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의 MOBA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역시 저마다 고유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10여 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인 '룬테라'에 13개가 넘는 지역과 154명의 챔피언, 그리고 그들에게 얽힌 스토리를 구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중구난방이었던 초기 세계관을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찬란한 영광을 누렸던 '슈리마' 제국과 슈리마 제국의 통치자였던 '아지르', 제국의 수호자 '나서스'와 '레넥톤' 등이 있겠습니다. 

몰락한 왕 '비에고'와 저주받은 땅 '그림자 군도' 역시 라이엇 게임즈가 추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의 일부입니다. 비에고는 2021 시즌 시네마틱 영상 '대몰락'의 주인공이자, 올해 첫 챔피언으로 등장해 막강한 능력으로 협곡을 휩쓸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부하였던 '헤카림'과 '칼리스타', 비에고 몰락의 계기를 제공한 '쓰레쉬' 등 기존 챔피언과 흥미로운 관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출시 전부터 유명했던 떡밥왕 비에고

비에고는 출시 전부터 많은 유저의 관심을 받은 챔피언입니다. 2020년 업데이트 현황에서 그의 반지가 공개되고, 그 반지의 문양이 게임 속 전설급 아이템 '몰락한 왕의 검'의 문양과 비슷해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죠. 이후 '헤카림'과 '쓰레쉬' 등 많은 챔피언을 언데드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자,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 스토리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 ‘세계에 대몰락을 가져온 인물’로 언급되기 시작합니다.

한편 비에고는 전설급 아이템 ‘몰락한 왕의 검’의 주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설정 개편 전에는 마찬가지로 망국의 왕인 '모데카이저'의 검으로 여겨졌으나 개편 후 모데카이저가 '녹서스'의 챔피언으로 편입되면서 몰락한 왕의 검 주인이 비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많은 유저가 몰락한 왕의 검의 차기 주인에 대해 의문을 품었는데 비에고가 출시되고, 몰락한 왕의 칭호를 받으면서 이 아이템이 다시금 주목 받게 됐습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의 퍼블리싱 레이블 ‘라이엇 포지’가 개발 중인 RPG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에선 비에고가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몰락한 왕의 검 또한 덩달아 위상이 높아진, 그야말로 '템생역전'의 사례를 보여주는 아이템이 됐습니다.

■ 협곡 등장과 동시에 인기 챔피언에 등극

그렇다면 출시 후 게임 속 비에고의 모습은 어떨까요? 비에고는 사망한 챔피언의 육체를 지배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유저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포지션은 라이엇 게임즈의 기획대로 정글러지만, Q스킬 '몰락한 왕의 검'의 체력 회복 능력을 통한 라인 유지력, W스킬 '망령의 나락'의 기절 스킬의 갱킹 호응력을 살려 미드나 탑 라이너로 기용되기도 합니다.

비에고의 매력은 역시 난전 상황에서 폭발합니다. 비에고의 패시브 '군주의 지배'는 사망한 캐릭터를 지배해 궁극기를 제외한 스킬을 사용하고, 사용 아이템을 제외한 아이템 효과를 받는 스킬입니다. 또한 지배 과정에선 잠시 동안 대상 지정 불가 상태가 되어 '존야의 모래시계'와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지배 대상의 최대 체력에 비례해 비에고의 체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사회생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아군에겐 역전을 가져다주는 왕, 적에게는 다 이긴 경기도 지게 만드는 폭군이 되는 것이죠. 물론 유저의 역량에 따라 정 반대의 결과를 낳을 때도 있습니다.

성능만큼이나 잘 만들어진 외모도 비에고의 인기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야스오'나 '마스터 이'처럼 검사 챔피언 특유의 매력으로 많은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소 높은 플레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픽률과 승률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죠.

■ 대몰락의 폭군,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남자

설정을 살펴보면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에고는 사랑하던 왕비를 잃고, 광기에 휩싸여 망령이 된 비운의 캐릭터입니다. 암살자의 독으로 인해 중태에 빠진 왕비 '이졸데'를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망령이 된 왕비가 휘두른 검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고, 언데드 상태의 망령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대몰락'이라는 거대한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대몰락은 룬테라 지역 중 ‘그림자 군도’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림자 군도는 원래 마법과 생명력이 넘치는 ‘축복의 빛 군도’로 불렸죠. 이곳의 수호자들은 독을 치유할 힘을 가졌지만, 왕비를 살리진 못했고, 그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생명의 물’이 오염되어 마법이 깃든 검은 안개가 생겨나 ‘그림자 군도’가 된 것입니다.

망령이 된 비에고는 여전히 왕비의 영혼을 되찾는 데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졸데의 영혼을 품고 있는 빛의 감시자 ‘세나’는 비에고의 타깃이 되죠. 이 밖에도 자신의 수하였던 '해카림', 친척인 '칼리스타', 비극의 계기를 만든 '쓰레쉬' 등 수많은 챔피언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각 챔피언의 스토리를 확장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올 한해 비에고와 관련이 있는 여러 인물이 신규 챔피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도 밝혀 유저들의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 다른 게임 속 비에고의 모습은?

비에고의 이야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CCG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 군도의 비극인 ‘대몰락’은 등장 시 모든 적을 처치하는 카드로 등장하죠. 또한,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랜차이즈 운영 계획에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새로운 캠페인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해당 게임 내 어둡고 푸른 안개가 펼쳐지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많은 유저가 비에고와 관련된 캠페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한편, 라이엇 게임즈는 이름부터 비에고와 깊은 관련이 있는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의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당 게임의 제목이 비에고를 의미하는 만큼 게임 내에서 그의 캐릭터와 서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은 해적들의 소굴인 '빌지워터'와 비에고로 인해 폐허가 된 그림자 군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 비에고로 한층 강력해진 LoL 유니버스의 경쟁력

위와 같은 사례처럼 룬테라 세계 곳곳에 이스터 에그처럼 존재하고 있던 인물이 게임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 속에 캐릭터가 추가되는 것뿐 만이 아니라 캐릭터에서 파생되는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후속 작품의 출시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비에고는 세나와 요네 등 룬테라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던 캐릭터가 챔피언으로 출시된 다섯 번째 사례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요네의 출시와 동시에 리그 오브 레전드, 레전드 오브 룬테라, 전략적 팀 전투를 연결한 이벤트를 실시해 플레이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한편 세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과의 컬래버레이션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했죠. 과연 비에고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