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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리뷰] 앰플리튜드 '휴먼카인드', 엔드리스 레전드 장단점 모두 계승한 '문화' 게임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1-08-20 00:30:43 (수정 2021-08-19 1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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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플리튜드 스튜디오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휴먼카인드'가 18일 출시됐다.

개발사 앰플리튜드 스튜디오는 '엔드리스 스페이스'와 '엔드리스 레전드' 등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었던 회사다. 앞서 개발한 두 시리즈가 각각 우주와 판타지 세계를 표방한 반면, 신작 휴먼카인드는 제목 그대로 '인류'의 역사를 주제로 제작된 게임이다. 인류와 역사를 다룬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개발한 '문명 6'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보면 문명 시리즈보단 엔드리스 레전드의 후속작에 가까운 형태로 등장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국가를 선택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유저는 위대한 지도자가 아닌 수많은 인류 중 한 사람이 되어 부족민과 함께 신석기 시대부터 게임을 진행하며, 특정 지역에 식량을 모으거나 동물을 사냥하는 등 초기 인류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명의 싹을 틔워나간다. 이러한 행동은 승리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의 별' 형태로 축적되며, 시대의 별을 일정 개수 모으면 신석기 시대에서 고대 시대로, 고대 시대에서 고전 시대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이 문명이 다른 게임의 종족이나 세력처럼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닌 시대마다 바뀌는 변화무쌍한 시스템이란 것이다.


휴먼카인드에는 대표 지도자나 국가가 없다! 유저가 만들어나갈뿐 = 게임조선 촬영


주나라에서 켈트, 켈트에서 튜튼으로 시대마다 새로운 문화를 고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유저는 시대가 변할 때마다, 총 여섯 번에 걸쳐 문화를 고를 수 있다. 물론 기존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다음 시대 문화가 제공하는 강력한 전용 유닛이나 건물을 이용할 수 없고, 일종의 승리 점수인 '명성'에 약간의 보너스만 주어진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엔 기존 문화를 유지하는 것보다 국내 사정과 주변 정세에 따라 알맞은 문화를 고르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문화는 시대마다 10개씩 총 60개가 마련됐으며, 각 문화는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춘 '농업 지향',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과학 지향' 등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에 맞춰 행동할 경우 시대의 별과 명성 점수에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문화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자유도와 유연성을 보장하는 듯한 이 시스템이 때로는 유저의 선택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명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문명을 선택하고 나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 문명으로 플레이 가능하다. 하지만 휴먼카인드의 경우 남들보다 시대가 뒤처지면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줄어들어 남는 문화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온다. 예를 들어 주변 국가가 모두 전쟁을 준비하는데 시대의 별이 뒤처져 전쟁에 불리한 문화만 남았을 경우 더욱 불리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게임 속도가 빠를수록 신석기 시대 단계부터 노리던 문화를 뺏기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불리한 문화가 계속 남는 문화만 선택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시대별 문화 불균형도 아쉬운 점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주나라 이후 근세 시대에 들어서야 조선과 명나라, 에도 일본이 등장한다. 약 1천 년가량의 문화 공백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동아시아의 경우엔 나은 편으로 아프리카로 갈 경우 이집트 이하 지역은 악숨과 가나, 줄루가 끝이다. 반면 유럽은 시대적 연속성을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고, 중세 시대부터 산업 시대까진 열 개의 선택 문화 중 반을 차지한다. 이 게임은 전작인 엔드리스 시리즈와 다르게 실제 문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게임에서 역사 재현을 기대하는 유저가 많은 것이고, 이들에게 있어 이런 불균형은 분명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주나라의 전차와 켈트족의 전사를 동시에 쓰는 것은 확실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제 막 시작했는데 다른 부족은 벌써 문화를 골랐다고 한다 = 게임조선 촬영

도시 건설과 자원 획득은 엔드리스 레전드의 시스템을 계승했다. 일정 구역으로 나누어진 영토에 도시나 전초기지를 세우고, 일꾼으로 땅을 일구는 것이 아닌 특정 자원을 생산하는 '지구'를 배치해 도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식이다. 문명 6을 하던 유저라면 '특수 지구'를 생각하면 되는데 이 특수 지구를 중복으로 자유롭게 재설치하는 방식이다. 단, 지구를 배치할 땐 반드시 기존 지구에 인접해 지어야 한다. 각 문화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 지구는 설치 후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한 플레이어가 다양한 문화의 고유 지구를 보유할 수도 있다.

유저가 보유할 수 있는 도시는 문화와 보유 기술에 따라 달라진다. 보유 가능 도시 수는 철학 같은 기술을 연구하거나 특정 문화를 택해 높일 수 있으며, 최대 수를 초과해 도시를 건설하거나 보유할 경우 안정도에 큰 페널티를 얻게 된다. 다만 영토 자체는 도시를 건설하지 않아도 전초기지를 합병하는 식으로 늘릴 수 있지만, 전초기지에는 기반 시설을 설치하거나 인구를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런 식의 영토 확장은 일장일단이 있다.

자원은 크게 인구성장에 필요한 '식량'과 건물 및 유닛 생산 속도를 결정하는 '산업', 게임 내 재화인 '자금', 기술 연구 속도를 결정하는 '과학'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저는 각 자원에 인구를 배치해 자원 획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각 자원의 최대 인구 배치 수는 지구나 기반 시설, 기술 등으로 늘릴 수 있다. 인구는 자원 획득뿐만 아니라 유닛을 생산할 때 일정량 소모되기 때문에 인구 관리가 곧 내정과 전쟁 모든 플레이의 기반이 된다.


도시는 지구를 늘려 확장 가능 = 게임조선 촬영


기술을 얻거나 문화를 바꿔 최대 보유 도시를 늘릴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자원은 인구를 배치해 조절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 역시 엔드리스 레전드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여러 유닛을 겹쳐 하나의 유닛처럼 맵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적을 만났을 땐 별도의 전투 맵이 형성되고, 겹쳐진 유닛들은 개별 유닛으로 나누어 턴에 따라 싸우게 된다. 병종 간의 상성과 지형에 따른 보너스를 이용하면 후기 시대 유닛을 상대해도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이러한 전투 방식은 마치 턴제 RPG 같은 경험을 선사하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국가를 경영하고 성장시키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것이다. 유닛끼리 부딪혔을 때 바로 전투 결과가 산출되는 것이 아닌 별도의 전투 과정을 거치는 방식은 수많은 수치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이 장르에서 지나치게 번거롭다. 마법과 아이템이 난무하던 엔드리스 레전드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상대 전력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전투 방식은 조금 더 단순한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들게 만든다.

명성 점수 하나로만 결정되는 승리 조건도 아쉬운 부분. 이 점은 점수 승리 외에도 전멸, 확장, 경제, 외교, 과학, 퀘스트 등 다양한 승리 조건이 마련됐던 엔드리스 레전드보다 퇴보한 느낌이다. 물론 전투나 생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명성 점수를 얻을 수 있어 여러 승리 조건은 절충한 듯한 느낌도 들지만, 선택한 문화의 지향 분야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할 경우 명성 보너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선택이라는 게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화된 플레이를 권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엔드리스 레전드부터 베타 테스트를 거쳐 정식 출시까지 별도의 전투 필드 방식을 유지 중 = 게임조선 촬영


지형과 병종에 따라 피해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다 = 게임조선 촬영


생산, 과학, 정복 모든 것이 점수로 결정나는 것은 아쉬운 부분 = 게임조선 촬영

휴먼카인드는 고정된 국가나 문명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문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명으로 대표되는 여타 4X 게임과 차별화를 이룩했다. 하지만 약자의 악순환이나 경직된 플레이 강요 등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분은 악순환을 극복했을 때 큰 보상을 주거나 훨씬 더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지만, 휴먼카인드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 전작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선택지가 사라진 것도 팬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4X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많은 유저가 이 게임의 독창성을 괴리감이 아닌 신선함으로 느끼고 있으며, 후속 업데이트와 추가 콘텐츠를 바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앰플리튜드 게임즈가 휴먼카인드라는 원석을 다듬어 포스트 문명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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