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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26] 엠바크 스튜디오가 말하는 AI와 머신러닝 활용법,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라 맞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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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6] 엠바크 스튜디오가 말하는 AI와 머신러닝 활용법,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라 맞게 써야 한다'
 
AI와 머신러닝은 더 이상 게임 개발의 먼 미래나 연구실 안의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 라이브 게임과 대형 신작 개발 현장에서는 이미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테스트, 운영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어떻게 실무에 안착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엠바크 스튜디오의 NDC 26 세션 '머신 러닝의 구현 - 엠바크 스튜디오 게임의 사례(Machine Learning Implementation - The Case of Embark Games)'는 바로 그 현실적인 적용 과정에 초점을 맞춘 강연이었다.
 
해당 세션은 '아크 레이더스'와 '더 파이널스'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개발하며 머신러닝을 실제 제작 과정에 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 가능성뿐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한 한계와 시행착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얻은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엠바크 스튜디오의 마틴 싱-블롬(Martin Singh-Blom)은 AI와 머신러닝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실제 개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였다고 개발 과정을 술회했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제한된 인력으로 대형 규모의 게임을 만들어야 했고, 동시에 창의적인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더 빠르고 대담하게 개발하기 위한 선택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제작 파이프라인의 변화다. 엠바크는 세상의 모든 물건과 사물을 손으로 직접 모델링하는 대신,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구조화·객체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예술 자산 제작에서는 포토그래메트리와 캐릭터 아트를 분리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작업 공정을 효율화했다. 코드 작성 과정에서도 클로드(Claude)와 같은 코드 에이전트를 활용해 반복적인 작성 속도를 높이는 등, 개발 전반에서 AI를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라이브 서비스 영역에서도 머신러닝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파이널스'는 무료 플레이 게임인 만큼 치장 요소 판매가 주요 수익 구조를 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자가 새 시즌과 함께 도입되는 배틀패스나 신상품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엠바크에게 아쉬운 지점이었다. 이에 엠바크는 개별 이용자가 어떤 치장 요소를 선호하고,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꾸미는지를 분석해 상점 내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For You' 모델을 구축했다.

해당 모델에는 멀티노미얼 VAE(Multinomial VAE)라 불리는 딥러닝 기반 방식이 활용됐다. 엠바크는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인화 추천 모델을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약 4배에 가까운 매출 향상을 이끌어냈다. 다만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분석을 진행할 때마다 예측값이 크게 튀는 문제가 있었고, 기술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엠바크가 찾은 해법은 머신러닝을 온전히 시스템에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해당 과정을 총괄할 엔지니어를 라이브 옵스 팀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를 줄이고, 테스트와 분석, 목표 설정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해 결론을 도출하는 일을 AI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개선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는 ‘AI를 더 잘 쓰기 위한 인력 활용’이라는 또 다른 답안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경험은 ‘아크 레이더스’ 개발에도 반영됐다. LLM을 활용한 퀘스트 설계는 특정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다음 퀘스트가 열리는 기존의 선형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레이더가 특정 퀘스트를 진행할 때 어떤 장비를 주로 활용했는지를 분석하고, 해당 장비의 상위 단계를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나 그 장비 사용이 권장되는 고난도 퀘스트가 더 빠르게 열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모든 이용자에게 정형화되지 않은,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는 시각화와 구조화에 강점을 가진 협업 도구 미로(Miro)도 활용됐다. 복잡하게 얽힌 퀘스트 흐름과 이용자 선택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AI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과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지점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AI는 선택지를 확장하고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흐름이 게임 경험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개발자의 의도와 설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했다.

또 다른 사례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동작 구현에 활용된 딥미믹(DeepMimic)이다. 엠바크는 물리 기반 로봇의 모션 패턴을 다루며 로봇에게도 일종의 신경망에 해당하는 폴리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딥 미믹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최적화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크 레이더스'의 적대 PvE 요소인 아크는 목표 플레이어와의 거리, 각도, 위치 관계를 분석해 델타값을 계산하고, 가장 빠르게 접근할 방법을 판단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크가 갑작스럽고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물리적 현실성을 벗어나지 않는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위협적이면서도 납득 가능한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이용자는 그 장면에 놀라면서도 감탄할 수 있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이러한 AI와 머신러닝 기반 결과물이 이용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진행된 서버 슬램 테스트에서 많은 이용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플레이 영상 중 특히 화제가 된 장면은 좁은 하수구 터널에서 리퍼(Leaper)가 다리를 접어 플레이어를 추격하다가, 다리 부위에 타격을 입고 밀려나 쫓겨나는 장면이었다.

이 같은 장면은 사전에 정해둔 몇 가지 패턴형 움직임이나 좌표 그리드 기반 제작만으로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인트 클라우드를 활용해 유사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합성곱 신경망을 구축하는 방식에 비하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엠바크의 사례는 AI와 머신러닝이 단순히 개발 속도를 높이는 수단을 넘어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역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구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엠바크 스튜디오가 강조한 것은 AI와 머신러닝을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도구를 가려 쓰는 판단력이다. 어떤 문제는 코드 에이전트가, 어떤 문제는 포토그래메트리가, 어떤 문제는 개인화 추천 모델이나 딥미믹이 더 적합할 수 있다.
 
AI 시대의 개발 경쟁력은 기술 자체를 도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마주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문제에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AI와 머신러닝을 연결하는 능력이야말로 엠바크가 제시한 핵심 방법론이었던 셈이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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