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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이런 설계로 괜찮습니까? 도를 넘어선 '편애' 게임사의 아들딸들

기사등록 2020-08-02 06:59:06 (수정 2020-08-02 06: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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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 캐릭터에 굉장함을 첨가해볼... 헉!

슈퍼스타, 먼치킨의 영역에 들어선 초월적인 존재는 창작물에 있어서 재미를 크게 저하시키는 요소로 취급되고 대부분의 게이머는 이를 경계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러한 작위적인 캐릭터의 존재와 전개가 항상 금기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소재도 가끔, 치밀한 구성 하에서 잘 쓰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서 멀쩡히 있던 캐릭터에 갑자기 이런저런 설정이 덧붙여지더니 넘사벽의 능력자로 만들고 말도 안되는 성능을 쥐어주는 방식의 편애는 '메리 수' 내지는 '게임사의 아들딸'이라고 비판받으며 작품의 평가에 악영향을 준다. 아래에서 언급되는 사례들처럼 말이다. 

- 무근본 대족장님, 정복전쟁 나서신다


위대하신 前 마지막 대족장님(웃음)

지금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굉장히 불쌍한 내력을 가지고 있어 꾸준히 동정표를 받은 캐릭터였다. 

살아생전에는 실버문의 순찰대를 이끌며 언데드 스컬지의 침공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고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가 싶었지만 아서스 메네실이 그녀를 되살려 조종하며 인격을 모독했고 겨우 자유를 되찾은 뒤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리치 왕에게 복수하려 했지만 동맹인 호드는 선을 넘지 말라며 행동에 제약을 걸었다.

결국 실바나스는 리치 왕의 수급을 취하는 결정타를 더러운 징박 티리온 폴드링에게 빼앗기면서 극도의 허무함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바나스가 마냥 선한 캐릭터는 아니더라도 복수에 미쳐있을 이유가 충분히 납득 가는, 비극의 다크 히어로 정도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확장팩 '대격변'부터 실바나스에 대한 제작진의 푸시가 들어가면서 캐릭터성이 굉장히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악당인 스컬지 죽이는 건 그렇다 쳐도 애꿎은 산자는 왜?

대격변에서는 동족을 늘리는 정복 전쟁에 미쳐 역병 폭탄을 만들다가 개념인 루트를 타고 있던 가로쉬에게 힐난을 당했고 동생은 일가족을 몰살시켜 언데드에 편입시키려다가 사이가 틀어졌으며 무소불위의 힘을 얻기 위해 온갖 뒷공작을 펼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일체의 개연성이나 복선은 찾을 새도 없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가 알고 보니 모두 실바나스가 관련되어 있었다는 편의주의적 전개가 반복됐고 혼자서는 정신 지배 하나 풀어내지 못했던 그녀가 어느샌가 다음 리치 왕을 1:1로 압도하는 먼치킨이 되어 있었다는 부분이다.

심지어 소설에서는 별안간 호드가 건립 종족과 남성만 우대하고 있었고 이 기조를 바꾼 것이 실바나스라는 어이없는 자화자찬까지 들어가며 낙하산으로 대족장의 자리를 차지하곤 동맹의 근본마저 부정하는 묘사로 무수한 안티의 세례를 받게 됐다.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 공식 소설인 '폭풍전야'의 내용 일부

아마 새로 출시되는 확장팩 어둠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유저들은 이런 무근본 개막장의 근본적인 원인 '실바나스'를 처단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주인공, 너는 그저 배틀만 하는 기계일 뿐


주의) 애니메이션에선 원작 게임만큼 민폐 캐릭터는 아니다

포켓몬스터 썬·문의 악평은 대부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주제의식과 급전개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릴리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다 해 먹는 스토리에서 기인한다.

이전까지의 포켓몬스터 주인공들은 대체로 과묵한 캐릭터성을 유지할지언정 작중에서 펼쳐지는 모든 사건사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줬고 당연히 이에 감정을 이입하는 플레이어들은 ㅈ 자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연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썬·문의 스토리는 대부분 릴리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주인공의 존재 의의는 사실상 모종의 이유로 포켓몬 배틀을 하지 못하는 릴리에의 대행자 역할 밖에 없다.


주인공을 보면 급여도 안 받고 부려먹히는 머슴을 자처하는 느낌이다

많은 등장인물은 주인공이 먼저 말을 걸어도 대화의 주체를 릴리에로 잡아 스토리를 전개하며 뼈 빠지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싸운 것은 주인공이지만 감사는 릴리에가 받는다. 

심지어 라이벌도, 메인 악역도, 세대를 상징하는 전설의 포켓몬도 모두 릴리에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약점이라도 잡힌 것인지 주인공은 그저 묵묵히 일만 할 뿐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메인 스토리의 엔딩을 장식하는 것도 결국 릴리에고 그렇게 릴리에가 극 중에서 완전히 퇴장한 뒤에 있는 엔드 콘텐츠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탓에 악평이 자자하다.

게다가 속편인 울트라 썬·문에서는 퇴장했던 릴리에가 2회차에서 다시 돌아와 스토리에 개입하는 시나리오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분량이 더욱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주인공 캐릭터를 릴리에로 고정하고 차라리 릴리에가 진정한 포켓몬 트레이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옳지 않았을까?

성격 하나 빼고 완벽한 엄친아입니다


엄친아의 조건 중 하나는 잘생긴 얼굴도 포함된다

엄친아는 상상 속에나 있는 존재다. 모든 것을 능히 할 줄 알고 부족함이 없으며 뜬금없이 우리들의 어머니에게도 칭송받는 완벽 초인 그 자체다.

뭐 게임도 창작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종종 '엄친아'와 같은 완벽 초인 캐릭터가 종종 등장하긴 하는데 그래도 대부분 매끄러운 스토리 진행과 게임 플레이를 위해 이런저런 제약을 걸어놓기 마련이다. 알고 보니 의외의 약점이 있었다던가 모종의 사정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등

그런데 이런 규격을 완전히 벗어나서  혼자서 다 해 먹는 경우도 있으니 그가 바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아이콘이자 대표 라이벌 캐릭터인 '슈우 시라카와' 되시겠다.

그는 태생부터 성장 과정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순위는 밀리지만 어쨌든 왕위 계승권을 인정받는 엄연한 왕자고 과학, 마법, 연금술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싸움도 잘 했다. 심지어 그가 조종하는 기체 그랑존-네오 그랑존은 첫 등장 당시 악마와도 같은 강력함을 어필하며 자신을 어필했다.


직격당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반드시 죽어라 빔

덕분에 슈우 시라카와는 매사를 부정적으로 해결하고 남을 등쳐먹는 나쁜 성격만 제외하면 모든 것 다 가지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실로 작정하고 치트를 들이부어 빚어낸 듯한 엄친아 캐릭터라는 평가가 여전히 유효하다.

그보다 강하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내지는 존재가 있을지언정 슈우 시라카와를 건드리면 십중팔구 그의 뒷공작에 의해 마지막에 가서는 파멸에 이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쨌든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바람같이 사라지는 것이 그의 황금 패턴이다. 작은 하마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슈우 시라카와는 얼굴을 자주 비치지 않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명실상부한 인기 캐릭터지만 동시에 알파 시리즈와 오리지널 제네레이션즈에서 모든 진실을 혼자 다 알고 모든 계획을 주도한 이것도 나다식 메리 수 캐릭터라고 싫어하는 사람의 수도 분명 적지 않다. 

- 사도? 네임드? 그까짓 거...


겉모습에서 일단 달인이라는 느낌은 오는데

던전앤파이터의 시즌 4 '대전이'는 호평받고 있던 기존의 스토리 라인을 전면 부정하고 완전히 엎어버리는 방향성 때문에 당시에는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비호감의 최전선을 달리던 것이 바로 신규 NPC '하츠 폰 크루거'였다.

같이 등장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가 압도적인 지분으로 까이고 있는 것은 편애에 가까운 스토리 내의 비중과 어처구니없는 파워 밸런스 때문이었다.

첫 등장 당시 하츠의 언행은 도가 지나친 수준이었다. 초반부터 스토리에 개입하더니 사도의 편린인 그림시커를 단독으로 상대하여 때려잡을 수 있는 강자 '시궁창 공주 패리스'를 우스운 자 취급하는 것은 물론 약체화됐어도 사도인 로터스나 디레지에를 귀찮으니 빨리 해치워야 하는 앞마당 잡몹 취급하면서 업보 스택을 쌓았다.

 


대전이 패리스와 지금의 패리스가 동일인은 아니지만 아라드 최강자 하나를 우스운 자로 만들었다

그의 직위는 제국 기사단 아이언 울프의 '부단장'인데 비명굴에서 약체화된 사도 시로코를 외부인의 도움까지 받아 가면서 겨우 토벌한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하나 '반 발슈테트'의 부하인 주제에 이런 문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허언증 갤러 환자로 비판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 웃긴 것은 정작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반 발슈테트는 꿍꿍이가 있었고 실제로 APC로 데려갔을 때 트롤에 가까운 AI와 성능을 보여줬을지언정 아라드의 존망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하츠는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만 주고 그 뒤처리는 항상 플레이어(모험가)의 몫이었다.

결국 2년 가까이 횡포를 부리던 갑툭튀 갑질 캐릭터 하츠는 열파참 행사에서 너프가 예정됐고 실제로도 작중 행적을 보면 주인공 모험가는 하츠에게 겁을 먹기보다는 하츠가 등에 업고 있는 세력인 제국과 엮이는 것이 피곤해서 갈등을 피해가는 것으로 묘사되도록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유저들은 모험가를 아랫사람 대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 때문에 하츠를 싫어한다. 

- 많고 많은 챔피언 중에 내가 진짜 라이엇의 아들이지


그의 별명은 노머고입니다. 뜻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기가 곤란합니다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챔피언 스킨의 개수는 보통 그 챔피언이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인기를 자랑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당연히 게임사 입장에서는 메타와 관련 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챔피언들의 스킨을 내는 쪽이 수익을 얻기 좋고 거꾸로 생각하면 이미 스킨이 많은 챔피언은 성능을 좋게 조정해 주면 대세 챔피언이 돼서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이하게 되니 스킨 판매량이 올라가는 순환구조가 완성된다.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는 챔피언이 바로 '이즈리얼'이다. S급 탈출기를 비롯한 쉽고 안정적인 성장, 쿨타임 짧은 평타 기반 포킹기로 대치 구도에서는 졸렬한 딜교환을 거듭하며 이득을 취할 수 있으며 전성기도 비교적 빨리 온다.

극초반과 후반이 약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초반을 넘기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고 대회와 같이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후반까지 가는 일이 적은 솔로 랭크 환경에서는 이런 단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TSM의 비역슨이 솔로 큐에서 보여준 미드 룬글레이브 이즈리얼

메타에서도 수혜를 입었으면 입었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설사 손해를 좀 보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이 MDC(Most Dangerous Champion)는 길을 찾아냈다.

뜬금없이 정글템을 들더니 미드 생태계를 파괴하던 룬글이즈, CS 먹는 대신 상대를 패서 뜯은 돈으로 템을 맞추는 단식-도벽이즈는 물론 최악의 시기로 불린 2017년에도 이즈리얼은 기어이 정글로 가서 꾸역꾸역 승수를 챙기며 롤드컵 우승 스킨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사의 이즈리얼 편애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악명을 떨치던 키스톤 도벽이 삭제됐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랍시고 능력치 버프를 연거푸 받아내더니 지금은 죽음의 무도 메타에 힘입어 정신 나간 픽률과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의 전성기가 끝나는 날이 오기는 할까?

- 이건 저만 할 수 있고 이건 저만 입을 수 있습니다


뭐 쬐끔 귀엽긴 하다만...

테라에서 플레이어블 종족 '엘린'의 인기는 두말하면 잔소리와 같다. 다른 종족과는 달리 종족 특성이 전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활 콘텐츠와 퀘스트 진행에만 유용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귀여움 하나 때문에 엘린을 선택한다.

초기 설정을 보면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인게임 성능 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는 종족 포포리가 따로 존재했지만 대부분 귀여움 하나 때문에 포포리가 아닌 엘린을 선택한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이런 돈줄을 놓칠 수 없었다. 절대다수의 유저들이 엘린을 키우니 외형을 꾸미는 상품은 대부분 엘린 쪽에 편중되어 있었고 오직 엘린만이 선택할 수 있는 전용 직업을 2개나 내놓았으며 오히려 다른 종족 전용 직업이었던 마공사, 권술사마저 엘린으로 선택 가능하도록 설정이 바뀌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됐다.


ㅋㅋ 니들은 이거 못하지? 나는 니들 하는 거 다 할 수 있는데

이렇듯 대놓고 편애를 받고 있지만 사실 위의 사례들과는 달리 엘린의 편애에 불만을 품는 테라 유저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어차피 다 결국엔 엘린 키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엘린과 관련된 비판이 나온다면 십중팔구는 블루홀(現 크래프톤)이 엘린 팔아 만든 게임이라고 배틀그라운드를 깔 때 도매금으로 팔리는 정도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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