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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본명이 뭐였죠? 이름을 잃은 게임 캐릭터들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0-07-18 05:39:52 (수정 2020-07-18 05: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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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름은 사람 또는 사물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아주 중요한 단어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짓는 일은 동서 구금을 막론하고 굉장히 중요한 의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지어진 이름은 대상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쓰이며 사라진 후에도 남아 그들을 기억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간혹 보면 진짜 이름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감을 뽐내는 별명, 예명이나 모종의 해프닝으로 인해 본명을 잃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별명만 수백 가지에 이르러 본명 또한 별명 취급받는 모 야구선수라던가 유전처럼 파도 파도 별명만 나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명보다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코미디언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이처럼 '이유를 불문하고 진짜 이름을 잃은 게임 캐릭터'들의 사례가 되겠다.

■ 그래서 녹색 옷 입은 애가...

이 분야에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본좌가 바로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링크다. 닌텐도의 대표 게임 시리즈 주인공의 이름을 어떻게 헷갈릴 수 있냐는 이야기도 있긴 하나 사실은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이야 시리즈의 이름이 '젤다의 전설'로 완전히 굳어졌지만 첫 작품의 진짜 원제는 더 하이랄 판타지:젤다의 전설(The Hyrule Fantasy ゼルダの伝説)이었다. 이게 해외로 수출되면서 부제였던 젤다의 전설만 사용됐는데 문제는 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시리즈의 이름에서 하이랄 판타지가 빠지고 젤다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원래 기획 의도대로였다면 다음 작품의 이름은 하이랄 판타지:링크의 모험이었을지도...

문제는 당시 발매되던 대부분의 게임이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게임명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속편이 계속 나오면서 젤다의 전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나오고 있는 녹색 옷의 요정 검사를 두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젤다라고 오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등장인물 이름이 고정된 현대작과 달리 시리즈 초기 고전작들은 디폴트 이름으로서 링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도 있었다. 주인공 이름을 젤다로 작명하면 젤다가 젤다를 구하고 젤다가 젤다의 도움을 받아 가논돌프를 물리치는 기괴한 서사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3번 세이브 파일을 플레이하면 젤다가 젤다를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이름을 헷갈려 하던 게이머들은 나이를 먹었고 젤다의 전설 또한 시간의 오카리나를 기점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작 게임 시리즈의 반열에 들면서 녹색 옷 입은 애가 젤다냐는 오해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팬덤에서는 여전히 젤다의 전설 시리즈로 유입되는 친구들에게 으레 '녹색 옷 입은 애가 젤다'라는 낚시질을 하고 있다. 아직도 이에 낚이는 사람이 종종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 마리오 동생이면 당연히 성이 마씨 아님?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는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만년 2인자로 활약하던 시절이 너무 길었다. 아 때 구축된 원조 콩라인 이미지 때문에 걸핏하면 무시 받고 홀대받는 공기 캐릭터 기믹으로 고통받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를 오히려 캐릭터성으로 내세워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팔레트 스왑에 불과하던 초기작과 달리 마리오와 외형은 물론 직접적인 성능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등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루이지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 마리지 아시는구나!

그런데 한국에서는 현역으로 슈퍼 마리오를 플레이하고 그와 관련된 미디어믹스를 접했을 중장년층에게 물어보면 루이지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고 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마리오의 동생이라면 마리지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하다는 소리를 한다.

범인은 바로 슈퍼마리오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북미판 TV 시리즈 '슈퍼마리오 슈퍼쇼'다. 한국에서는 '수퍼 마리오'라는 이름으로 수입하여 비디오 또는 TV를 통해 방영했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도입부 가사부터 '마리오, 마리지, 우리는 마리오 형제'라 적혀 있으며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도 루이지와 마리지라는 표기가 병행 사용되고 있다 보니 당연히 오프닝 가사에 나오는 마리지가 진짜 이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사판 루이지를 맡은 배우는 훗날 '야인시대'의 신불출을 연기하여 합성-필수요소 밈 제작자들에게 주목받기도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원래 북미에서 방영할 당시 애니메이션 파트와 별개로 게임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들이 나오는 실사 파트가 존재했는데 한국에서는 따로 배우와 성우를 섭외해서 이 부분을 새로 채워 넣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기에 마리지라는 잘못된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국 한정으로 루이지는 이름을 잃게 된다.

 

■ 메트로이드는 제 이름이 아니라 적 이름이라고요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주인공인 2미터에 달하는 큰 키, 0.1톤에 육박하는 강려크한 파워슈트의 힘을 빌어 온갖 외계인을 때려잡는 전사, 그 아니 그녀의 정체는 사무스 아란이라는 앳된 여성이다.

문제는 그녀가 극 중에서 대사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극한의 과묵 캐릭터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조력자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장면도 딱히 없이 그저 눈앞의 적을 죽여나가며 미션을 완수할 뿐이라서 그 이름과 정체를 알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아이템을 거의 획득하지 않거나 모든 아이템 획득, 매우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클리어하기 같이 어려운 조건이 따라붙는데 그렇게 게임을 끝내야만 비로소 엔딩 장면에서 슈트를 벗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1편의 일반 엔딩과 굿 엔딩의 차이점 비교

그래서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주인공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게임 이름인 '메트로이드'의 어원이 '안드로이드'에서 왔으니 당연히 파워슈트를 입은 주인공도 안드로이드의 일종이라 착각하고 메트로이드라 부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메트로이드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이 때려 잡아야하는 대상이다. 그것도 적응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설정 때문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특정 무기를 정확하게 쏴 맞혀야 잡을 수 있는 까다로운 주적이다.  헷갈리면 심히 곤란하다.


오른쪽 아래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라 저 뇌처럼 생긴 거대한 기생생물이 진짜 메트로이드다

 

■ 태양 만세는 압니다 그거 하는 애는 누구죠?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제스처라 한다면 보통은 '태양 만세'라는 약칭으로 널리 알려진 '태양을 찬미하다(Praise the sun)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해당 제스처를 밈의 영역까지 끌어올린 캐릭터가 바로 다크 소울 1편의 감초 역할을 하는 조력자 '솔라'다.

이름부터 태양을 암시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불사자와 달리 태양을 찾는다는 확고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충만한 개그센스, 훌륭한 인품에 게임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통은 좋은 인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끝까지 한 우물만 파서 목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이 공감을 유도하기 쉽다

솔라는 2편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 NPC지만 1편의 활약을 감명깊게 본 사람들은 대개 솔라와 비슷한 장비를 갖춰입고 해당 제스처를 기용한 뒤 백령으로 난입하여 태양 만세의 긍정적인 정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1편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양동이 뒤집어 쓰고 만세 포즈 취하면 누구라도 태양 만세와 그 시초인 특정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은 알지만 정작 그 캐릭터의 이름인 솔라는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 태양 만세!'로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태양 만세의 긍정적인 정신을 만인에게 설파했으니 솔라는 이름을 잃었을 지언정 충분히 성공한 캐릭터라 봐도 무방하다.


오늘도 태양 만세 완료입니다

 

■ 인기만점 3번 새마을 모자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보통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보통은 이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거의 대부분은 해당 캐릭터의 생김새와 색깔과 같이 외형에서 독특한 점을 찾거나 주먹이든 발차기든 무기를 사용하든 특화된 전투 방식에서 착안한 별명이 본명을 대체한다.

예를 들어 파이널 파이트의 주연 캐릭터 중 하나인 마이크 해거는 멀쩡한 이름 두고 거의 대부분 레슬러 내지는 시장님이라 불리는 처지고 던전 앤 드래곤에서는 기술이나 장비, 마법 배치가 달라지는 동종 캐릭터를 본명 대신 클래스명에 금/은/녹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구분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렘의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은 아예 이런 흐름을 알고 있는 것인지 영문으로 된 본명과 함께 레드, 그린, 옐로, 블루라는 간단한 이명을 병행표기하여 대부분의 게이머는 훨씬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이쪽 표기를 따라 캐릭터를 지칭하고 있다.


의도한 그대로 아이들은 대부분 호세, 리노, 로저, 스트로보다는 레드, 그린, 옐로, 블루으로 이들을 지칭했다

이 가운데서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캐딜락&다이노소어의 무스타파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싯적에 오락실 좀 가봤거나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 시간을 꽤 많이 보낸 친구들에게는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하는 녹색-노란색의 기묘한 패션 때문에 본명보다는 새마을 모자 아저씨로 지칭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물론 외형적인 특징이 기억하기 쉽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무스타파는 실성능도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것도 압도적인 지지에 한몫했다. 덕분에 2인 이상의 플레이어가 달라붙으면 항상 3번 자리에 있는 새마을 아저씨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활발했지만 끝까지 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코인을 넣었다면 일단 3번을 골라 잡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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