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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로상 | 2014-12-05 10:36
사회가 원하는 의사 ?
술에 취해 봉합술을 하고 환자와 사전 동의하지 않은 수술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전 ER에서 사망한 아이와 오래전 수면상태의 환자를 성추행 한 사건까지 언급되며 의사와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방송과 언론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하루에 수십만 건의 진료가 이루어진다. 한달이면 수천만 건이다. 엄청나게 많은 진료 행위 각각에 의사와 환자가 있다. 나는 하루에 수십명씩 환자를 진료하며 30년을 보냈다. 의사인 나도 진료행위의 세세한 부분까지 법으로 규정되어 법규정대로만 진료하면 아무 책임을지지 않아도 된다면 솔직히 너무나 편하겠다. 의사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우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이고 부담인지 일반인들은 이해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법 규정으로 의료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
공공장소에서 담배피고 길거리에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들을 근절한다고 정부가 담배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했다고 하자. 그러면 근절될까? 마약을 금지했다고 근절되지 않는 것과 같다. 법이란 최소한의 규제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인데 최대한의 규제로 반감된 효과를 내는 것은 악법이다. 법률로 모든 의료행위를 감시하고 감독하겠다는 것은 법에 대한 과신이 지나친 오만에 가깝다.
이번 사건으로 빗댄다면 모든 진료마다 의사에게 음주측정을 하고 모든 수술마다 감독관이 수술 중간에 동의서대로 수술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가? 의료행위를 법으로 간섭한다면 아마 의사들이 현재 자율적인 판단으로 행하는 다수의 의료행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료 30분마다 음주측정을 받으라면 나는 진료하기 어렵다. 외과의에게 수술 도중에 당신이 하는 수술을 점검하겠다면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면 외과의는 수술 더 이상 못할 것이다. 사후 처벌조항을 만든들 이슈가 안되면 지금과 다를바 없다. 그리고 다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을 만든다면 다양한 진료에 수만가지 법을 계속 만들어야 할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의사의 전문성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뿐이다. 그래서 의료에는 자율성이 중요한 것이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왜 이런 사건이 터졌는지 의사인 나도 한탄스럽지만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던 그 순간에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잠도 이루지 못하고 고생하는 의사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 오버랩 되었다. 그들은 법규제가 없어도 도덕적이고 성실한 진료를 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의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의사의 진료행위를 세세하게 규정할 수 없으며 자율성에 의존해야 한다면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정답이다. 이미 절대 다수의 의사들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다. 매월 수천만건이나 진료가 행해지지만 극소수 진료에서만 문제가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극소수의 문제 진료조차 막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의사의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의과대학에는 의료윤리학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가 거의 없다. 일반 윤리학 교수는 많지만 일반 윤리학의 교육으로 의사의 윤리성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료의 본질과 의료의 특성 무엇보다 의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런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런 열약한 의료윤리학 교육 환경 하에 무려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400명의 의사가 쏟아진다. 의학을 가르치는 기계처럼 의사를 찍어낸다.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은 거의 전무한데 ..... 이런 상황에 어떻게 모든 의사가 완벽하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기를 바랄것인가? . 의료윤리학 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에 투입하려면 수십년이 소요되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수밖에 없다. 의료윤리 측면에서 보면 현재 의과대학들은 죄다 낙제다. 열약한 교육 환경을 고려하면 의과대학 통폐합을 통해 교육 내실을 다져야 하며 수련병원도 대폭 축소하여 의술의 전수뿐 아니라 의료윤리에 대한 수련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필터링해야 한다. 이런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섣불리 법으로 의사를 제어하고 법으로 의료행위에 간섭하겠다는 것은 극소수의 문제를 침소붕대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그 피해가 환자에게 간다. 이제 의료는 양의 팽창을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양의 팽창을 중단하고 질의 내실화를 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귀로에서 위의 사건들이 부각된 것이다.
정치인이나 법률가 그리고 시민단체 및 방손 언론인들은 의사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장치는 현재의 진료 질서를 훼손할 것이라 문제가 된다. 자율성 강화와 의학교육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계획도 없이 통치권자의 선심으로 마구 설립된 의과대학의 팽창이 부른 화를 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니 우리사회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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