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6] "코어 매커니즘이 재미의 핵심", 김건희 작가가 전하는 보드게임 디자인 철학](https://www.gamechosun.co.kr/dataroom/article/20260616/222729/881745_1781600716.jpg)
16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 (이하 NDC 2026)에서 게리킴 게임즈 대표를 맡고 있는 김건희 보드게임 작가가 '최근작 사례로 보는 보드게임 코어 메커니즘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세션에서는 보드게임의 본질과 재미의 원천, 그리고 실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들의 개발 과정을 통해 코어 메커니즘 설계 방법을 소개했다.

김건희 대표는 먼저 보드게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제시했다. 그는 "보드게임은 테이블 위에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성물이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카드 게임, 미니어처 게임, 머더 미스터리, 스토리북 게임뿐 아니라 야외 체험형 게임까지 모두 보드게임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면 술래잡기나 얼음땡처럼 구성물이 없는 놀이는 보드게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구성물이 게임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카드 게임은 휴대성과 생산성이 뛰어나고, 미니어처 게임은 대규모 제작 역량이 필요하며, 스토리 기반 게임은 텍스트와 이야기 구조가 핵심 메커니즘이 된다는 설명이다.
강연의 핵심은 게임 디자인 이론인 MDA(Mechanics-Dynamics-Aesthetics) 프레임워크였다. 김건희 대표는 보드게임 개발자가 실제로 만드는 것은 '메커니즘(Mechanics)'이라고 설명했다. 메커니즘은 규칙(Rule)과 데이터베이스(Database)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카드게임 '할리갈리'의 경우 "과일이 다섯 개가 되면 종을 친다"는 규칙과 과일 카드의 종류 및 장수 분포가 메커니즘을 구성한다. 이후 플레이어가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이내믹스(Dynamics)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게임의 재미가 검증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아트, 스토리, 테마 등이 더해져 미학(Aesthetics)이 완성된다.
그는 "다이내믹 단계에서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아트를 입혀도 소용없다"며 "재미없는 게임에 화려한 외형만 입힌 작품은 결국 '예쁜 쓰레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사례는 캐주얼 카드게임 '오딘(Odin)'이었다. '오딘'은 프랑스의 권위 있는 보드게임 상인 아스도르(As d'Or)를 수상했으며, 현재까지 약 20개국에서 50만 카피 이상 판매된 작품이다.
김건희 대표는 성공 요인으로 두 가지 코어 메커니즘을 꼽았다. 첫 번째는 단순한 카드 조합 규칙이다. 기존 손털기 게임들이 포커 족보 등 복잡한 규칙을 사용하는 반면, 오딘은 "같은 숫자 또는 같은 색 카드 조합"이라는 직관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두 번째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손패 구조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낸 뒤 반드시 바닥 카드 한 장을 가져와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중 손패가 계속 변화하며, 초반 운보다 플레이 과정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진다. 그는 "첫 손패의 운 요소는 줄이고 전략성은 높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사례는 게이트웨이 전략게임 '카르누타(Carnuta)'였다. 올해 2월 출시된 이 작품은 현재 14개국에 수출됐으며, 유럽 주요 시장에서는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카르누타의 첫 번째 핵심 메커니즘은 오셀로(리버시)의 뒤집기 개념을 자원 시스템에 적용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해와 달 두 종류의 자원을 보유하며, 게임 진행 과정에서 자원을 뒤집거나 소모하며 운영한다.
다음으로 퍼즐 요소가 결합된 세트 컬렉션 시스템이다. 카드를 내려놓는 순서에 따라 자원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최적의 액션 효율을 계산해야 한다. 또한 획득한 카드들의 조합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 또 다른 전략적 퍼즐이 형성된다. 김건희 대표는 "자원 운영 퍼즐과 세트 조합 퍼즐이라는 두 가지 층위의 고민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사례는 파티게임 '아브라카 후(Abraca Who)'였다. 기존 작품 '아브라카 왓'의 후속작인 만큼 원작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차별화가 필요했다. 원작이 상대 정보를 추론하는 디덕션 게임이었다면, 후속작은 자신의 정체를 추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여기에 직접 상대를 지목해 결투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김건희 대표는 "파티게임의 핵심은 웃음"이라며 "플레이어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웃음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장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어 메커니즘 디자인의 정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20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 왔지만 여전히 어떻게 하면 반드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대신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을 많이 경험해야 하며, 무엇보다 프로토타입을 끊임없이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프로토타입은 재미없다. 하지만 계속 만들다 보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결국 좋은 게임은 많이 만들고 많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라고 언급하면서 게임의 외형보다 '재미의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보드게임뿐 아니라 디지털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