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에는 그 게임사의 개발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같은 오픈월드 게임이라도 베데스다가 만드는 오픈월드는 높은 자유도와 수많은 버그가 떠오르고, 유비소프트가 만드는 오픈월드는 뛰어난 그래픽과 필요 이상의 수집 요소가 떠오르죠. 게임을 이루는 스토리와 그래픽, 음악, 상호 작용, 레벨 디자인이 모여 그 게임사만의 특징이 되고, 때론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게임사들은 출시하는 게임마다 독특한 요소를 넣어 그 게임사만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베데스다가 많은 게임에서 선보인 수상할 정도로 수준 높은 퀄리티의 벌레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해 게이머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독늪도 있죠. 혹은 바닐라웨어의 음식 콘텐츠처럼 개발 철학과 또 다른 장인 정신으로 게이머들에게 그 게임사의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기도 합니다.
■ 베데스다

베데스다는 지금까지 많은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며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광활한 세계와 뛰어난 자유도, 현실 같은 상호작용 등 이상적인 오픈월드를 게임 속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상할 정도로 벌레 모델링에 공들이는 게임사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악명의 시작은 오픈월드 폴아웃 시리즈의 시초인 '폴아웃 3'의 라드로치입니다. 라드로치는 탑뷰 RPG였던 '폴아웃 택틱스'부터 등장하지만, 방사능 바퀴벌레를 그대로 확대시킨 듯한 충격적인 모델링을 보여준 폴아웃 3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폴아웃 4에선 발전된 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번들거리는 광택과 정교한 털까지 구현하며 게이머들을 기겁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라드로치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파리와 사각사각하며 다가오는 거대 전갈, 게나 가제를 개조한 듯한 마이얼럭까지 상상 이상의 벌레 생물들이 튀어나오면서 '베데스타=벌레'라는 이미지에 쐐기를 박습니다.
방사능이 없는 엘더스크롤 시리즈에선 어떨까요? 첫 탈출 퀘스트에서 마주치는 거대 거미들은 겹눈과 갑각으로 위협하며, 연못에 다가가면 숨어있던 진흙게가 튀어나와 캐릭터를 찌릅니다. 차우러스에 이르러선 작은 지네, 낫 든 지네, 날아다니는 지네까지 다양한 벌레 모습을 보여줍니다.
베데스다의 벌레 사랑은 신작 스타필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사전 공개된 플레이 영상에선 벌레 특유의 갑각과 다리, 겹날개를 가진 생물들이 등장하며 또다시 게이머를 놀라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프롬 소프트웨어

프롬 소프트웨어는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탄생시킬 정도로 자기색이 확실한 게임사입니다.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높은 난이도, 유저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스토리, 절묘한 지형 배치 등 프롬 소프트웨어하면 떠오르는 요소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게이머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는 요소를 하나 선택한다면 역시 서서히 캐릭터를 말려죽이는 '독늪'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독늪은 다크소울 3의 팔란의 성채입니다. 팔란의 성채는 독늪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지형이 독으로 덮혀있으며,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독공격을 하기 때문에 실수 하나로 서서히 말라죽게되는 무시무시한 곳이죠. 초보라면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해독 이끼는 필수, 각종 독 저항 세팅을 갖춰야 그나마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가장 악랄한 곳을 꼽자면 역시 다크소울의 병자의 마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늪 자체는 많지 않지만, 망자들이 날려대는 독침과 낙사를 부르는 수직 구조, 독늪으로 느려진 캐릭터를 계속 공격하는 모기까지 게이머를 병들게 만드는 요소가 종합 선물 세트로 마련됐습니다.
다크소울 시리즈 외에도 블러드본의 악몽의 기슭, 세키로의 아시나의 밑바닥, 엘든링에선 독으로 모자라 용암과 부패까지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에는 매번 독늪이 등장해 게이머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신작 아머드코어 6 루비콘의 화염에는 독늪이 나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지만, 이미 전작 아머드 코어에서 발열 등 캐릭터를 말려 죽이는 요소들을 선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바닐라웨어

베데스다가 이상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의 벌레로, 프롬 소프트웨어가 서서히 말려 죽이는 독늪으로 게이머를 괴롭혔다면 바닐라웨어는 모니터 너머로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먹음직한 요리 콘텐츠로 게이머의 공복을 불러일으키는 회사입니다.
바닐라웨어의 첫 게임인 프린세스 크라운에선 다양한 재료를 냄비나 프라이팬으로 조합해 요리를 만드는 시스템을 넣었습니다. 또한 요리마다 먹는 모션을 따로 만들 정도로 요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습니다. 오딘 스피어의 리메이크 작품인 오딘 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를 출시할 땐 요리 홍보 영상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요리에 대한 애정이 정점을 찍은 것은 역시 드래곤스 크라운이 아닐까 합니다. 탐험한 지역과 사냥한 몬스터에 따라 달라지는 식재료,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재료들과 조리 방식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며 귀를 자극하는 캠핑, 매번 새로운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수많은 레시피까지 요리 게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비주얼 노벨인 13기병방위권에선 요리 콘텐츠를 넣지 못했지만, 고기 완자 도시락과 햄버그 스테이크, 찐빵 등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운 요리 도감으로 게이머들의 위장을 자극했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