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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오스 | 2019-06-05 00:43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고 왔다. 기관별로 70%인가 반드시 들어야 되는 거라.. 뭐 어차피 이런건 알아두면 좋은 거기도 하고 해서 듣고 왔음.
원래 2시간짜리 교육인데, 강사가 여러분들 바쁘신 거 아니까 쉬는 시간 없이 1시간20분~30분으로 압축해서 끝내겠단다. '뭐 좋지, 오전까지 끝내야 할 일도 많은데' 하고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자기 자랑과 농담따먹기를 10분간 한다.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1위로 '12년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고... 그래서 공공기관에서 무조건 1위강사 데려오려고 하다보니 자기 부르는데가 너무 많고... 여러분 부서에서도 담당자분이 10번씩 내게 전화했고...
님아, 쉬는시간도 아끼면서 진행한다면서 그소리를 꼭 해야 하나요? 내가 방바닥에 누워서 천장 멍하니 10분간 바라보는 건 내 선택이니 시간이 아깝지 않은데, 남의 자랑 강제로 듣느라 낭비되는 시간은 5분도 아깝다고. 뭐 좋다. 강의 참여도를 높이고 강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거라고 치자구.
강의는 전반적으로 낫 배드였다. 강사가 왜 1위강사인지 의문일 정도로 말을 허풍스럽고 자기자랑을 자꾸 해대서 말의 신뢰성이 내겐 떨어졌다는 거 외에는.. 도움 되는 내용도 꽤 많았음. 말하는 거 중에 일부는 뻥일 거 같은데 진실거짓을 판별할 지식이 내게 없으니 일단 다 진짜라 믿기로 했다.
하지만 부분부분 떠오르는 의문은 전혀 해결해주지 않더군. 지금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들었던 의문점을 적어보겠음. 난 이쪽 배경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강의만 듣고 떠오른 의문점들임.
(1)
몇년 전부터? 성폭력 관련 판결은 판결문에 판사 이름까지 해서 다 대외공개한다고 함. 그리고 하는 말이 판사들이 다 비슷한 판결을 할 것 같지만 판사는 다 다르다고 강조하더군.
여기서 의문인게
- 판결문과 형량을 공개하는게 성폭력만 그런 건가?
- 그렇다면 다른 형사사건의 판결에 비해 성폭력만 판사마다 판결과 형량 편차가 유독 크다는 객관적 연구와 분석이 있나? 성폭력 판결 관련 판사 공개는 이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규정인가?
- 그것이 아니라면, 성폭력도 분명 엄중히 판결하고 처벌해야 할 중대범죄지만 세상엔 살인 강도 폐균 등 엄중해야 할 범죄가 많은데 왜 성폭력만 특별취급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강사는 전혀 힌트조차 제공해주지 않더군.
(2)
그리고 매년마다 성폭력 판결을 한 판사들을 무슨 위원회? 같은데서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꼴등한 사람에겐 '걸림돌'이라는 상을 주고, 1등한 사람에겐 '디딤돌'이라는 상을 준다더군.
(이 부분도 강사가 재미있게 한다고 한 농담인지, 진짜인지 분간이 안됨. 법정이 장난도 아닌데 '걸림돌'같은 유치하고 장난같은 상을 진짜 주나?)
작년에 꼴지한 판사는 여자판사인데... 중학생 딸을 성폭행한 아빠를 판결하는 과정에서, 중학생 딸에게 '카톡을 보니 네가 아버지를 유혹한게 아니냐, 꼬신게 아니냐' 식으로 얘기를 하고, 무죄판결을 했다고 하네.
사실 여기서도 의문이다. 물론 딱 듣기에는 내가 봐도 저 판사가 선입견으로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한 것 같다. 근데 사실을 확인하고 죄의 무게를 정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지, 우리의 몫이 아니잖은가. 우리가 이미 결론 다 지어놓고, 유죄인 사람을 무죄판결했다고 판사를 '걸림돌'이라고 비난할거면 재판은 왜 필요하고 판사가 왜 필요한가? 우리가 판결하고 말지. 판사가 법적 증거와 법률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을 왜 평가하겠다는 건지 모르겟다. 유죄를 무죄로 판결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항소를 해야지.
1등한 판사는 성폭력 피해자인 10대를 피고측 변호인이 사건당시 상황을 자꾸 되물으며 괴롭히자, 판사가 나서서 화를 내고 제지했다고 한다. 또 재판 진행도중 피해자가 감정이 격해져 흐느끼자, 보통은 빠른 재판진행을 위해 강압적으로 진행하는데 마음을 이해한다며 기다려줬다고 한다.
쓰고 보니 1등은 판결를 잘했다는게 아니라 재판진행을 잘 했다고 준 거 같은데.. 강사는 판결보고 상을 줫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아리송하군.
아무튼 성폭력 재판은 죄의 경량 이전에 죄의 유무도 따지는 것일테고, 개중에는 소수지만 진짜 무죄인데 성폭력으로 기소된 사람도 있을텐데,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재판진행을 했다고 꼭 칭찬받는 것도 좀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
(3)
성희롱의 판단은 다들 알다시피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에 근거한다고 한다. 강사도 인정하더라. 코에 걸면 코거링,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그래서 남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 판단' 또한 고려된다고 한다.
예로 든 성희롱 사례가.. 50대 직장 상사가 20대 여성직원에게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하면서, 말끝에 하트를 꼭 세개씩♥♥♥ 붙였다고 한다. 그것도 빨간 색으로!!
하루에 이런 문자를 14개 받은 부하직원은 즉시 성희롱으로 고소했고, '합리적 판단'을 위해 동년배의 20대후반 여성들에게 본 사항이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준이냐고 물었을 때 모두들 소름끼친다고 했기에, 성희롱 판결이 났다는 것이다.
솔직히 저건 내가 봐도 소름끼치니까.. 성희롱 맞는거 같긴 한데, 솔직히 의식하지 못한 가해자도 있을거라고 본다. 20대여성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할때, 판단기준이 '20대여성이 보편적으로 성희롱이라고 느끼는가' 라면, 30대 40대 여성은 물론이고 50대 남성은 당연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은 사실이기에, 분명히 잘못이겠지만, 이것은 규칙을 비공개로 하고 규칙을 지키라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잘 모르면 그냥 성희롱에 민감할 20대여성이나 30대여성은 그냥 대화도 하지 말고 건드리지도 말라는 것도 아니고. 이러면 오히려 직장에서 직원 채용할때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 역차별 문제가 생긱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렇게 성희롱 예방교육도 의무화하고, 교화시설도 만들고 하는 거겠지. 아무튼 너무 성희롱 피해자 위주로만 생각하다보면 선의의 피해자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생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이건 쪼금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 교육감상 끝.
래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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