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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현실 세계와 게임 속 세계, 두 세계가 공존하는 게임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1-06-12 10:10:55 (수정 2021-06-12 1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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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어떤 때는 수많은 좀비를 물리치는 역전의 총잡이가 되거나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천지재변을 일으키는 마법사가 되기도 합니다. 게임 속 캐릭터에게 자신을 투영해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체험 가능한 다양한 경험에는 '게임 속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유저가 화면으로 보는 캐릭터는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총잡이나 마법사지만, 사실은 총잡이나 마법사를 조작하는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것이죠. 이 관계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유저>캐릭터>총잡이나 마법사'가 되겠네요.

이런 구도는 유저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게임 속 캐릭터 역시 현실 세계에서 게임으로 접속하는 유저와 마찬가지로 게임 속 세계에서 현실과 가상을 오가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동질감을 제공합니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현실 세계와 게임 속 게임 세계가 공존하는 작품을 살펴봤습니다. 과연 개발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게임 속 게임을 그려냈을까요?

■ 닷핵

게임 속 게임 세계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면 저는 가장 먼저 '.hack(이하 닷핵)'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닷핵 시리즈는 반다이 남코와 사이버커넥트2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로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만화, 소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게임으로 나온 첫 작품은 2002년 출시된 닷핵 감염확대로 당시에는 흔치 않게 한국어로 번역돼 출시되기도 했죠.

초기 시리즈를 기준으로 닷핵은 '더 월드'라는 게임 속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작품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온라인 게임 더 월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며 더 월드가 제작된 이유를 찾아나가죠. 작중 등장하는 더 월드라는 게임은 가상현실 기반 온라인 게임이지만,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저조한 일본의 작품답게 전용 컨트롤러로 조작하거나 세이브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닷핵 시리즈의 묘미는 PC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당시 콘솔 게임이 주류였던 일본에서 근미래 시점의 온라인 게임을 상상한 작품이란 것입니다. 컴퓨터를 다루다 보면 흔히 접하게 되는 바이러스나 해킹 같은 현실적인 보안 문제부터 게임 세계를 다루는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현실과 동등한 수준의 게임 속 세계가 등장하죠. 닷핵 시리즈가 시작된 지 20년 정도가 흐른 지금 이 시리즈를 다시 한다면 다소 유치하고 낡은 설정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게이머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올드 게이머의 감상과 별개로 닷핵 시리즈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잊히고 있는 중입니다. 닷핵 시리즈 쇠퇴에는 게임 속 게임 세계라는 설정의 대중화같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디어 믹스 작품 간의 연계성을 들고 싶습니다. 초기 작품의 경우 게임이나 만화 중 한 작품만 읽어도 충분히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각 작품 간의 연계가 느슨했지만, 이후 작품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된 작품을 접하지 못하면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죠. 스스로 진입장벽을 높여버린 덕에 신규 팬 유입이 떨어진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니노쿠니

니노쿠니 시리즈는 '레이튼 교수'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사 레벨파이브와 수많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스튜디오 지브리가 손잡고 제작한 RPG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화풍과 히사이시 조의 감미로운 음악 덕분에 게임이라기 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장선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제목에 해당하는 '니노쿠니'라는 의미는 '이치노쿠니', 즉 첫 번째 세계인 현실 세계와 동시에 존재하는 두 번째 세계를 의미합니다. 니노쿠니는 현실 세계와 달리 인간 외에도 다양한 종족이 함께 생활하고, 마법이 등장하며, 작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각 왕국이 서로 반목해 다툼이 끊이지 않는 판타지 세계입니다.

이처럼 니노쿠니 시리즈는 일본의 유명 회사들이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지만, 의외로 최신 작품은 한국에서 출시됩니다. 제목은 니노쿠니라는 명칭을 한국어로 풀어쓴 '제2의 나라'로 플랫폼은 콘솔에서 모바일로 옮겼으며, 넷마블에서 서비스한다고 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더 이상 니노쿠니 제작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플랫폼과 장르를 넘어 니노쿠니 시리즈가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제2의 나라에서 니노쿠니는 게임 속 세계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가 사실은 가상 현실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세계로 유저가 이 두 번째 세계를 지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트레일러로 공개된 비주얼은 다른 니노쿠니 작품과 비슷하지만, 세부 내용은 모바일 장르에 맞춰 조금씩 바꿔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 나리타 보이

'나리타 보이'는 앞서 설명드린 닷핵이나 니노쿠니와 약간 다른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게임 속 게임 세계를 다룬 작품은 보통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RPG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리타 보이는 특이하게도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제작됐습니다. 게임 타이틀부터 장르까지 과거 패미컴이 대세였던 게임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런 연출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리타 보이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980년대 한 개발자가 비디오 콘솔 게임인 '나리타 보이'를 제작했고, 비평가와 게이머 모두에게 큰 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세계가 현실과 연결되는 일이 발생했고, 게임은 미증유의 위기에 빠집니다. 그리고 유저는 게임 속에 들어가 나리타 보이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1980년대라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개발자는 나리타 보이의 장르와 그래픽,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고전 게임 스타일로 제작했습니다. 게임을 잘 살펴보면 나리타 보이 세상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과거 컴퓨터를 연상케하는 투박한 디자인임을 알 수 있죠. 그래서 나리타 보이에선 판타지 세상인 닷핵이나 니노쿠니와는 또 다른 사이버 펑크 느낌의 게임 속 게임 세계를 맛볼 수 있습니다.

■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리코네)'는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듯합니다. 캐릭터 수집형 RPG 측면에서 보면 필수 요소인 일러스트 퀄리티나 캐릭터성, 전투에서 자주 보는 SD 캐릭터, 컷인 연출이 수준급이고, 세계관은 게임 속 게임 세계 위에 판타지 요소를 얹어 정석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주죠. 운영 역시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라 많은 분이 즐기고 계십니다.

세계관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작 '프린세스 커넥트!'부터 적대 캐릭터였던 '패동황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리코네의 세계가 게임이라는 점을 이용해 데이터를 직접 조작하고, 자신이 세계의 지배자가 된 성공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프리코네 세계의 현실에선 남자인 패동황제가 '공주님이 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수많은 사건을 일으켰다 것입니다. 자신의 성별과 반대 성별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경우야 흔한 일이지만, 그 수준이 상상 이상이라 많은 유저의 어이를 상실케 했습니다.

이 밖에도 프리코네 캐릭터들이 사복으로 다니는 모습이나 게임 속 게임 세계의 캐릭터와 성격 차이를 보여주는 모습 등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며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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