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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스판 | 2014-10-10 13:39
1. 위계 질서
요즘 애들은 버블 속에서 귀하게 대접 받으면서 자란다.
모두가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유스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들 잘해주는지 난 이해가 안된다. 무슨 보석도 아니고.
내가 유스였을땐 웨스트 햄에서 토니 코티의 부트 보이(축구화 보이)
였다. "X발 내 축구화 어딨어?" 그게 코티의 첫마디였다.
난 항상 코티의 축구화를 손질하고 훈련복, 훈련복 자켓 그리고
축구화를 훈련장 그의 라커에다가 고이 모셔놨다. 1군 올라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애들이야 그런 일을 안하지만 잉글랜드 축구
무대에선 분명 후배라는게 존재했다. 어린 선수들은 원정 팀 라커룸을
치워야 했다. 사실 우리가 방금 꺾은 상대의 라커룸을 들어가서
"저기 들어가도 될까요?...시간이 다되서..." 이런 말을 하면
면상에 욕이 날아오길 일쑤였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나 보다. 캐링턴에 가면 짬이 찬 선수들은
자기 헬스 자전거 자리가 있다. 예전 같으면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아니까 아무 자리에나 앉지 않는다. 한번은 비디치 자리에
어린 놈이 앉아있길레 "어이 거기 마타 자리야" 라고
하니까 나를 빤히 쳐다보면 '근데 어쩌라고' 라는 표정을 짓더라.
하...새끼.... 예전에 내가 자랄때면 귀싸대기 맞을 짓을 하면서
태연히있다니...
지성이에게 한국은 어떠냐니까 한국은 선배들이 밥을 안먹었으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모두 도열해 있다고 한다.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런문화.
우리나라(잉글랜드)는 어찌되려는건지.. 엉망이다.
듣자하니 내가 맨유에 있던 마지막 해에 어떤 유스 놈이 자기가 경기를
못뛰었다고 감독에게 가서 울었다고 한다. 세상에. 경기를 못뛰었다고
감독한테 가서 울다니...
요즘 애들 문제다. 나는 1군 선수들의 훈련에만 집중했다. 어떤 선수가
롱패스를 어떻게 깎는지, 어떻게 공을 받아 어떻게 차는지. 그런데
요즘 유스 애들은 1군 선수들의 귀걸이, 차에 만 관심이 있다.
"야 오늘 누구누구 뭐 타고 왔어?" "페라리야? "색깔은?"
참...걱정될 따름이다.
2. 안톤 존테리 그리고 콜.
테리 그리고 콜은 친구 '였다.'
자 경기를 하다가 보면 화가 올라서 아니면 감정이 올라와서 막말이
나온다. 나도 막말 많이 한다. 사실 테리가 욕을 한건 나랑 내 동생이
깜둥이 라서 깜둥이라고 욕을 한게 아니라 그냥 과한 표현이 붙어서
나온 걸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종차별을 위한 욕이 아니라
그냥 욕을 한 걸 수도 있다는 거다. '이런 개X같은 자식' 한다고
사람이 동물이 되는건 아니다. 뭐...그런 맥락에서 보던 인종차별주의자적인
관점에서 보던 테리는 잘못했다. 그런데 내가 실망한건... 그 친구 나랑
수많은 경기를 함께하고 많은 승리 그리고 패배를 함께 했다. 그냥 나랑
내 동생한테 전화해서 '미안하다. 경기중에 화가 뻗쳐서 그만." 이라고
한마디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첼시, 법정 그리고 각종 언론을
통해 이런말 저런말을 하니까 참 기분이 더럽더라. 콜? 콜은 거의 20년
동안 친구였다. 그런데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나 이판에 껴고 싶지 않아'
'할 말 없어' '내 상황이 그래서 말인데...나는 법정에 나가기는 하지만...'
이리저리 말만 빙빙 돌릴뿐이었다. 여름 휴가가 날아가서 아쉽다는 말만
거듭할 뿐이었다. 정말 실망했다. 옆에서 경기하면서 다 들었을텐데.
법정에 간다는 것도 안톤의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 "어이 콜이
테리를 위해 증언하러 간다는데?" 그때 야마가 돌아서 콜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 놈이 적반하장으로 지금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자기에게 전화를
거냐고 화를냈다. 참...몇년 동안 친구로 지낸 놈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우리 우정의 끝이었다.
3. 퍼거슨
천재다. 그냥 천재였다. 일단 선수의 심리를 가장 적절하게 자극했고
무엇 보다도 선수가 하고 싶어하는 플레이를 터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팀 토크는 "자 나가서 경기를 즐겨라" 였다. 여러 감독을
봤지만 대부분의 감독은 일일이 지시하기 바쁘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자유로움을 줬지만 퍼거슨은 팀이 하나로 움직이기를 원했다. 그게
안된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베르바였다. 재능? 재능만 놓고 보면 그 친구는
내가 공을 함께 찬 친구중 거의 탑이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여기가 토트넘 아니면 불가리아 대표팀인지 않았나보다.
퍼거슨은 우리가 제대로 했는데도 경기를 졌으면 분위기 전환용으로
어디가서 싸움을 붙어와 분위기를 바꿨다. 언론과 싸우거나 심판과 싸우거나.
다만 우리가 엉망으로 한 날은 우리를 아작냈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아작났는지 아무도 모를 뿐이다. 그게 새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위대한 거다.
지금 생각해봐도 영감은 심리전의 대가였다. 뉴케슬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감이 나를 구석으로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
나온건 아니고...벨라미가 마크 휴즈한테 그랬데. 왜 둘이 친하잖아?
솔직히 리오 별거 없다고.' 거기에 내가 당한거다. 마치 비밀리 고자질
하듯 영감이 말하는거에 혼자 분개해선 나가선 벨라미를 지웠다. 영감은
아무도 모르게 이미 선수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선수를 조종했다.
선수는 나중에 자기가 조종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반 페르시의 폼이 잠시
떨어졌을 때였다. 영감이 팀 미팅을 부르더니 우리를 혼냈다.
"야 니들 말이야 반 페르시 움직임 안 보여? 쟤 지금 빈 공간 찾아
달려들어가는데 니들은 대체 생각이 없냐? 저기다가 패스 좀 못 넣어?
진짜 다른 애들 구하든지 해야지. 야 얘들아 반 페르시가 저렇게
잘 돌아들어가는데 패스를 안넣으면 쟤 어떻게 뛰냐? 잘 좀하자."
그러면 반 페르시 앞으로 공이 쭉쭉 들어가고 그 친구도 골을
팡팡 터뜨렸다.
큰 경기를 앞두고 있을때면 팀 토크도 단순했다. 이미 우리가 준비가 된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단 단순했다.
"저팀 패스 줄은 파브레가스다. 가서 애 잡아. 작살내. 그리고 우리가
공 잡으면 거길 기점으로 역습이다. 마지막으로, 쟤네 무조건 박스 근처서
원투 친다 공 주고 나가는 무조건 잡고 마크해라."
모두가 그럼 공 주고 나가는 애를 잡았다. 축구란 때론 굉장히 단순하다.
이런식으로 큰 경기를 앞두고 의외로 팀 토크가 단순한 날이 많았다.
"람파드 마크 잘해라. 쟤 어느 순간 박스 안으로 달려온다. 람파드 꼭 잡아."
"드록바 한테 당하기만 해봐. 미리 자리 잡아서 밀리지 말아. 허둥지둥
대다가 자리 못잡고 드록바한테 당하는 놈은 X발 내가 죽여버릴꺼야."
그런 반명에 상대를 깔보는 식으로 우리의 기를 살려줄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할까? 지금 리버풀이 리버풀이냐? 나 젊었을때 리버풀은 진짜..."
"제라드? 제라드 솔직히 공 잘 차. 그런데 니들 한테 비할 바야?"
이런 식으로 몇마디 던지고 나면. 팀 사기가 확 올랐다. 반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박살 나는 날들이 있었다. 영감의 수준에 맞지 않는 경기를
하면 하프타임때 문을 부숴져라 닫고 나서 "2-0? 2-0? 야 이 X같은 새끼들아
지금 솔직히 양심적으로 6-0 7-0은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니네 그따위 공 찰래?
장난하냐? 그따위로 할꺼면 때려쳐!"
시합이 잘 풀리는 날도 영감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건 완벽 그자체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완벽한 게임을 위해 그리고 영감을 위해 달렸다.
워렌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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