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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만드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가 '선생님'인 그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축제가 성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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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전 예약과 결제 시스템을 잘 마련해둔 덕분에
질서정연하고 쾌적하게 2차 창작존을 이용하는 선생님들
 
본래 '축제'라는 행사는 본래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흥행을 위해 대중성과 접근성을 가장 우선시하기 마련이지만 '게임사 측에서 주최하는 게임 관련 축제'는 그 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통 예매 또는 추첨을 통해 선택받은 소수의 인원들에게만 현장에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고 그조차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전부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로 인해 결국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크고 작은 아쉬움과 갈증을 남기는 것을 문자 그대로 '모두가 즐기는 축제'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있었던 '블루 아카이브'의 '4주년 페스티벌'은 여러모로 별종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직접 즐긴 사람들도 온라인 방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호평일색이었으며, 행사의 연혁이 그렇게 길지 않았음에도 그 구성과 운영이 단일 서브컬처 게임 행사 중에서는 가히 역대급이다 싶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무대 위에 올라온 코스어들도 밑에서 관람하고 호응하는 관람객들도
전부 예외 없이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하는 '선생님'들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 오브제는 '평범한(?) 실물 크기의 레일건'에 불과하지만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 스토리를 플레이해본 사람들에게는 빛을 불러오는 '용사의 검'으로 보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메모리얼 존'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으레 많은 게임들이 주년 행사에서 선보이는 게임의 역사를 다루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부대시설이지만 현장에 방문한 선생님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대기열을 만든 이유는 게임 밖에서가 아니라 게임 안에서 선생님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행사의 메모리얼 존은 게임의 역사와 주요 업데이트를 기계적으로 나열하고 대표 이미지 몇개 박아두고 끝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정도의 구성과 간단한 공정만으로도 어지간한 이용자들은 '아,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기억을 되새길 수는 있다.
 
메모리얼 영수증의 실물 사진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했다면 수 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영수증이 나온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철저하게 '모든 방문객들은 게임에 깊게 몰두하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상정하고 공간을 꾸며놓았다. 자신의 실수를 돌이켜주길 원하며 선생을 데려왔다는 총학생회장과 무의식 속에서 조우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게임 내에서 선생님의 시선으로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며 각 챕터의 주요 장면이나 상징성 있는 물건들을 실물로 만들어 전시해놓은 덕분에 그 호소력이 굉장히 강했다.
그 때문인지 현장에서 취재 과정 중에 함께 메모리얼 존을 돌았던 선생님들은 단 한 명도 슬쩍 보고 지나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매번 멈춰서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단순한 기억이 아닌 선생으로서 함께한 추억을 되새김질했으며 메모리얼 존 탐방을 끝내면 선생님이 지금까지 만난 학생들과 총력전 통계, 콜라보 상품을 포함한 선물 및 재화 기록을 전부 뽑아주는 영수증을 지급한 덕분에 행사 후기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들어볼 수 있었다.
 
헤일로만 봐도 누가 누군지 알겠다면
당신도 이미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유튜버 겸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사메스'가 제작하여 투고한 4주년 특별 영상도 감동 그 자체였다. 인트로부터 튜토리얼 미션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4명의 학생인 하스미, 스즈미, 유우카, 치나츠의 헤일로를 띄워주더니 가장 최근에 나온 예소드를 제외한 모든 총력전 보스와 공략에 필요한 학생들과 핵심 기믹을 알차게 요약한 구성 덕분에 관람객들의 박수가 멈추질 않았다.
비나의 경우 초고점을 뽑기 위해 핵심 방깎 요원인 아카네가 드럼통에 엄폐하고 첫타에 드럼통이 터지지 않도록 수없이 리트라이를 반복했던 초창기의 택틱을 재현하고 있었으며, 헤세드가 처음 총력전 보스로 나왔던 당시의 캐릭터 풀에서는 공략 최적화 요원이었던 겜발부와 노노미가 등장하고, 고즈에서는 결코 범용성 높은 주력 픽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운이 좋다면 1스킬의 바운스를 활용해 코스트 소모 없이 잡몹을 갈아버릴 수 있어 제한적으로 채용되던 코유키가 센터에 서있었다.
 
드럼통을 보자마자 탄식을 쏟아낸 사람들은
시즌 1부터 총력전 빌드를 깎은 선생님일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각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카이텐 FX MK.0 공략에 참가한 아루가 히나와 함께 편성되자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수나코에게 걸린 쿠로카게의 위압 디버프를 같은 보충수업부의 일원인 코하루가 해제하는 모습처럼 인게임 콘텐츠를 공략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관계와 서사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해당 영상은 행사 종료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공개되어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고 이 정도까지 '겜한분(게임 제대로 하신 분)'에게 영상 제작을 의뢰한 개발진에 대한 신뢰도가 덩달아 올라간 것은 덤이다. 
 
다른 유튜브 채널의 사석이 아니라
무려 공식 방송에서 보여주는 블평 무브먼트
 
개발진의 신사력을 엿볼 수 있는 '개발자 코멘터리'도 압권이었다. 예전부터 '개발트리아'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해당 코너는 개발진의 (좋은 의미에서)변태적인 수준의 디테일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개발 비화를 들을 수 있어 원래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4시간 가까운 분량의 썰을 풀어내면서 '캐릭터의 콘셉트와 디자인을 구상한 것이 전부 의도한대로 선생님들을 쥐고 흔든 행위다'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캐릭터에게 안경을 씌우고 벗기는 이유'에 대해서 즉석에서 심도 높은 토론을 진행하는 등 말로만 들었던 블평(블루 아카이브 이용자 수준 평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해당 장면이 방송을 타고 있을 때
현장에서는 왈왈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났다(...)
 
당연하게도(?) 선생님들은 열광했다. 자신이 찾아낸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개발 의도와 그렇게 표현해낸 디테일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는 점에 자랑스러워했고, 하스미의 엉덩이, 미카의 겨드랑이, 이치카의 배, 나기사의 가슴, 세이아의 다리를 열심히 깎아왔으니 유심히 봐달라는 발언에 개발진들도 결국 자신들과 동류라는 점에 감동했다.
플레이-볼 이벤트 스토리의 경우 메인 작가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서 너무 그윽하고 짠내나는 스토리 초안을 가져오며 폭주한 탓에 자제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그야말로 거를 타선이 없는 썰풀이에 선생님들의 시간은 신선놀음하듯 날아가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굿즈샵의 직원들이 일반 관람객을 맞이할 때는 '선생님 입장하십니다'
학생으로 분장한 코스어 관람객이 들어오면 '학생 한분이요'를 외치는 행사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묘사되는 선생님은 살짝 철이 없고 다소 변태 같은 부분이 있으며 굉장히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책임을 질 줄 알고 학생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블루 아카이브를 즐기는 모두의 자화상을 반영한 것이나 다름 없는 캐릭터다.
때문에 게임사는 철저하게 선생님의 시선에서 이번 축제를 준비했고 그 축제는 당연히 대성공으로 끝났다. 상술한 이야기들이 비록 블루 아카이브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전부 외계어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계정 레벨 70 이상의 선생님들이었고,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선생님들에게도 공식 방송을 통해 중요한 이야기는 전부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분명 십수년동안 장기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게임에 비해 블루 아카이브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서버의 선생님들과 함께한 4년의 시간은 결코 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추억은 단순히 연차로만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축제의 퀄리티도 연차에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다.
블루 아카이브는 그 짧은 시간동안 추억을 빈틈 없이 꽉꽉 눌러담아 놓았었고 이번 4주년 축제의 구성은 그 추억 중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으로 선생님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 있었다.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선생님들이 무엇을 좋아할까'에 대한 이해도가 충만한 게임사가 있는 한 이 축제는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재미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행사장에 마련된 유메 선배 분향소에는
'유메 선배 부활 언제?'라는 공식 개발진의 코멘트가 있었다는데... 진실은 몰?루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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