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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르라인 | 2014-05-28 14:33
그러니까 박하사탕 처럼 세월을 거슬러 거슬러 86년으로 돌아간다. 85년 선동렬의 입단으로 최강구단으로 발돋음하기 시작한 그즈음 0.1톤짜리 인간기중기가 해태에 입단한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새내기 포수 장채근이다. 근데 당시에는 주전포수가 엄연히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재일교포 출신 김무종이었다. 사근사근한 인상과 성실한 플레이로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는데 운동욕심은 하늘을 찌를듯한 장채근으로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아마시절 힘깨나 썼다고 자부해왔는데 코감독은 생퉁방퉁 아는체도 않지, 불펜에서 투수들의 볼을 받아주려니 좀이 쑤셔서 미칠 노릇, 세월만 죽이고 있는데 여름쯤 대구경기서 난데없이 코감독이 자신을 기용하지 않는가. 졸라 열심히 하려고 기를 쓰려는 모습은 당연. 근데 자신의 타석서 느닷없이 대타로 교체해 바람빠진 풍선꼴이 되버렸다. 이런 행태는 코끼리 감독의 전형적인 엿먹이기 숫법이다. 자극받은 넘이 열받아 좋은기량으로 승화시키면 그만이지만 그렇치 않을 경우 선수는 완전히 맛이 가게 돼있다.
암튼 열받은 장채근. 신인인데도 얼마나 불을 받았는지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헬멧을 코감독앞으로 패대기를 쳐버렸다. 흠짓 놀란 코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어쩌구저쩌구 액소리를 하자 이제는 아예 방망이도 패대기. 신삥넘이 앞에서 난동을 부리자 덕아웃은 일순 긴장감이 돌았으나 맞대응하다간 스타일 단단히 구기게 된 코감독, 아무일 없는 듯 고개를 돌리면서 사태는 수습됐고 다시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튿날 새벽에 일이 벌어질줄이야. 야간경기니까 숙소(대구 수성호텔)로 돌아온 선수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데 장채근은 밖으로 나가 식식대면서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는데… 밤이 이슥도록 술을 펐던 장채근 옆에는 광주상고 선배 이순철이 다독거리면서 자리를 지켜주었다. 혹시 모른 사고를 대비해하기 위해서. 그러나 장채근은 새벽까지 소주 수십병을 자빠뜨리고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예 만취한 상태에서 장채근은 호텔로 올라가 김응룡 감독방을 쳐들어가기로 작정했다.
비틀거리면서 수성호텔 언덕을 올라가던 장채근. 마침 장채근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당시 최윤범 매니저는 제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채근아 임마 너 왜 그래." "참아라 참아라" 고 다독거리는 순간, 장채근은 커다란 돌멩이를 들고 최윤범을 향해 달려가고, 놀란 매니저는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도망가고. 간단히 매니저를 제압한 장채근은 뒤따라온 이순철 등 선배들에 이끌어 일단 방으로 들어가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맥주를 들이키면서도 장채근의 고집은 여전했고 결국 선배들은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선배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곧바로 방을 나와 김응룡 감독방 앞으로 달려간 장채근은 노크를 꽝꽝했다.(이순철이 대신 노크했다는 썰도 있다) 당시 김감독은 밖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잠이 깼고 대충 상황판단을 다 해놓고 있었다. 일단 "어떤놈이야"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장채근입니다'라는 짧은 답이 되돌아왔고 김감독은 '임마, 지금 몇신데… 내일와'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여전히 꽝꽝. 결국 김감독이 문을 열어주자 장코치는 손에 맥주병을 들고 김감독을 쫓기 시작했다. 암튼 김감독 방이 수성호텔에서 가장 넓은 스위트룸이었는데 그안에서 쫓아가면 도망가고, 두거구가 실랑이를 한 10분동안 벌였을까. (맥주병은 단순히 위험용이었을뿐 휘두르지는 않았다. 왜냐면 아무리 넓은 방이라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우락부락하지만 마음이 여린 장채근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만취된 상태에서 힘을 쏟으니 행동이 민첩할리 없을터. 장채근이 헉헉거리면서 비실대더니 바닥에 덜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틈을 이용한 김감독. 전광석화처럼 날라가 장채근이 쭉 뻗을정도로 손을 봐주었다. 신나게 얻어맞은 장채근을 앉혀놓고 김감독은 차분히 달래주었고, 사건은 종료되었다.
술김에 엄청난 일을 저질렀지만 다음날 코감독은 아무일 없는듯이 지나갔다.(곧바로 2군으로 보냈다는 말도 있다) 선수들도 쉬쉬하면서 그냥 넘어갔다. 감독앞에서 오금을 펴지못하는 당시, 유일하게 겟지를 붙은 장채근. 기냥 넘겨버린 코감독.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나중에 장채근은 선동렬과 환상콤비로 활약하며 팀을 4번이나 우승시키는 공신으로 성장했다. 한때 쌍방울로 트레이드 됐지만 다시 김감독이 배터리코치로 받아들여 지금까지 5년째 해태코치로 일하고 있다. 스승에게 항명한 것은 분명 장채근코치의 잘못이지만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만큼의 세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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