얘기하기 시작했어.
94: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14:48.55 ID:uxwqRYpB0
마음 속 어디선가 나는, 이 소꿉친구라면,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에게 깊게 동정해,
위로해준다고 믿고 있었지.
하지만 얘기를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소꿉친구는 지루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바보취급하는 듯한 얼굴로, 「흐;응?」같은 말을 하는 걸.
물론 잘못된 건 나고, 나쁜 건 나다.
나라도 갑자기, 수명을 사들이는 가게가 어떻니,
감시원이 이렇니, 하는 말을 들어도, 믿지 않겠지.
크게 웃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꿉친구는 「잠시 실례」라고 말하고 일어섰다.
화장실이라도 가는 거겠지,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직후에, 주문한 요리가 2인분 나왔다.
나는 빨리 다음을 얘기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었다.
하지만 소꿉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요리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시 나는 "저질러 버렸다"는 거다.
9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0:09.76 ID:uxwqRYpB0
나는 식은 파스타를 천천히 먹었다.
조금 있으니, 미야기가 정면에 앉아,
소꿉친구 몫의 파스타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식어도 맛있네요」라고 미야기는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나가, 나는 역 앞의 다리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소꿉친구에게 넘겨줄 예정이었던
30만 엔이 든 봉투를 가슴에서 꺼내,
길가는 사람에게, 한 장씩 나누어주며 걸었다.
「그만둬요, 이런 거」라고 미야기가 말한다.
「별로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나는 답한다.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받은 것이 돈이라는 걸 알자,
얇아빠진 감사 인사를 하거나,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거절하는 녀석도 잔뜩 있었고, 더 넘기라고 하는 녀석도 있었다.
96: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3:15.89 ID:uxwqRYpB0
30만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나는 기세가 넘쳐, 지갑에 있는 돈까지 손댔다.
분명 나는, 누군가 신경써주길 바란 거겠지.
「무슨 일 있었나요?」라던가 물어주길 바랐던 거겠지.
33만 엔을 다 나누어주고 나서, 나는 길 한가운데서 멍하게 서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쾌한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택시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건물의 그림자가 진 벤치에서 잤다.
바로 위에 기울어진 가로등이 있었고, 계속 점멸하고 있었다.
미야기도 정면의 벤치에서 자는 듯했다.
여자아이에게 심한 일을 시켜버렸네.
「먼저 돌아가도 괜찮다구?」
내가 미야기에게 그렇게 말하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당신, 자살이라도 할 것 같으니까요」
97: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27:15.69 ID:uxwqRYpB0
잠들 때까지, 나는 바로 위에 펼쳐진 별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밤하늘을 볼 기회가 늘었다. 7월의 달은, 예쁘다.
내가 놓친 것뿐이고, 5월도 6월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처럼, 잠들기 전의 습관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장 좋은 경치를 떠올린다.
내가 원래 살고 싶었던 세계에 대해, 하나부터 생각한다.
5살쯤부터, 계속 하고 있는 습관이었다.
어쩌면, 이 소녀적인 습관이 원인으로,
내가 이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게 된 걸지도.
98: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30:22.27 ID:uxwqRYpB0
6시 정도에 눈을 뜨고, 나는 걸어서 아파트까지 돌아갔다.
거리 외곽에선 아침시장이 열려,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4시간 정도 걸어,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저께의 일도 있어, 양팔 양다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
좀 더 편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잤다.
침대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침대가 정말 좋다.
역시나 미야기도 제법 피곤했던 듯,
감시도 정도껏, 곧장 샤워를 하고,
방구석에서 꾸벅꾸벅하고 있었다.
99: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33:47.33 ID:uxwqRYpB0
책상 위에는, 쓰다만 유서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쓰는 것은 뭔가 바보 같았다.
아무도 내 말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이렇게 되면,
드디어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돈을 마구 쓰려 해도 돈은 어제 다 나눠 줘버렸고.
「뭔가 그 밖에 좋아하는 건 없나요?」
미야기는 나를 격려하듯이, 그렇게 물었다.
「하고 싶었지만, 참고 있던 일이라던가」
거기서 제법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나, 아무래도 좋아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라, 지금까지 뭘 즐거움 삼아 살았었더라?
100: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37:32.94 ID:uxwqRYpB0
예전에 취미였던 독서나 음악감상도,
어디까지나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지.
인생과 타협하기위해 음악이나 책을 이용하고 있었다.
막상 남은 인생이 3개월이 되니,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삶의 보람이 없구나.
자기 전의 공상만을 즐거움으로 살아온 점이 없잖아 있군.
감시원은 말한다, 「별로 무의미한 것이라도 좋아요.
제가 담당한 사람 중에는, 남은 2개월 전부를,
달리는 경트럭의 짐칸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보는데 소비한 사람도 있어요」
「한가하네, 그건」하고 나는 웃었다.
101: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40:35.29 ID:uxwqRYpB0
거기에 미야기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할 때는, 밖을 걷는 게 제일이에요.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죠」
좋은 아이디어잖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점점 이 아이는, 나에게 상냥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감시원은 감시대상에 대해 접하는 방법이 정해져있고,
그녀는 그에 따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미야기의 어드바이스를 따라 밖을 걸었다.
엄청나게 햇빛이 강한 날이었지. 머리가 탈 것 같았다.
금방 목이 말라 와서, 나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샀다.
「아」, 하고 나는 작은 소리를 냈다.
102: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44:32.07 ID:uxwqRYpB0
「왜 그러시죠?」
「……아니, 정말로 별 볼일 없는 일인데.
좋아하는 거, 딱 하나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어」
「말해주세요」
「나, 자동판매기가 정말로 좋아」
「하아. ……어떤 부분이 좋은 건가요?」
「뭘까. 구체적으로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 나는 자판기가 되고 싶었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미야기는 나를 바라보았다.
103: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51:29.82 ID:uxwqRYpB0
「저기, 확인하겠는데, 자판기란 건,
커피라던가 콜라 같은 걸 파는 그거죠?」
「아아. 그 외에도, 구운 주먹밥, 타코야키,
아이스크림, 햄버거, 핫도그,
감자튀김, 콘비프샌드, 컵라면……
자판지는 정말로 다양한 것을 제공해주지.
일본은 자판기대국이라구. 발상도 일본이야.」
「응;그……개성적인 취미네요」
어떻게든 미야기는 응원해준다.
실제로, 별 볼일 없는 취미다. 보는 방법에 따라서는,
철도 마니아를 좀 더 수수하게 한 듯한 취미.
별 볼일 없는 인생의 상징이군, 하고 스스로 생각한다.
105:名も無き被;;774; :2013/05/07(火) 20:54:05.52 ID:uxwqRYpB0
「그래도, 왠지 알 것 같아요」
「자판기가 되고 싶다는 기분이?」
「아뇨, 아무래도 거기까진 이해하기 힘들지만.
자판기는, 언제든지 그곳에 있어주니까요.
돈만 내면, 언제든지 따뜻한 걸 주고.
뚜렷한 관계라던가, 불변성이라던가, 영원성이라던가,
왠지 그런걸 느끼게 해주네요」
나는 조금 감동마저 받았다.
「굉장하네. 내가 말하고 싶은걸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어」
「감사합니다」하고 그녀는 기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