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서브컬쳐 게이머분들이 게임조선을 찾아주셨습니다. 지휘관, 인도자, 사령관, 생존자, 선생님, 개척자, 방랑자, 팀장, 마스터, 트레이너, 독타, 여행자 등 수많은 분들 덕분에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이머분들께 보답하고자 서브컬쳐 대표 개발자 및 담당자들을 만나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업계인이자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그들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갈데 없는 신사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임. 어떤 게임인지 떠오르시나요? 바로 밸로프의 '라스트오리진'입니다.
2019년에 출시된 라스트오리진은 우여곡절 끝에 밸로프와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령관분들께 여쭤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라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을 거예요. 그래도 밸로프와 개발진들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운영한 덕분에 이렇게 웃으며 게임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밸로프 이관과 함께 화제가 된 분이 계시죠. 바로 김수연 PD님입니다. 신사들의 게임에 등장한 여성 PD님이라 혹여 우리 게임에 질겁하시는게 아닐까 걱정했더니 신사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신사력으로 오히려 신사들을 두렵게 만든 분이죠.
게임조선은 빠꾸없는 풀악셀을 밟는 전술 무기 김수연 PD님과 오랜만에 만나 어디서 그런 추진력을 얻으셨는지, 라스트오리진을 맡기 전 게이머이자 개발자로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얘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 본 인터뷰는 8월 29일 진행되었으며, 업데이트 상황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
라스트오리진 김수연 PD = 게임조선 촬영
기자: 이제는 라스트오리진 사령관이 아니더라도 다 아실 듯한 분이지만, 그래도 인터뷰니까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수연 PD(이하 김수연): 안녕하세요! 라스트오리진의 PD 김수연입니다.
기자: 제가 한 1년 만에 뵙는 것 같아요. 정말 다사다난했는데 지난 1년 동안 라스트오리진을 운영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수연: 1년을 되돌아보면 '벌써 1년이나 지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직 1년 밖에 안됐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모순이긴 한데 제가 이 업계에 들어와서 보낸 시간 중 가장 빨리 지나가면서도 하루하루가 강렬했던 1년이었습니다.
기자: 개발 경력이 꽤 되시지만 라스트오리진처럼 게임 개발자로 집중 조명을 받는 것도 처음이실 것 같아요. 제가 PD님을 처음 만나 뵙고 놀랐던 부분이 명함에 장르가 전혀 다른 게임이 함께 적혀있던 거였어요. 그래서 적응하신 것도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졌고요. 예전에도 한번 여쭤본 적이 있지만, 라스트오리진을 처음 맡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김수연: 저는 원래 3D ARPG를 개발하던 사람이었어요. 갑작스럽긴 했지만, 사실 일이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대표님도 믿고 맡겨주시면서 한편으론 남성향 게임을 맡기는 걸 걱정도 하셨는데 오히려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니 뭔가 보여드리고도 싶었고요.
한편으론 오랜 시간동안 굉장히 사랑받아온 IP인데 사령관분들께서 이관 소식에 슬퍼하시니 더더욱 책임감을 느꼈고요. 저희 회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좋겠다는 목표도 생겼어요. 회사엔 저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정을 가지고 업무를 맡아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이런 부분을 알리고 사령관분들을 안심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자: 또 놀랐던 부분은 이관을 받고 나서 그 해에 생방송도 하시고, AGF도 나가셨어요. 개인적으로 AGF에서 암상인처럼 '이쪽으로 오세요'하고 굿즈를 보여주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게 사실 쉽지 않아요. 이렇게 빨리 게이머분들과 만난 이유가 있었을까요?
김수연: 리퍼블리싱이다보니 기존에 어떤 식으로 운영하셨는지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기존 PD분들을 살펴보니까 나서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셨더라고요. PD로서 나서서 소통하고,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게 쉬운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전 PD분들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우리도 해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밸로프가 이런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도 있고요. 사령관분들이 걱정하신 부분과 맞물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왜 많은 회사 중에 하필 밸로프일까?'라는 생각도 하시겠지만, 저희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섰습니다.
다행히 많은 사령관께서 이런 모습을 좋아하셔서 굉장히 영광이었어요.
사령관들과 첫 만남을 가졌던 AGF = 게임조선 촬영
기자: 서로에게 행운이 된 인연이네요. 원랜 3D ARPG를 만드셨다고 했는데 PD님은 어떤 인연으로 게임 업계에 들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게임을 좋아하셨나요?
김수연: 원래도 액션 게임을 좋아했는데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많이 하긴 했어요. 어렸을 땐 PSP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돈을 모아 구하고,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직구도 없을 때 용돈을 모아서 사고 그랬어요. 리듬 게임하는 분들 다 그럴진 모르겠는데 올콤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밤새도록 하다가 버튼이 고장나고 그랬죠. 알투비트도 정말 많이 했는데 PC방에 가서 알투비트로 라스트오리진 곡을 플레이해 보니까 너무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왜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연애 시뮬레이션도 했어요. 친구가 추천해 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뭔가 '이 친구를 공략해야겠다'라는 목표 의식이 생기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니까 다양하게 플레이하게 됐어요. 뭔가 선택지를 잘 고르면 정말 내 여자가 될 것 같은데 안되니까...
기자: 아, 미소녀를 꼬셨군요? 저는 또 토가이누의 피나 귀축안경 이런 거 하셨을 줄 알고...
김수연: (웃음) 미소녀를 꼬셨습니다. 확실히 남성향이랑 여성향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여성향 게임은 여심을 자극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진도가 착착 나가는데, 남성향 게임은 여자인 제 입장에서 듣고 싶은 선택지를 고르니까 친구 엔딩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더 불타올라서 공략했습니다.
기자: 그렇게 친구의 꾀임으로 게임의 길을 걷게 되셨군요. 리듬 게임을 좋아하신다고 하니 라스트오리진의 노래를 더 많은 리듬 게임에서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최근엔 어떤 게임을 주목하고 계시나요?
김수연: 아마 업계 분들은 공감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어느 순간 일과 취미의 구분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게임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인기가 있어서 하게 된다고 할까요? 게임에 빠지는 게 아니라 분석을 하게 돼요. '와... 이거 만드는데 힘들었겠다'라거나 '아트 죽어났겠네' 같은 생각이 드니까 마냥 즐겁게 플레이하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최대한 일과 구분하기 위해서 다른 장르 게임을 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를 하고 있어요.
기자: 혹시 살인마세요?
김수연: 생존자입니다.
기자: 제게 사과하세요.
김수연: (웃음) 그런데 콜라보를 굉장히 많이 하는 게임이라서 저도 모르게 어떤 식으로 콜라보를 했을 때 사령관님들의 기대를 채워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또 친목을 위해 유릭스 님이나 렌 님과 오버워치도 하고요.
기자: 혹시 포지션이?
김수연: 유릭스 님은 돌격이시고, 렌 님은 공격을 주로 하세요. 공격 중에서도 돌아서 죽이고 빠지는 영웅이랄까요? 벤처를 자주 하세요. 치고 빠지는 게 아주 얄미워요. 그림도 치고 빠지는 게 아주 기깔나시죠. 저는 은신하고 저 밑에서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기자: 탱 감수성이 차오르는데요. 유릭스 님의 마음을 알 거 같아요. 둘이 그렇게 달려나가면 뭘 지키라고!
김수연: (웃음) 유릭스 님이 시그마를 자주 하시는데 똑같이 말씀하세요. 그럼 저희는 막 놀리고요. 이렇게 즐겁게 플레이하고, 업무적으론 브라운더스트2를 굉장히 재밌게, 컷신 보면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계속해서 좋은 캐릭터와 좋은 스킨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함께 가는 게임이잖아요?
기자: 그렇죠. '이래도 되나?' 대들보를 받드는 두 기둥이죠.
김수연: 그리고 제가 소심해서 배틀 그라운드처럼 은폐나 엄폐해야 하는 슈팅 게임에 굉장히 약해요. 적이 대놓고 보이면 상관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승리의 여신: 니케가 '내 캐릭터가 여기에 있고, 적이 저기에 있고, 이제 쏴서 죽여'라는 단순 명료한 방식이라 재밌더라고요. 오토와 수동의 타협점을 찾아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도 굉장히 잘 디자인된 것 같고요.
기자: 자, 그럼 개발 얘기를 해볼까요? 개발자 노트를 정말 꾸준히 올리고 계십니다. 라이브 방송도 큰 업데이트나 이벤트마다 하고 계시고요. 사실 이런 소통 방식이 PD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신규 캐릭터를 선보이려면 적어도 러프화는 있어야 하니까요. 항상 어떻게 준비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김수연: 훌륭한 팀원분들이 계시니 가능한 일이죠.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고, 특정 파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조율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 정도 프로세스를 확립했고요. 라스트오리진을 지켜주신 아이샤 님과 오렌지에이드 님, 유릭스 님, 그리고 무엇보다 라스트오리진을 사랑해 주시는 사령관 여러분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죠. 저희는 대본 없이 진행해서 늘 엉망진창인데도 항상 좋게 봐주시고 방송에 찾아와주시는 사령관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사실 개발자 노트를 쓰고 방송을 하는 순간까지 확답을 낼 수 없는 부분도 있어요. 노동 8호 님도 그리셨지만 이번엔 PC 클라이언트가 나왔죠. 연초에 내겠다고 말씀드리고, 지금까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만약 밀리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사령관분들께 신뢰를 드리고 싶어 이번 1년 만큼은 밀리지 않고 말했던 부분을 꼭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사령관분들이 밸로프를 믿고 편하게 플레이하실 테니까요.
그래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으로 신규 캐릭터나 스킨 소식을 빠르게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안정화 시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PC 클라 언제 나오냐고? 3... 2... 1... =라스트오리진 공식 라운지 갈무리
기자: 네, 더 커진 개발근을 기대하겠습니다. 운영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김수연: 개발자 노트는 보통 1달 단위로 공개하지만, 사실 운영 계획은 1년 정도 세워둡니다. 이벤트 일정도 그렇고 캐릭터나 스킨 콘셉트를 위해 계획을 세워둬야 하니까요. 이런 계획을 황급히 바꿔야 하는 때가 많아요. 보통 이런 일정을 제가 관리하는데 이관 당시에는 묵혀둔 콘텐츠, 소위 김장이 없었어요. 계획을 바꿔야 할 때 보여드릴 김장이 없으니 유릭스 님이나 렌 님, 그리고 외주 작가분들이 고생을 하셔서 죄송했어요.
또 4~5월이 일본 출시 이벤트 시기인데 이관 이슈와 맞물리면서 즐거워하셔야 할 일본 사령관분들이 제대로 즐기지 못하셨어요. 아이샤 81호 님도 그렇고 작가 님도 그렇고 정말 고생하셨죠. 프로셔서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이 정도 대응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정말 즐겁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얼마 전엔 일본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코미케를 갔는데 현장에서 작가님들과 인사도 나눴어요. "내년에도 더 힘내서 가보자!" 화이팅 하기도 했고요.
사령관분들을 위해서 힘내야겠단 욕심과 스케쥴상 한계 사이에서 타협해야 하는 상황은 항상 있어요. 그런데 그 타협점이 늘 저점이라 사령관분들께 죄송스러워요. 정해진 내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면서 사령관분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라스트 오리진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엣? 혼또?" 같은 일들이 많았죠. 다른 작가분들을 섭외할 때도 "엣? 혼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너 오늘부터 우리 작가야 알았어!?"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김수연: 제가 몬스터볼을 갑자기 휙 던지죠(웃음).
기자: 갑작스러운 문제라고 하면 AGF도 떠올라요. 그때 현장에서 부랴부랴 일러스트를 가리기도 했죠. 너무 아쉬워서 당시 시안들을 받아서 기사로 올리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대놓고 굿즈를 보여드릴 수 없어 사령관분들을 으슥한 곳으로 모시던 PD님이 기억나네요. 오프라인 행사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김수연: 코로나 끝나고 첫 대형 오프라인 행사였던 것 같아요. AGF를 기다려주신 사령관분들이 많으셔서 개인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스트오리진은 청소년 불가에 남성향 게임이고, 미소녀들이 옷을 벗는 이미지가 강한데 누군가에게 밝히기 두려운 취미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성인이 성인으로서 게임을 즐기는데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첫 오프라인 행사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정말 많은 분이 오셨다 = 게임조선 촬영
기자: 변태가 아닌 신사가 즐기는 게임이죠. 물론 신사뿐만 아니라 사령관 레이디분들도 계시고요.
김수연: 맞아요. 예쁜 캐릭터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레이디분들도 계세요. 이런 분들이 스스로 '나쁜 게임을 하는 죄인'이 아닌 당당하게 취미를 즐기고, 이런 오프라인을 즐기는 한 사람의 게이머라는 자신감을 드리고 싶었어요.
현장 이벤트론 개인적으론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지난 라이브 공연도 갔어요. 슈퍼민트분들께서 멋진 음악회를 열어주셨는데 현장에서 사령관분들이 열창을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아마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 오프라인 이벤트만큼이나 미스 오르카도 큰 이슈가 되었죠. 작년에도 발표 당일까지 순위가 바뀌어서 바쁘게 보내셨는데 올해는 어떠셨나요?
김수연: 우선 투표 방식이 바뀌었죠. 유료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티켓의 범위를 확대했고, 순위 공개는 마지막 결과로 한정했습니다. 예선 투표부터 최애를 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고, 또 순위가 매일 공개되니 순위가 낮은 최애는 투표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3위, 4위, 5위는 차이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하루 데이터를 확인하며 긴장했어요. 3, 4, 5위가 계속 바뀌었어요. 의외였던 건 레프리콘이 많이 선정했어요.
기자: 특정 사령관을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칸에게 큰 애정을 바친 용자분도 계셨죠. 그걸 보고 처음엔 '아니, 떨어지면 어쩌시려고'라는 생각과 함께 '야, 이거 개발자분들 고민하시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상을 주려고 해도 형평성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김수연: 맞아요. 아이샤 님이 절규하긴 했어요(웃음). 역전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칸이 5등으로 밀리기도 했고요. 저희도 칸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형평성을 지켜야 하니 미스 오르카 취지에 맞춰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칸이 3위에 올라 마음에 보답해 드릴 수 있게 됐죠.
그 영향이라고 할까요? 스토리 작가분들이 굉장히 감명을 받으셨어요. "저게 바로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시면서 뭔가 스토리에서 보답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얘기하기도 하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미스 오르카에 관심을 보내주신 사령관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최애가 당선된 사령관분들껜 축하 말씀들 드립니다.
기자: 말 그대로 돈으로 싸우는 어른들의 전투를 보여줬습니다. 다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까요?
김수연: 올해는 투표 현황을 UI로 확인하고 싶다는 의견을 받아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투표를 했을 때 순위가 변동되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식으로요. 이런 의견을 종합해 개발진도 정말 많은 의견과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아깝게 떨어진 의견을 소개해 보면 투표 지분을 표현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혹은 캐릭터 도감에 스킨을 많이 모았다면 올컬렉터라는 걸 표현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수집형 게임 개념에 가까운 아이디어랄까요? 사령관분들이 더 애정을 가지고 수집 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되는, 편하고 직관적인 개발 방향이 정해지면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른의 사랑' = 라스트오리진 공식 라운지 갈무리
기자: 오, 'n회 미스 오르카 xx 애정 1위' 같은 타이틀을 제공하면 미스 오르카엔 떨어져도 꽤 뿌듯할 것 같네요. 이슈라고 하면 소울워커 콜라보도 있었죠. 댕라 모습에 충격을 받긴 했는데 뭐, 일단 저도 사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저처럼 콜라보에 대한 반응이 다양했는데 내부적으론 어떻게 판단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연: 처음에 개발자P 님과 개발자B 님이 우려를 하셨어요. 사실 콜라보 자체는 서로 하고 싶었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무산될 뻔한 게 극적으로 성사됐어요. 그래서 다소 급작스럽게 스케쥴이 잡히고 논의를 했는데 서로 시안을 만들고 피드백을 하는 중에 뭐랄까....(웃음) 개발자P 님과 개발자B 님은 오랫동안 개발하셔서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자식 같은데 저희 시안을 받고 한동안 말이 없으셨어요. 딸을시집 보내는 기분이셨을 텐데 좋다 싫다 말씀도 없으셔서 저도 내심 이해를 했습니다.
그래도 게이머분들이 '라스트오리진과 소울워커 콜라보'를 듣고 바라시는 방향이 있으니 두 분과 긴 시간 동안 진솔한 대화를 했고, 어느 정도 동의를 해주신 덕분에 양쪽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기자: 댕라도 댕라지만, 저는 소울워커쪽 어윈을 보고 참 곤란했습니다. 저는 보통 사람이었는데 어윈 때문에 지금 아주 난처해졌어요. 소울워커 리리스 어윈의 중파 모습을 역수입할 생각 없으신가요? 심지어 어윈은 임자 있는 몸이라 더 좋아할 사령관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같은 식구 게임이니까 2차, 3차 콜라보도 기대하게 되는데 말이죠.
김수연: 이어지는 친구들도 감히 말씀드리는데 장난 아닙니다(웃음).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축제잖아요? 걱정하셨던 개발자P 님과 개발자B 님도 워커분들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니까 기뻐하시면서도 생각이 많아지셨어요. '어라? 이게 아닌데?' 같이요(웃음). 말씀하신 리리스 어윈도 개발자P 님과 개발자B 님의 회심의 일격인데 정말 많은 의견을 나눈 끝에 나왔습니다. 축제가 잘 되면 매년 기대하는 행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아요! 너무 좋은데...! = 밸로프 제공
기자: 외부 협업 얘기도 해볼까요? 작년에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사실 인터뷰할 때 이미 오부이 님이나 41 님, 멜론22 님과 얘기가 진행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때 PD 님도 저도 작가분들이 어떻게 그렇게 능청스러우신지 감탄했는데 이번에도 진행되는 게 있나요?
김수연: 당연히 진행되는 건들이 있고, 당연히 아직 공개하긴 이르죠(웃음). 작년에 정말 뭐랄까... 특히 오부이 작가님이 능청스러우셨죠. 작가분들 본인 필명에 여우나 퐉스를 넣으셔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예요(웃음)
이번에 코미케를 가서 많은 작가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오부이 선생님은 뭐, "처음 뵙겠습니다"가 아니라 "어, 왔어?"라거나 "또 봐~" 느낌으로 인사하셔서 감사했고요. 많은 작가분들이 보내주시는 열정에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연히 사령관분들의 사랑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우리 앙헬쿤은 자랑하고 싶어서요. 수많은 미소녀 사이에서 앙헬쿤이 작품으로 나와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작가님이 2탄을 위해 탐색 중이라고 하시는데 너무 기대됩니다.
이번 외부 출장에는 아이샤 81호 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덕력이 깊으셔서 코미케 스승님으로 모시고 돌아다녔거든요. 덕분에 새롭게 깨어난 취향도 한둘이 아니에요.
기자: 새로운... 81호 당신 대체 무슨 괴물을 만든거야...
김수연: (웃음) 덕력 대선배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하게 받고 있습니다. 돌아올 때도 제가 좋아할 만한 신간들을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쪽 레이디가 드리는 선물입니다(찡끗) = 김수연 PD SNS 갈무리
기자: 첫 방송이 일본 방송이었습니다. 꽤 이른 시점에 날아가서 방송을 하셨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김수연: GOP가 자회사 관계가 되면서 방송 전에도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일본 방송은 라이덴 님께서 너무 잘해주고 계신데 라이덴 님께서 방송 제의를 주셨고, 저희도 일본 사령관분들께 뭔가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덴 님께서 프로답게 진행을 해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고, 저희도 굉장히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방송할 땐 정말 긴장이 되더라고요. 해외 사령관들을 위해 외국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어는 청해가 되지만 말하는 건 서툴러서 통역의 도움을 받았거든요. 직접 제가 사령관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고, 대만처럼 다른 곳에 계신 사령관분들께도 인사를 드리고 환영을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방송이 긴장되기보단 제가 부족해서 긴장을 느낀 것 같네요.
기자: 이후 방송들은 긴장이 좀 덜 하셨을까요?
김수연: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저희는 늘 하던 것대로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어요. GOP 방송은 초청인만큼 많이 준비하고 갔지만, 저희가 준비한 방송은 좀 더 편하고 솔직하게 진행한 것 같아요. 너무 솔직하게 진행해서 엉망진창인 느낌도 있긴 했지만, 저희가 일한 것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설명드리려고 했습니다.
다만, 실시간 방송이다 보니 계속 올라가는 채팅을 보면 머릿 속이 순간적으로 정지되긴 하더라고요. 사령관분들께서 생생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조심해야 할 것 같단 생각도 들고요.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은 것을 사령관분들께 보여드리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요.
기자: 다음 대형 행사는 아마 AGF가 되겠죠? 지난 AGF는 너무 좋은 일러스트를 공개해서 주최측이 놀라기도 했는데 어떠셨어요? 올해는 어떻게 진행하게 될까요?
김수연: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밸로프 직원이 다 모여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틀차엔 다들 병이 나서 링거도 맞고, 저도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당시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서 움직였는지 모르겠는데 아이샤 님이 "지금 생명을 깎아서 뛰고 있다"라고도 하셨고요. 이번엔 3일 동안 하는 거라 어떻게 될지...(웃음)
그리고 그만큼 즐거웠어요. 사령관분들하고 이렇게 만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자리에 목말라 있던 거 같아요. 저희가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맨땅에 헤딩하며 준비했는데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다만, 뭔가 숨기거나 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더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부스 신고가 굉장히 많이 들어와서 주변 부스에도 죄송하고, 저희 같은 부스를 따로 모아서 저희들도 게이머분들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지난 AGF와 다르게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미공개 시안도 있고 굿즈 전용 일러스트도 있고, 와서 보시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지난번엔 부스가 너무 작아서 방문해 주신 사령관분들, 그리고 워커분들이 고생하셨는데 부스를 더 크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부분들은 협력 업체분들과 확정되면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기자: 작년에는 유릭스 님과 렌 님이 코스프레를 하셨는데 올해도 하시나요?
김수연: (웃음) 사실 렌 님이 자신만만하게 유릭스 님이 될거라고 하셨는데 결과가 뒤집어져서 시무룩하셨어요. 처음엔 싫어하시던 유릭스님은 아주 신나하셨고요. 결국 동료를 혼자 둘 수 없다며 남자답게 함께하셨죠. 저도 투표 수 공약을 했는데 약간 모자라서 무산됐죠. 사실 개발자P 님과 개발자B 님이 다나 데자이어 워커 의상을 물려주셨는데 방송에서 입으려고 하니까 노출이 조금 심해서...
기자: 펙스 회장님이나 앙헬도 괜찮지 않을까요? 지석군은 뭔가 너무 수수하고...
김수연: 사령관분들의 의견을 곰곰이 생각해 보겠습니다(웃음).
가장 남자다운 행위를 유감없이 보여준 그들에게 박수를 = 밸로프 제공
기자: 알겠습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 볼까요? 요 1년 동안 많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수연: 뭔가 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직원분들이 제게 보내주시면서 놀리세요(웃음). 저도 '아, 사령관분들이 이렇게 불러주시는구나'하고 감탄할 때도 있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에로선인'이었어요. 발상이 대단하신데 사실 과찬이시고, 저는 이제 초급 시험을 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아, 아직 지라이야는 아니다?
김수연: 네, 에로선인은 바다 건너 아이샤 81호 님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저는 그 밑에서 선인 모드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걸로...(웃음)
기자: 1년이 아니라 10년, 100년 계속 라이브 서비스를 하셔야 할 텐데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수연: 라이브 서비스는 신규 프로젝트와 다르게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소울워커 콜라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 최우선 목표고, 다음은 사령관분들께 약속드린 로드맵을 지킬 수 있도록 개발자분들을 채찍질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AGF처럼 사령관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들을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정작한 사령관분들이 불안해하시지 않도록 업데이트와 안정화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사령관분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은 많지 않아 굉장히 축복받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제가 감히 수준에 맞지 않은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요. 저희를 늘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사령관분들께 감사드리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사령관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수연: 저희 라스트오리진은 야한 게임은 맞지만 야한게 죄는 아니잖아요? 야한 것이 전부인 게임도 아니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령관분들도 이런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으시고 존중받아 마땅한 취미가 될 수 있도록, 그런 게임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강! 라스트오리진 잘 되게 해주세요 = 게임조선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