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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후방주의! 연애는 뒷전이 되는 미연시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1-05-24 11:27:10 (수정 2021-05-24 11: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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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미연시'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줄임말입니다. 때로는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혹은 '미청년' 연애 시뮬레이션이 되기도 하나 대다수의 경우 미연시는 예쁘고 귀여운 소녀들과 즐겁게 연애하는 게임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어떤 게임은 미연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콘텐츠가 너무 재밌어서 하라는 연애는 안 하고 그 콘텐츠만 즐기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던전 만들기가 너무 재미있어 던전 구조 연구와 몬스터 육성에만 힘쓰게 되는 '둥지 짓는 드래곤', 부록이었으나 본편보다 더 재밌다고 평가받은 '좌충우돌 화투 여행기', 폭넓은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미소녀가 아니라 로봇이나 탱크를 만들게 되는 '허니 셀렉트', 무인도 라이프가 펼쳐진 'AI*소녀' 등이 있겠습니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하라는 연애는 안 하고 다른 콘텐츠를 즐기게 만드는 미연시를 준비해봤습니다. 과연 얼마나 재밌길래 인간의 3대 욕구인 성욕마저 이겨버린 걸까요?

■ '둥지 짓는 드래곤', 혼수로 집 짓는 드래곤의 삶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바로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둥지짓는 드래곤'입니다. 유저는 혼혈 수컷 드래곤 '블러드 라인'이 되어 제목 그대로 자신의 둥지, 몬스터와 함정으로 가득 찬 던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 내 시간으로 1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훌륭한 둥지를 짓지 못하면 약혼자인 '류미스베룬'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비싸고 강력한 몬스터 및 함정을 채워 넣어 평가도를 높여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혼수로 집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감 넘치는 게임인거죠.

문제는 이 던전 구축 작업이 너무나도 재밌다는 것입니다. 한정된 구역 내에 모든 시설이 최대 효율을 내도록 고민하는 작업부터 강력한 스킬로 무장한 몬스터를 육성하는 것, 던전을 침입한 용사들에게 각종 선전 매점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까지 디펜스 게임으로 즐길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용사들을 사로잡아 연애하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는 연애는 뒷전으로 밀어두고, 어떻게 하면 이 인질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적들을 유인할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둥지짓는 드래곤은 큰 인기를 얻고, 개발사 소프트하우스 캬라는 크게 성장합니다. 소프트하우스 캬라는 둥지짓는 드래곤 외에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인 '왕적'이나 '연희무쌍'의 컬래버레이션 게임인 '둥지짓는 카린쨩'까지 독특한 게임을 제작하며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죠.

하지만 이런 유명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소프트하우스 캬라는 설립 20년 만인 2020년 해산, 대부분의 게임이 성인 콘텐츠 전문 회사인 'DMM.COM'으로 넘어갑니다. 다운로드 서비스 지원으로 좀 더 쉽게 게임을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소프트하우스 캬라만의 독특한 미연시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네요.


연애? 그 시간에 둥지 짓고 필살무효, 필살공격, 2회공격 칠흑 기사 뽑아야 함

■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 본편은 '화투 여행기'지!

이제는 메이저 작품이 된 '페이트'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인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독특한 부록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바로 페이트 시리즈 캐릭터들이 등장해 일본 화투를 하는 '트러블 화투 여행기'입니다.

트러블 화투 여행기의 화투는 한국의 '고스톱'과 비슷한 규칙으로 진행돼 몇 번 해보면 쉽게 익힐 수 있고, 페이트의 가장 큰 특징인 '서번트'의 기술을 사용해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세이버'를 사용할 경우 '약속된 승리의 검 - 엑스칼리버'를 사용해 점수를 세 배로 만들거나 '모든 것은 머나먼 이상향 - 아발론'을 사용해 패배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페이트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서번트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많은 유저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일부 유저에게선 '화투 여행기가 본편, 할로우 아타락시아는 부록'이라는 평가까지 받습니다. 덕분에 단발성 부록으로 끝나지 않고 PS VITA 버전인 '날아올라라! 초시공 트러블 화투 대작전'까지 네 번이나 출시되면서 그 인기를 입증했습니다.


일러스트도 본편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 미소녀? 그 시간에 로봇 만든다! '허니셀렉트'

미연시를 만드는 수많은 회사 중에서도 '일루전'이라는 곳은 3D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그동안 일루전은 실사에 가까운 모델링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까운 모델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그리고 '허니 셀렉트'라는 게임이 등장합니다.

허니 셀렉트는 실사풍 모델링과 폭넓은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미연시입니다. 일반적인 플레이 방식은 유저 취향에 맞춰 미소녀를 꾸미고, 자유롭게 연애하는 것이겠지만, 게이머라는 종족은 개발자의 의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곤 하죠.

유저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폭넓은 커스터마이징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각종 부품을 이용해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더니 급기야 탱크나 샴푸통, 뿌요뿌요, 가변형 로봇까지 만들어냅니다. 공성 게임에선 미소녀를 만들더니 미연시에선 미소녀 빼고 모든 걸 만드는 게이머에게 감탄만 할 뿐입니다.


사실 이거 때문에 이 기사 썼습니다 = 구 허니 셀렉트 갤러리 갈무리

■ 'AI*소녀', 집 짓게 미소녀 좀 치워주세요

'AI*소녀' 역시 일루전이 만든 미연시입니다. 무인도에 표류한 주인공이 소녀와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연애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임이죠. 근데 이 생존 콘텐츠가 생각보다 본격적이라 많은 유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하우징 시스템은 웬만한 생존 게임보다 더 훌륭한 수준입니다. 바닥과 기둥, 지붕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각종 인테리어와 생산 시설물까지 폭넓은 요소를 지원하기 때문에 미소녀에 끌려 구매 버튼을 눌렀다가 집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히려 나중에는 집 구조를 연구할 때 다가오는 미소녀가 귀찮아질 때도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스팀으로 정식 출시됩니다. 물론 전연령 버전이지만, 한국에서도 스팀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아쉽게도 한글은 지원되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지만, 많은 유저는 높은 점수를 매기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하다 하다 이제는 미연시에서 동숲을 하고 있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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