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리자드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핵심 개발자들이 한데 뭉친 본파이어 스튜디오가 드림에이지와 손을 잡고 새로운 개념의 팀 PvP 게임 '알케론'을 준비했다.
알케론은 탑의 부름을 받은 3인 1조 구성의 15개 팀이 전투를 거듭하여 단 하나의 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을 반복하는 게임으로 언뜻 보기에는 생소한 배경 설정과 진행 방식이 눈에 띌 뿐 구성 자체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배틀로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팀 넥스트 게임 페스트를 통해 실제로 접해 본 알케론은 종래의 배틀로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한 규칙과 치밀한 설계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넣지만 그것이 막연히 기분 나쁘지 않고 나름대로 납득이 되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이었다.
남다른 방식을 추구한 알케론의 핵심 재미 요소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심연 접근 예고가 뜨면 이제는 비어 있는 전장으로 가서 결투할 시간이다
알케론의 '심연'은 1라운드부터 살벌하게 피가 갈려나가기 때문에 회복 아이템 쓰면서 버틸만한 기믹이 아니다게임 모드의 이름 '어센션(Ascension)'이 가지는 사전적인 의미가 '승천'인 것처럼 플레이어들은 탑을 올라가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몬스터를 사냥하고 상자를 열고 다른 플레이어의 전리품을 약탈하는 방식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배틀로얄 게임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지만, 알케론은 여기서 탑을 등반하는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특별한 기믹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알케론에서는 매층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이 구역이 지정되며 그 외의 공간은 의지(실드)를 무시하고 체력을 갈아버리는 죽음의 공간 '심연'으로 변한다. 이는 다른 게임에서 소위 말하는 자기장의 개념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제 알케론의 전이 구역은 매우 좁고 구역 내에 살아남은 한 팀만을 윗층으로 올려보내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점차 구역이 좁아지며 피할 수 없는 전투와 난전의 발생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매 층이 인원을 절반씩 솎아내는 일종의 라운드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독특한 관념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미니맵을 통해 점령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전이 구역이 예측 불가능한 난장판보다는 잘 정돈된 투기장처럼 다가와서 교전에 대한 부담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간혹 거리 상의 문제로 하나의 전이 구역에 3개 이상의 팀이 맞닥뜨리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배틀로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이 교전 중에 뒤통수를 맞고 허무하게 터지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유사 토너먼트 방식은 익숙하지는 않을 지언정 접근성 면에서는 훨씬 쉽고 가볍게 다가왔다.

원거리 무기는 매 공격마다 걸리는 딜레이가 더 크다 보니 거리 조절을 실수하면 바로 덜미를 잡힌다
투사체 없이 범위 내 적을 즉각 타격하는 '그림월드의 기묘한 장치'는 짧은 사거리를 가지도록 설계하여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게임성까지 가벼움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았다. 탑-다운으로 시선을 처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등축 구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마우스 커서에 따라 방향과 각도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무기의 유효 사거리와 연속 공격 횟수 및 탄약 제한, 공격할 때마다 걸리는 딜레이의 편차처럼 종류와 운용 방식에 따른 강약이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어 생각 이상으로 다이나믹하고 쉬이 질리지 않는 전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할당된 무기 슬롯 2개를 지팡이, 활, 수리검과 같은 원거리 무기로 채우면 확실하게 선공권을 가져올 수 있지만 히트스캔 방식의을 사용하는 '그림월드의 기묘한 장치'를 제외하면 대부분 투사체가 발사되는 방식이고 충돌값과 비행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왑 플레이를 통해 암만 빈틈을 줄이려고 해도 근접 장비를 사용하는 쪽에서 반드시 파고들 구석이 있으며, 반대로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쪽에서는 우클릭 무기 스킬을 이용해 상대에게 갈고리를 걸거나 경직 무시 돌진으로 거리를 빠르게 좁힐 수단이 주어지지만 유효사거리에 상대를 넣어 타격하는데 실패하면 그것이 빈틈으로 이어저 거리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특히 탑이라는 구조물의 특성상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은엄폐 구역보다는 미세한 차이로 공격을 피하거나 맞힐 수 있는 형태의 기둥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에서 포커싱을 흘릴 수 있는 기둥빨기 전략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으며 3회까지 스톡을 쌓을 수 있는 회피나 왕관, 부적의 사용 효과를 통한 변수 창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터널의 고유 기술은 화면 하나를 덮어버리거나 범위 내 적을 무적 상태로 자동 추적 공격하는 등 막강한 판정을 자랑한다
다른 플레이어가 의도한 빌드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니 겹치지 않는 에코 유물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모습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고유의 스킬셋을 가지지 않는 바닐라에 가깝고 획득한 장비 아이템 '유물'이 곧 캐릭터의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부분이었다.
세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에코 유물은 2개, 3개를 모았을 때부터 제공되는 세트 보너스를 통해 이미 일반 유물과 차별점을 주고 있지만 동일한 세트 효과를 4개 모았을 때 발휘되는 '이터널 변신'은 불리한 전황마저 단숨에 뒤집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승리를 위해 더욱 필사적으로 파밍하고 성장하는 것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딱 하나 이 게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러한 구조에 있었다. 안전한 곳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캠핑 플레이를 방지하고 모두가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기획의도 자체는 전달되고 있지만, 이터널 변신을 빠르게 완성한 팀이 나오면 다른 팀은 자연재해를 만난 것처럼 순식간에 휩쓸리는 구도가 계속 반복됐다.
물론 따로 인터페이스를 띄우지 않더라도 팀의 유물 보유 상황이 상시 공유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빌드 완성을 도울 수 있어 '아이템 획득의 무작위성'과 같이 행운에 기대는 요소를 빌드를 유연하게 가져가며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제작사 입장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한 '플레이어의 실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이번 테스트 빌드 기준으로는 이터널 변신의 힘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싸울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싸움에서 살아남은 3명이 올라가리라
결론적으로, 알케론은 배틀로얄 장르의 익숙한 공식을 '탑 등반'이라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믹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3인 팀 단위의 팀워크를 강조하면서도 초보자 접근성이 제법 뛰어나고, 손맛이 차진 전투와 유물 중심의 즉석 빌드 성장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을만한 매력이 있었다.
매 층마다 인원을 솎아내는 전이 구역과 심연 메커니즘은 단순한 자기장 이상의 긴장감을 부여하며, 전략적인 포지셔닝과 교전이 돋보이는 구조로, 배틀로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토너먼트 같은 깔끔함을 더해준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밸런스 측면에서 한계점을 드러내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기 때문에 본파이어 스튜디오와 드림에이지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핫픽스를 진행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개선점을 적용해 나간다면 추후에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늘 비슷하게 나오는 배틀로얄에 지쳐버린 베테랑부터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는 비기너까지 모두 사로잡을 새로운 대안 '알케론'은 3월 3일 스팀 넥스트 페스트 종료 기간까지 언제든 플레이할 수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