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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22] 게임업계 첫 정년 퇴직자가 전하는 솔직 담백 회고록

오승민 기자

기사등록 2022-06-10 20:02:02 (수정 2022-06-10 19: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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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20년, 30년, 40년 뒤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일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지 길어야 30년 정도인 국내 게임사에선 2021년에 이르러서야 업계 첫 정년퇴직자가 나왔을 정도다.

이번 NDC 2022에선 이런 존경받을만한 게임업계 첫 정년퇴직자 '백영진' 전 네오플 프로그래머가 나와 던전앤파이터 오픈 베타 시절부터 16년간 서버 프로그래밍을 한 개발자로서 그동안의 개발 경험과 경력관리, 배운 점, 느낀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직과 전배를 밥 먹듯이 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게임 회사에서 어떻게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경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는 본인에게도 참 어려운 주제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후 강연은 정해진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어떻게 게임 회사에 첫발을 딛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린 시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때 뒷골목에서 다른 아이가 '미래에는 컴퓨터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을 종이에 찍어 출력해 준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그런 게 어딨냐며 따져 물으면서도 속으론 내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유년 시절의 꿈은 미래 세계의 컴퓨터와 연관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생활고 속에서 1년 동안 밤낮없이 기계 공장일을 하다가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고생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 즉시 전자상가에서 컴퓨터를 사서 공부를 시작했고 여러 지식을 습득하며 컴퓨터 학원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렇게 여러 컴퓨터 관련 지식을 습득하던 과정에서 게임도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다. 이후 2천년대, IMF 이후 격변하는 시대에서 IT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취업 자체는 쉬웠다. 게임이 나올 만하면 회사가 망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상황에서 당시 이제 막 오픈 베타를 실시한 '던전앤파이터'를 개발 중인 네오플에 이력서를 넣었고 네오플 직원으로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사하자마자 던파 서버를 혼자 책임지고 주 단위로 업데이트할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던파가 성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는 서로가 칭찬해 주며 같이 일하던 사람이 최고의 실력자였다는 걸 느꼈다고 회고했다. 

물론 중간중간 어려움도 있었다. 팀원으로 들어와 파트장을 거쳐 팀장까지 오른 뒤 내부 조직 개편에 따라 다시 팀원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오랫동안 팀장 역할을 하다가 팀원이 되니 불협화음이 생기고 오해는 커져만 갔다.

이를 피하기 않고 가까이서 일하며 자신이 잘못한 부분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파악하고 오해가 쌓인 시간만큼 옆에서 같이 일하며 조금씩 풀어가는 노력 끝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오해가 쌓인 이유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서비스 정신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서버 프로그래머로서 협업해야 하는 기획자, DBA,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QA 각각의 팀의 고충과 기획적 요구 사항을 무작정 서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구현하는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따지고 보면 기획자는 '재미'를 중점으로 두고, 실제로 구현을 해야 하는 프로그래머는 인터페이스나 데이터 설계 측면, QA는 과거엔 버그가 없었는데 왜 지금은 안된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 등 각자 자신의 업무적 견해를 다 가지고 있는 셈인데 약간은 권위적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입사해서 정년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는 2020년에 진행한 '던파 탐험 퀴즈의 세계'라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퀴즈의 세계 방이 열리고 OX 퀴즈를 푸는 이벤트였다.

반면 서버 관리 측면에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여러 개의 방을 만들고 다수의 유저 입장을 체크하고 채팅하고 타이머에 따라서 문제를 출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등 복잡한 로직이 필요했다. 동시에 반응해야 하는 유저 수도 많아 패킷 양도 어마어마해서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할 정도로 구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퀴즈가 열리는 시간이 되면 동시 접속자 수가 치솟을 정도로 유저가 즐기는 모습을 보고, 개발자들도 같이 퀴즈를 푸는 등 모두가 좋아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개발자는 자신이 참여한 콘텐츠를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겨줄 때 참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며 그 맛에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진행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던파 탐험 퀴즈의 세계' 이벤트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는지에 대해서는 애초에 순식간에 바뀐 게임 플랫폼과 개발 언어 모두를 다 익힐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또다시 모바일을 거쳐 이제는 VR, 메타버스, P2E 게임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 언어도 과거에는 C, C++가 주류였는데 이제는 파이썬, 코틀린, 러스트, 고 같은 뛰어난 언어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신은 계속해서 C나 C++로 개발해왔으나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필요한 어플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모바일 게임도 만들어보는 등 업무와 상관없어도 관심이 가는 트렌드에 대해 습작을 해왔다고 했다. 기본을 익히고 통달하면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이 쉬워진다며 설명했다.

근무하던 시절과 현재의 근무, 개발 환경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최근의 '님' 문화가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능력이 되면 팀장, 파트장이 될 수 있고, 그 뒤에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면 자리에서 내려와 물러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자신도 팀장직을 수행할 때 개발을 놓지 않고 늘 정진하며 근무했다고 한다.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님'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직무 커리어 관리 능력도 결국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을 끝까지 해낼 힘, 에너지가 생겨나 업무에 정진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빠삐용'에 나오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겨 탈옥을 시도해 끝내 자유를 얻게 되는 이야기처럼 용기 있는 자만이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분명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할 때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성공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며 강연을 마쳤다.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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