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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프리뷰] 딸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 '마이 러블리 도터'

오승민 기자

기사등록 2020-10-17 10:00:53 (수정 2020-10-17 1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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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는 부모의 사랑은 아름답다. 하지만 부모 자신이 스스로 희생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희생해서 얻는 것이라면? 그런 희생도 과연 숭고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마이 러블리 도터’는 이런 불편한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게임 내내 플레이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인격체를 살해해야 하며 이룬 목적조차 원하는 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라면서 ‘완성’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은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게임은 어떤 메시지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 저울질하는 생명의 가치

게임의 첫인상을 요약하자면 ‘기괴함’이었다. 세부 묘사를 생략했지만 게임 시작 전 상점에서 보이는 그림의 구도와 의도부터 상당히 고어스러웠으며 게임 시작 후 을씬한 배경음악까지 들으니 한층 더 불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볼 장면에 비하면 맛보기일 뿐이었다.

게임은 작은방 안에서 시체가 된 소녀와 함께 있는 남자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파우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연금술사는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시체가 된 자신의 딸을 발견하고 절망한다. 허나 방 안에 미미하게 불타고 있는 오브에 영혼을 집어넣어 딸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한 영혼을 얻기 위한 호문쿨루스를 연성한다.


시체 상태인 자신의 딸과 마주하는 파우스트 = 게임조선 촬영


영혼을 모으기 위해 인공 생명체 호문쿨루스를 연성한다 = 게임조선 촬영

 

■ 그저 도구로 취급받는 생명

갓 만들어진 호문쿨루스의 영혼은 딸을 살리기 위한 제물로 쓰이기에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 성장시켜 영혼을 무르익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파우스트는 자신의 또 다른 딸들을 데리고 마을로 나서게 된다.

마을로 나가게 되면 일손이 부족한 마을사람들을 만나고 파우스트는 자신의 호문쿨루스를 적재적소에 보내 일을 돕게 시킨다. 이를 통해 호문쿨루스의 영혼을 단련시키며 자신의 연금술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한 돈까지 벌어들인다.

일거리 의뢰마다 마을 사람이 선호하는 성격이 모두 다르며 이는 네 가지 종류로 호문쿨루스의 성격과 동일하다. 파우스트는 이를 잘 파악해 ‘효율적으로’ 일을 보내 경험을 쌓게 하며 자신의 딸들을 '경영'한다.


호문쿨루스에게 일을 시켜 영혼 단련과 더불어 연금술에 필요한 골드를 얻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이 과정에서 호문쿨루스는 평범한 여자아이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을 보여준다. 자신을 만든 파우스트를 아버지라 부르면서 교감하려 하고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며 쉬지 않고 일만 시키면 토라져 가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같이 여가를 즐겁게 보내는 등 딸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파우스트에겐 그저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한 과정일 뿐, 호문쿨루스의 영혼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판단하면 가차 없이 살해해 영혼을 추출할 뿐이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여가를 보내는 평범한 소녀아이지만 = 게임조선 촬영


영혼 추출을 위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 게임조선 촬영

 

■ 희생으로 쌓아올리는 비극

딸을 살리기 위한 영혼도 단순히 무르익은 영혼만 바치면 온전히 자라나지 않는다. 분노(Anger), 슬픔(sadness), 기쁨(joy), 두려움(fear) 네 가지 성격을 가진 영혼을 부족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적절히 분배해 모난 부분 없이 온전한 성격을 가진 딸로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성격이 랜덤하게 생성되는 호문쿨루스를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죽여야 하며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생명의 가치를 무시해야 하는 참으로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네가지의 영혼을 고르게 모아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공포와 슬픔을 느끼며 살려달라고 하는 인격체지만 결국은 딸을 살리기 위한 수단일 뿐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파우스트 자신에 대한 기억의 단서도 서서히 돌아오게 된다. 맨 처음 시작할 땐 도저히 알아볼 수 없던 노트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희미했던 기록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이를 통해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단서를 얻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 아직은 깊이 이해하기 힘든 아쉬운 상황

종합해보자면 마이 러블리 도터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품이다. 다만 게임의 내용이 이렇게 심오함에도 현재 출시된 플랫폼인 스팀에선 아직 한국어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 힘들다.

이를 인디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사의 게임 플랫폼 스토브를 통해 현재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스팀과 달리 정식으로 한국어로 번역, 10월 중 공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니 좀 더 깊이 있게 마이 러블리 도터를 플레이해볼 생각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쪽을 기대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승민 수습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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