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펄어비스 '붉은사막',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답은 '완성도'

펄어비스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AAA급 신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의 출시일이 내년 1분기로 연기되면서 많은 게이머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붉은사막의 재차 발매 연기 결정 이유에 대해 펄어비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자세하게는 첫 AAA급 콘솔 게임 론칭 과정에서 오프라인 유통과 보이스 오버, 콘솔 인증 등 파트너사와의 협업 과정에서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으며, 연내 최적의 출시 시점을 찾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연기 소식에 대해 시장 및 게이머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펄어비스에게도 뼈아픈 결정이다. 실제로 출시 지연 발표는 펄어비스 주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까닭은 '게임 완성도', 즉 '게임 품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작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출시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받은 사례는 매우 많다. 게임의 전체적인 기획력이나 디자인, 볼륨 등은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각종 버그의 발생, 최적화 및 편의성의 미흡 등 완성도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해 불명예를 안게된 작품이 여럿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출시 연기는 붉은사막에게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난 AAA급 타이틀이라고 할 지라도 어디에나 흠결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대작에 걸맞는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소한 부분에 대한 퀄리티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2026년 1분기까지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붉은사막은 서머 게임 페스트(SGF)를 비롯해, 팍스이스트, 런던 쇼케이스, 빌리빌리 월드, 차이나조이, 그리고 게임스컴 등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주요 게임 행사에 참가해 게임 산업 관계자와 게이머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다.

특히 지난해 지스타 2024에서는 사슴왕과 리드데빌, 여왕 돌멘게, 헥세 마리 등 4종의 보스를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보스전 모드의 시연이 펼쳐졌으며, 올해 개최된 SGF 2025와 게임스컴 2025 등의 시연 무대에서는 붉은사막의 초중반부 퀘스트와 일부 스토리를 시연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시연 무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는 붉은사막의 개발 진척도는 골드행에 거의 도달한 수준이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제작되면서 현존 최고 수준의 비주얼 퀄리티를 자랑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연광과 날씨 효과,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된 자연 환경은 오픈월드로 구현된 파이웰 대륙에 대한 탐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전투 액션과 관련해서는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개발 및 서비스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반영되면서 정확한 패링과 회피 등 섬세한 캐릭터 컨트롤 요소를 살렸다. 실제 전장을 방불케 하는 높은 몰입도의 전투 현장과 주변 사물을 활용해 특정 요소를 공략해가는 재미까지 갖췄다.

현존 최고 수준 그래픽과 깊이감 있는 전투와 전략, 섬세한 컨트롤 요소, 방대한 콘텐츠 볼륨 등 AAA급 액션 어드벤처로서의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것이 붉은사막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다. 생소한 커맨드 방식과 락온 및 카메라 시점 등 일부 문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여러 차례의 시연 무대를 통해 차츰 다듬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붉은사막의 연이은 발매 연기는 펄어비스에게는 크리티컬하게 작용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붉은사막 타이틀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일정에 쫓기면서 목표로 했던 수준으로 완성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출시 후 게이머에게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수 있다.

펄어비스가 고집스럽게 벼려온 붉은사막. 과연 오랜 기다림 끝에 모습을 드러낸 붉은사막이 장기간의 개발 과정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낼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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