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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염경엽의 영웅문 - GQ 4월호

nlv101_36546313 바이에르라인 | 2014-05-01 13:22


- 어제(4월 8일 KIA전) 넥센이 시즌 첫 연패를 당했어요. 야구는 매일 경기가 열리는 종목인데, 전날 패배를 말끔히 잊을 수 있나요? 

- 지는 게임은 잘 안 잊히죠.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니까. 더 늦게 자요. 

- 경기를 복기하나요? 
- 그렇죠. 영상을 보면서 당일 경기의 안 좋았던 대목들을 봐요. 제 경기 운영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좀 큰 것들은 메모를 하고요. 

- 13:4까지 벌어졌을 때, 중계진은 “질 때는 확실히 지는 게 낫다”고 말했어요. 넥센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경기는 13:8로 끝났어요. 
- 포기하는 경기를 돈 주고 보고 싶을까요? 선수들에게 언제나 세 시간 동안 집중하라고 강조해요. 10:0으로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죠. 물론 투수 운용의 경우엔 중계진의 얘기에 어느 정도 동의해요. 하지만 교체한 선수가 나가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 경기는 최선을 다한 경기가 되는 거예요. 

- 얼마 전 선수협에서 “6회 이후 6점 이상 차이가 나면 도루를 자제하자”고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 도루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팀 나름대로 정하면 될 것 같아요. 다른 팀은 어떨지 모르지만 전 제가 생각하는 불문율이 분명히 있어요. 지저분한 야구는 하기 싫은 사람이니까. 뭘 어떻게 정한다기보다는 ‘이 점수로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싶으면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는 안 해요. 하지만 1점을 더 뽑아야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면 어떤 상황이든 전 작전을 건다는 거죠. 

- 9경기 4승 5패란 성적은 어떤가요?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는데, 생각보단 좀 어렵나요? 
- 예상보단 승수가 좀 부족하네요. 타격, 수비, 주루는 잘 돌아가고 있는데, 투수 쪽에서 아직 제 기대치를 따라잡지 못했어요. 

- 올해부터 외국인 타자들이 다시 리그에 등장했어요. 넥센으로선 손해를 본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 확실히 그런 건 사실이에요. 저희는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지 않은 팀이었으니까. 프로야구 전반적으로 투수력이 약화되다 보니 외국인 타자들이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 “염 감독 선임은 베팅이다”라고 말한 이장석 대표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어떤 얘길 했나요? 
- 넥센이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해였죠. 고생했다고 하셨죠. 

- 끝인가요? 
- 네. 쉽지 않은 기회를 주신 거니까, 제가 그 베팅에 보답해야죠. 그렇지 못하면 사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 3년 계약을 했어요. 계약기간은 의미 없다고 보나요? 
- 능력이 없는데 자리를 지키는 건 남자가 아니죠. 

- 그렇다면 어떤 남자를 존중하나요? 
- 목표의식과 절실함이 있어야 돼요. 그게 없으면 자신이 뭘 가졌든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전 어렸을 때 너무 안일하게 살았어요. 제가 정한 한계선에서 항상 정지했어요. 

- 사람은 안 변한다는데, 선수 염경엽과 감독 염경엽은 다른 사람인가요? 
- 많 이 다르죠. 어릴 땐 야구가 너무 쉬웠어요. 생각하는 대로 다 됐어요. 어느 대학을 가야겠다, 해서 그 대학에 갔고, 야구 했는데 프로는 가야지, 마음먹었더니 프로 선수가 됐어요. 프로 가선 주전을 차지했고요. 거기에서 만족했어요. 그래서 흥청망청 살았고, 그 분위기를 너무 즐겼어요. 아차 싶었을 땐 너무 늦었던 거죠. 

- 선수 시절 기록을 살펴보면 오히려 주전에서 밀려난 1998년과 2000년 타율이 가장 높아요. 
- 그 렇죠. 후회한 다음에 노력을 해봤지만 안 되더라고요. 이미 너무 많이 잃었으니까. 불평도 많이 했어요. 지나고 보니까 다 제 잘못이었어요. 제가 잘했으면 누가 절 안 쓰겠어요? 그러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선수로서는 끝났다고 판단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했죠. 

- 감독이 될 거라고도 생각했나요? 
- 아니요. 예전엔 야구를 잘했던 분들만 감독이 됐으니까요. 코치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러다 프런트 일도 하게 됐고. 

- 스카우트와 운영 팀에서의 경험이 감독 생활을 하는 데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 스카우트를 하면서는 선수를 평가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어요. 프런트로 일할 때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요. 

- 프런트와 현장 중 어느 쪽이 좀 더 체질에 맞나요? 
- 야 구를 한 사람이니까 코치 쪽이 더 좋았죠. 그래서 프런트에 있다가 코치로 뛰어나온 거고.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한테 인정받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큰 재산이 될 거라고. 프런트로 일할 땐 원래 그 일을 하실 분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그래서 시기도 많이 받았고. 

- 프런트 시절 함께 일한 이영환 전 LG 트윈스 단장은 “염경엽 감독은 만나본 야구인 가운데 가장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획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데다 업무처리 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어요. 
- 선 수시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뭘 하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고서 한 장을 쓸 때도 계속 생각했어요. 내 눈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중요한 거잖아요. 보는 사람이 저보다 야구 관련 지식이 떨어진다면, 그 사람 눈에 맞춰서 작성하는 게 맞다고 봐요. 

- 한편 LG 프런트로 일할 땐 “LG 암흑기의 주범”이라는 괴소문이 돌기도 했어요. 
- 굉장히 힘들었어요. 난 내 할 일을 해야 되는데, 소문 때문에 자꾸 숨고, 작아지게 되고.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 사표를 쓰고 나온 거예요. 

- 결국 모든 걸 이겨내는 건 실력이란 생각이 들어요. 넥센 감독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자, 소문은 잠잠해졌죠.
- 당 시엔 남자로서 최악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었죠. 줄이나 잡고. 전 라인 같은 걸 잡아본 적이 없어요. 독고다이예요. 정말 자존심 세고,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 야비하고 얍삽한 사람으로 비춰지니 충격이었죠.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었어요. 그렇게 안 살았으니까. 

- 넥센 감독으로 선임되었을 때,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란 맘도 좀 있었나요? 
- 그것과 연관 짓기보다는, 내가 잘해내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나 같은’ 사람요? 
- 야구를 좀 못했어도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 의외로 타 팀 코칭스태프를 만났을 때 “잘하라”는 응원도 많이 받았어요. 

- 감독의 자질로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 나를 버려야 돼요. 처음 시작하는 감독이라면 그게 첫 번째예요. 

- 선수 시절의 영광을 잊으라는 말인가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요? 
-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버려야 한다는 거죠. 팀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생각해야 돼요. 

- 넥센의 상황을 보면, 일단 거포가 많은 팀이에요. 올해는 윤석민까지 트레이드로 가세했고요. 
- 제가 생각하는 야구하고도 잘 맞는 편이에요. 이장석 대표님이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해놓으셨어요. 파워 히터를 많이 모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 목동처럼 작은 구장을 쓰는 팀에 파워 히터를 내주는 건 큰 실수일 수도 있죠. 
- 맞아요. 구장하고 팀의 야구엔 연관성이 필요해요. 두산 김경문 감독님이 예전에 잠실에서 빠른 야구를 해서 성공했잖아요. 

- 장타력에 비해 출루 능력이 과대평가된 리그란 말엔 동의하시나요? 
- 선수를 어디에 배치할지에 달린 얘기죠. 7번, 8번 타순이라면 출루 능력보다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하위타선을 짤 수 있으니까요. 

- 지난 스토브 리그에 FA가 한 명쯤 영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 작년 FA 선수 중에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가 없었어요. 선수의 역할이 서로 겹치면 안 돼요. 겹치면 어떤 선수는 죽게 돼요. 

- 아홉 명의 확고한 주전을 쓰는 대신 몇 자리를 꾸준히 순환시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전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너무 오래 앉혀놓으면 좌절해요. 계속 내보내면 자만하고. 일단 한 시즌에 1백 경기 이상 뛴다면 나쁜건 아니니까요. 분명히 주전과 백업의 구분은 있어요. 

- 시범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강지광을 2군으로 내려보냈어요. 그러면서 “작년에 고생한 선수가 우선이다”라고 했죠. 선수 시절의 경험처럼 들리기도 해요. 
- 키우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일단 계획한 대로 시즌을 밀고 나가야 주전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다 못했을 때 다른 선수한테 기회가 간다면 납득할 수 있겠죠. 

- 한편 작년의 이성열과 서동욱, 올해의 윤석민처럼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굉장히 과감하게 기용하고 있어요.
- 트레이드는 우리가 필요해서 한 거잖아요. 합류한 선수들이 동기가 있어야 팀에 대한 애착도 빨리 생기고, 적응도 잘하죠. 

- 선수 영입엔 어느 정도로 관여하나요? 
- 일단 구단에서 안건에 대해 상의는 해요.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것 같습니다 의견을 내는 정도. 거의 제 의견을 존중해줬어요. 나쁜 트레이드도 거의 없었고. 

- 타선에 거포가 많다면, 투수진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많아요. 손승락, 한현희, 강윤구, 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상우…. 
- 팀에서 그런 어린 선수들을 잘 뽑아온 거죠. 스카우트도 이장석 대표님의 직속 라인이에요. 그런 투수들이 터지면 특A급으로 터지잖아요. 그래서 강속구 투수하고 파워 히터는 쉽게 버려선 안 된다는 거예요. 트레이드도 그렇고. 

- 150킬로미터를 우습게 던지는 조상우를 선발로 키울 생각은 없나요? 
- 작 년에 준비를 시켰는데, 2군에서 보니까 60개쯤 던지면 스피드가 떨어지더라고요. 메커니즘이 아니라 힘으로 던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팔에 무리가 갈 수 있어요. 중간에 나오면서 하나씩 깨우치다 보면 선발로 갈 수 있겠죠. 어떤 선수가 류현진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오승환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정확히 판단해주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라고 봐요. 뭐든지 최고면 되는 거잖아요. 

- 세이버 매트릭스를 신뢰하나요? 
- 세이버 매트릭스나 윈 셰어 같은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료도 많이 보고요. 통계를 무시할 순 없어요. 

- 통계로 모든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는 말처럼 들려요. 
-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의 컨디션과 팀 사정이에요. 어떻게 보면 통계는 통계일 뿐이란 거죠. 

- 선수들의 컨디션은 직접 물어보나요? 
- 그래서 제가 밤에 경기를 다 보는 거죠. 텔레비전으로 보면 타자들이 칠 때 타이밍을 잘 잡는지, 투수들이 정확히 어떤 구질을 던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 ‘감’이란 걸 믿나요? 
- 감도 중요하죠. 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잘 쳐도 야수 정면으로 가기도 하고, 빗맞아도 텍사스 안타가 나오고 그러잖아요. 

- 작전을 걸 때도요? 
- 작전은 감보단 예측을 하는 거예요. 감이랑은 전혀 달라요. 상황과 상대를 파악하고 분석해야죠. 

- 거기엔 통계가 바탕이 되겠네요. 
- 그렇죠. 시합하면서 1회부터 상대가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 어떤 카운트에 어떤 공이 들어오는지 등을 계속 머리에 담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처음에 어떤 작전을 썼는지도. 썼던 걸 또 쓰면 간파 당할 확률이 높겠죠. 

- 화려한 공격 전술에 비해 투수 운용이 아쉽다는 유의 말은 어떤가요? 
- 투 수 운용은 결과를 갖고 얘기하는 부분이에요. 욕 안 먹으면서 운용하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감독은 이길 수 있는 확률에 승부를 걸어야 돼요. 이기기 위해 좀 더 빠른 교체를 하고, 이기기 위해 좀 더 늦춰보는 거예요. 계투진과 선발 개개인의 컨디션 같은 건 내부에 있는 사람이 가장 정확히 알잖아요. 그리고 어쨌든 실패를 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 감독이죠. 
- 제가 책임지는 거예요. 중요한 건 제 스스로 평가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감독이 어이없는 실수를 계속하면 선수들이 절 믿지 못해요. 감독의 소질이 없는 거죠. 

- 선수 시절부터 메모를 했죠. 그 많은 수첩엔 주로 어떤 내용이 있나요? 
- 내가 잡았던 목표, 야구하면서 느낀 점, 감독하면서 신경 써야 되는 부분, 다른 팀 작전…. 

- 스카우팅 리포트 같은 것도 적혀 있나요? 누가 누구에게 강하고, 누가 어떤 공에 약하고…. 
- 그건 다른 수첩에. 선수별로 만들어놨어요. 

- 이론이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나요? 
- 저 는 간접 경험으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서 좋은 부분을 뽑아 내 야구로 만들었고, 로이스터를 볼 때도 그랬어요. 데이터 야구 대신 “두려워하지 마라”, “편하게 해라” 같은 말로 자신감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도 4등은 가능하구나. 우승은 못해도. 그동안 야구를 허투루 보진 않았어요. 선수 때 허투루 봤기 때문에. 

-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염 감독이 나와 좀 닮은 것 같다”는 식의 말을 했어요. 상대를 분석하고, 작전 때문에 밤을 새고 고민하며, 최고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감독이라는 말과 함께요. 
- 정말 감사하죠. 말씀해주신 것 같은 야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계획 없이 시합에서 이길 순 없어요. 

- 요즘은 2위를 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감독이 경질되곤 해요. 감독은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할까요? 
- 과정과 결과가 있으면 절대 무시 안 당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쨌든 결국 프로는 결과인 거고요. 

- 2위를 안 좋은 결과라 말할 수 있나요?
- 그러면 과정이 안 좋았단 얘기죠. 2등 했어도, 감독을 기용한 사람들이 봤을 땐 1등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감독의 특징이나 팀의 미래를 못 봤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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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183_4536 seoyo9 2014-05-01 16:38 0

똑똑하네 인터뷰는 이렇게 정리해야지 박촉새 ㄱㅅ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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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62 슈밋 2014-05-02 00:46 0

존나미친듯이좋은내용이다 페이지보관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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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183_4536 seoyo9 2014-05-02 00:59 0

에스게이는 감동님이 수비 -> 교타 교정 빡시게 하셨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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