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가 많고 팬덤의 지지가 굳건한 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IP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은 보통 '독이 든 성배'로 지칭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여 쉽게 성과를 낸 것이라는 내려치기를 당하기 쉽고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 좋은 원작을 두고 이 정도밖에 못 만드냐고 맹폭격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본래 원작부터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5,500만부를 넘어가는 초인기작에 반열에 들어가는 소년만화지만, 그와 별개로 널뛰기가 심하고 묘사가 어려운 파워 밸런스, 독특한 작풍, 방대한 세계관 때문에 결코 게임화가 쉽지 않은 작품인데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이하 그랜드 크로스)'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개발력을 입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넷마블이 가져가고 있는 여러 IP 기반 게임 중에서도 '일곱 개의 대죄'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아마 TV 애니메이션의 동일한 장면을 보고
넷마블에서 '우리가 해도 저거보단 잘 만들겠다'를 실천한 것이 아닐까
그랜드 크로스의 성공은 P2W 색채가 옅고 로지컬과 노력으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공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게임성의 성공이기도 하지만 접근 방법과 타이밍의 성공이기도 하다.
IP 확장의 선봉장이 되어야 할 애니메이션이 시즌이 점점 지날수록 각색이 들어간 오리지널 전개의 개연성 문제나 작화와 연출의 퇴보로 비판받고 있을 때 그랜드 크로스는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완벽하게 이식한 '시네마틱 어드벤처 RPG'로 완성되어 팬들에게 "이 쪽이 정사다"라는 진심어린 호평을 이끌어내며 팬들이 보고 싶었던 그 장면들을 충실하게 재현해냈다.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짜임새가 훌륭한 전개로 호평을 받은 외전 스토리 '라그나로크'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는 제공되지 않았던 각국 언어별 더빙이나 자체적으로 준비한 오리지널 스토리도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이용자 리뷰에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거나 '스토리의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서브 컬쳐 게임 업계에서 사실상 극찬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넷마블은 그랜드 크로스를 통해 IP를 다루는 방법론과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확실하게 가져왔고 이를 통해 원작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장수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센서타워에서 집계된 그랜드 크로스의 지표
미국에서의 높은 점유율이 눈길을 끈다
때문에 넷마블에서 만드는 '일곱 개의 대죄' IP 게임에 브리타니아 세계관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직접 탐험할 수 있다고 약속한 후속작 오픈월드 A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오리진)'에 팬덤의 기대가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높은 구현율을 자랑하는 오리진의 오픈 월드는 이미 여러 게임쇼에서도 퀄리티의 검증을 마친 상태이며 대부분의 IP 기반 수집형 게임들이 빠지기 쉬운 '캐릭터 스킨만 씌운 게임'이라는 관념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
캐릭터가 서 있는 곳을 일종의 스테이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원작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팬들은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한 원작의 구석구석을 두 다리로 거닐 수 있다'는 팬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보고 싶은 캐릭터를 언제든 불러올 수 있는 팬서비스까지 충족한 설정
또한 서사의 주인공으로 시리즈의 주인공인 '멜리오다스'나 '퍼시벌'이 아니라 '트리스탄'을 선정하고 '별의 서'를 중심으로 하는 멀티버스 스토리의 전개는 넷마블이 얼마나 IP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치밀한지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결국 수집형 오픈월드 ARPG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로 파티를 구성하여 모험을 즐길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게임을 장기적으로 플레이 할 때 굉장히 중요한 기재로 작동할 수 밖에 없는데, 정확하게 '일곱 개의 대죄'와 '묵시록의 사기사'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중간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트리스탄'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두 작품의 캐릭터를 불러올 수 있는 '별의 서'의 존재는 이러한 포인트를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는 최고의 패인 셈이다.

'수틀리면 구워먹겠다'처럼 호크를 놀려먹는 만담이 원작에서 자주 활용되는 18번 개그 중 하나라서
호크의 모델링 퀄리티가 수상할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결국 넷마블이 '일곱 개의 대죄' IP로 게임을 만들면서 취하는 스탠스는 명확하다. "우리 또한 원작의 팬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팬들이 원하던 세계를 최고의 퀄리티로 구현해주겠다"라는 것이다.
넷마블이 만드는 '일곱 개의 대죄' 게임 시리즈는 캐릭터를 단순히 뽑는 것이 아니라 브리타니아에 살아 숨쉬게 만들고,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게이머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모든 순간을 의미가 있는 체험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그리고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 가지는 잠재력은 결코 원작을 잘 구현한 게임에서 그치지 않고 '원작 팬들이 누구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감히 예측해보는 것이다.

국도 작가의 일곱 개의 대죄 웹툰 중 한 컷
'너도 칠대죄 하지 않을래?'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