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용어 중에는 '그그실(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왜진(이게 왜 진짜임?)' 이라는 줄임말이 있습니다. 있을 리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나타낼 때 사용되며. 보통 게임 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슈퍼플레이가 나오거나 엄청난 격차를 엎어버리는 한판 뒤집기(역스윕) 등이 나올 때 주로 쓰이는 편이죠.
하지만 해당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믿겨지진 않더라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리고 황당한 의미에서든 일단 뭔가 벌어져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RPG 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택지 중 하나인 드래곤퀘스트 1편에서 나오는 최종보스 '용왕'이 주인공에게 제시하는 '나와 손잡으면 세상의 절반을 주겠다'는 일반적으로 선택했을 경우 게임이 초기화되는 단순한 함정 선택지라고 알려져 있어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주 한참 뒤에 나온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의 세계는 그 제안이 실제로 이뤄졌을 때의 모습을 디스토피아로 표현하며 플레이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워크래프트 사가에서는 네임드 '일리단'과 '가로쉬 헬스크림'의 극 중 퇴장을 안타까워하던 팬덤 '일리다리'와 '코르크론'들이 쉴 새 없이 '살아단님이 일리계시다', '살아쉬님은 가로계시다'를 외치며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을 말했지만, 그들이 확장팩 '군단'과 '어둠땅'에서 잠시나마 어떻게든 돌아온 상황을 보며 환호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이 그그실, 이왜진을 적용할만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살아단 님이 일리계신다를 열심히 외쳤더니 정말로 살아났다고 하네요. 이 얼마나 대단한 신앙심입니까
그렇다면 이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게임 속 '이왜진'과 '그그실'의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 '요술공주'와 '네오지온 총수'가 동일인이라는 떡밥에 대한 해답은?

원작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놀린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과와 화해의 과정은 분명 파격적입니다.
슈퍼로봇대전은 시리즈 전체가 어떻게 보면 이번 주제인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인 IF물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물건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 만화의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면 다수의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이야기를 엮어내고, 만약 주인공들이 군인이라면 같은 부대 혹은 대립하는 부대로 나오면서 관계를 이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죠.
초기작들은 그래도 엄연히 로봇과 탑승자가 서사의 중심이 되는 작품들만을 다루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작의 풀이 다소 넓어지면서 마신, 전함,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 무엇이든 탑승하기만 하면 조건을 클리어하는 시대가 왔고 지금은 팬들도 그렇게까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라 한다면 모바일로 서비스했었던 '슈퍼로봇대전 X-Ω(크로스 오메가)'를 들 수 있습니다. 여기는 앞서 말한 참전작의 허들이 낮다 못해 아예 없다 수준이라서 주인공이 가지고 노는 로봇 장난감 때문에 참전한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 어쨋든 거대전에서 로봇에 탑승하니 OK라서 참전한 '파워레인저', 주인공이 안드로이드 내지는 인조인간이라서 참전한 '록맨'과 '큐티 하니' 등 재미있는 케이스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죠.

등장하는 순간 진지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짱구'와 '칸탐로보'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압권으로 뽑히는 작품은 바로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입니다. 한국에서는 '요술공주 밍키'라는 이름으로 방영했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이죠. 물론 요술공주 밍키에서도 단발성 에피소드긴 하지만 변신 합체 거대로봇 '밍키 나사'가 나오고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로봇 만화 제작으로 엄청나게 이름을 날렸던 아시 프로덕션이기에 엄청나게 연출에 힘이 들어갔기에 동기 자체는 충분하죠.
하지만 '밍키'의 참전이 가장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우주세기 인물 네오지온의 총수 '하만 칸'과의 관계라는 밈적 요소의 지분이 컸습니다. 사실 둘은 색깔과 모양이 거의 동일한 독특한 헤어스타일 빼고는 닮은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인데 그 외모의 싱크로율이 워낙 높다 보니 밈으로 꽤 오랫동안 이름을 날렸고 둘의 만남이 슈퍼로봇대전에서 비로소 성사된 거죠.

??? : 안녕하세요. 밍키 모모에요!
사실 인게임 이벤트 시나리오인 '꿈과 희망의 마법소녀 밍키 모모'에서의 하만 칸은 직접적으로 밍키와 엮이기보다는 사고에 가까운 마법의 힘으로 원래 세계에서 날려져 온지라 미네바 라오 자비와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공투하는 지극히 단순한 관계성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동 주연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서 둘의 케미를 기대한 분들 입장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을 순 있겠지만, 해당 시나리오 최종 전투에서 마법소녀라는 기본 콘셉트를 공유하는 아렌비의 '노벨 건담', 요술공주 밍키의 '밍키 나사' 그리고 하만 칸의 '큐베레이'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싸우는 걸 보고서는 많은 팬들이 만족스러워했다니 나중에 본가 시리즈에서도 참전하는 것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하만 칸은 밍키 모모에게 '쓸모 없다', '방해 된다'는 폭언을 뱉지만 로봇 전투 파트에서는 함께 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 관우와 장비의 공통점? 법보다 가까운 주먹으로 교화 가능

삼국지 팬덤에서 심심하면 나오는 유명한 가설들 중 하나
이전부터 삼국지, 정확히 게임의 소재로 쓰이는 삼국지인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이라는 특징 때문에 팬덤에서 이런저런 소재를 가지고 토론도 하고 가설을 내놓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는 대놓고 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황당한 가설도 여럿 있는데요. 가장 인지도가 높은 황당한 가설이 바로 '유비 패왕설'입니다. 탁현 출신의 돗자리 장수였던 '유비'의 무엇을 보고 관우와 장비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그의 휘하로 들어갔냐는 것이죠.
물론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상황은 정세가 워낙 혼란했었고, 명분과 의리를 꽤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었기에 이들이 의형제로 뭉친 사유는 중산정왕 유승의 후손이라는 황실 혈통이 핵심이었다는 것이 세간의 해석이지만, 유비 패왕설에서는 그 어떤 숱한 고전에서도 유비는 항상 살아남았고 그가 죽고 나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쿠데타가 발발한 것을 보면, 유비는 압도적인 힘으로 아랫사람을 부리는 패왕의 자질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는 가설을 밀고 있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병맛이 넘치는 IF 시나리오입니다
당연히 삼국지에 기반을 두고 IF 시나리오를 MOD로 꾸준히 제작 및 플레이하던 영걸전 팬덤에서 이는 아주 좋은 땔감이었고 그런 제작자들이 모여서 만든 게임인 조조전 ONLINE에서 유비 패왕설은 '연의'라는 방식으로 실체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확히는 '유비 패왕설'은 조조전 ONLINE의 개그 시나리오 모음집인 '조온별전' 중 첫번째 파트로만 구현되어 있습니다. 유비가 관우와 장비를 힘으로 제압하여 의형제를 맺는 부분까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패왕 유비의 강력함을 삼국지 시나리오 내내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적절함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심지어 당시 인게임에서 메타를 지배하던 '항적(항우)'와 '관영'을 대놓고 언급하며 파워 밸런스의 기준을 삼거나, 도원결의 장면 중 KBS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삼국지'의 오프닝 가사인 "유비~ 관우~ 자아아앙비~ 아~ 아~" 가 함께 깔리는 등 제 4의 벽을 뚫는 어질어질한 상황들은 삼국지 관련 소재에 빠삭할수록 웃음을 참기 힘들게 만들죠. 지금은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환상의 에피소드가 되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나가다가 난데 없이 두들겨 맞고 의형제 맺은 썰 푼다
■ 꿈 아니 WA★는 이루어진다

ㅋㅋㅋㅋ 아직도 참전 못한 작품 없제?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대전 격투 게임이기 이전에 온갖 게임사의 온갖 판권작 캐릭터들이 모이는 게이머들의 축제에 가까운 만큼 많은 게이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의 주요 캐릭터가 참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로 인해 생긴 밈이 바로 '전원 참전'이었죠.
정식 참전 캐릭터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전적으로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인 '사쿠라이 마사히로'의 편향에 맞춰져 있다고 익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유명 게임사의 상징성이 높은 캐릭터' 그리고 '스매시브라더스의 장외 시스템에 맞는 무브셋'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쿠라이 마사히로는 철권의 미시마 카즈야 참전을 알렸을때 데빌 인자가 없는 헤이하치보다는 날개나 레이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카즈야 쪽이 스매시브라더스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언급했죠.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인디게임 '언더테일'의 팬들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스매시브라더스에 참전하는 것을 꿈으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언더테일에서 가장 상징성이 높은 캐릭터인 'WA' 아니 '샌즈(SANS)'는 게임의 완성도와 인기와는 별개로 참전 조건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짜 트레일러 영상이나 만들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죠.
하지만 어떻게든 팬들의 염원이 사쿠라이 마사히로에게 닿은 것일까요? 2019년 9월 판매된 Mii 파이터 코스튬 팩에는 놀랍게도 가스터 블래스터를 무기로 사용하는 '샌즈'의 코스튬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전까지 Mii 파이터 코스튬들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전용 BGM 'Megalovania'를 포함하는 호화로운 사양을 자랑하여 팬덤을 좋은 의미로 뒤집어놓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아바타 캐릭터인 Mii 파이터에 스킨만 씌워놓는 형태라서 원작의 샌즈가 보여준 무브셋은 하나도 재현되지 않아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단순히 사람이 해당 캐릭터와 비슷하게 보이는 옷을 입는 느낌만 주던 이전 Mii 파이터 코스튬들과 다르게 샌즈 코스튬은 훨씬 나은 퀄리티로 나왔고 연출도 상당히 좋아서 대부분 그냥 샌즈가 정식 참전 캐릭터로 나온 것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초기 Mii 파이터인 너클즈 코스튬과 비교해보면 퀄리티 차이가 상당합니다.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