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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유명 IP도 소용없다! 개발 중단된 비운의 게임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0-06-28 11:00:51 (수정 2020-06-28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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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한 게임사에서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개발 중이던 게임의 기획을 뒤엎었다.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PD가 교체되는가 하면 플랫폼 변경까지 고려해 새롭게 만들겠다며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실 개발 초기부터 원작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용자들의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개발 방향 전환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유명 IP를 사용해 만든 게임일지라도 작품의 완성도 같은 내부 문제부터 자금과 인력, 유통 등의 외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이유로 게임 개발이 난항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위에서 소개한 사례의 경우 게임사가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출시에 대한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만, 팬들의 속만 태우다가 결국 개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출시의 빛을 보지 못한 작품도 상당수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결국 개발 중단된 비운의 게임을 짚어봤다.

■ 인기 개발자 퇴사, 정반대 결과 '사일런트 힐즈'와 '록맨 대시 3'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 시리즈와 캡콤의 '록맨' 시리즈는 각 회사를 대표하는 간판 작품이다. 사일런트 힐은 오컬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미지의 힘에서 오는 공포를 안겨줬으며, 록맨은 횡스크롤 슈팅 플랫포머의 교과서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많은 팬을 거느린 두 시리즈도 핵심 개발자가 퇴사하면서 후속작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었다. 재밌는 것은 사일런트 힐은 사실상 시리즈가 끝난 것에 반해 쫓겨나듯 퇴사한 코지마는 '데스 스트랜딩'을 출시해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록맨 시리즈는 록맨 11로 부활한 반면 캡콤을 박차고 나간 이나후네는 게임을 시궁창에 버리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판단이냐 진짜

사일런트 힐의 최신작이 될뻔했던 '사일런트 힐즈'는 '메탈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와 '퍼시픽 림'과 '호빗'의 각본을 담당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특히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티저(P.T.)'라는 색다른 티저 방식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코나미 부사장이었던 코지마가 일반 사원으로 강등당하더니 결국 기예르모가 인터뷰에서 사일런트 힐즈가 출시되지 않을 것을 언급하면서 개발 중단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코나미는 P.T.를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삭제하는데 이어 팬들이 제작한 PC 리메이크 버전을 삭제하면서 작품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다. 이로 인해 P.T.가 설치된 플레이스테이션4가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무려 999 달러에 등록되기도 했다. 해당 경매는 곧 내려갔지만, 한때 경매가가 1,300 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Patrick Klepek가 코타쿠에 올인 이베이 경매 사진

한편, 록맨 대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개발 중이었던 '록맨 대시 3'은 사일런트 힐과 마찬가지로 록맨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명 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가 제작 중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나후네가 캡콤을 떠난다는 뜻을 밝히면서 개발은 그대로 공중분해됐다.

캡콤은 취소 당시 록맨 대시 3의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나후네가 퇴사한 이듬해 개발 중지를 밝혔다. 게다가 이나후네가 '소울 새크리파이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자 캡콤은 능력 있는 개발자를 내쫓고, 시리즈를 망친 회사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나후네가 참여한 '해왕'의 개발 중단과 '야이바: 닌자 가이덴Z'의 흥행 참패에 이어 록맨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마이티 넘버 9'가 모금 사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현재 이나후네의 이미지는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캡콤은 8년 만에 록맨 시리즈 후속작 '록맨 11'을 출시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갓콤'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사진이...

■ 소닉은 죽으면 엔진을 남긴다, '소닉 엑스트림'

'소닉 엑스트림'은 1994년 개발에 들어간 시리즈 최초의 3D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 당초에는 세가의 야심작 '슈퍼 32X'용 게임으로 개발됐지만, 슈퍼 32X가 대차가 망하면서 소닉 엑스트림의 개발 방향은 세가 새턴 버전으로 전환됐다. 여기에 게임 외적인 상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소닉 엑스트림은 개발 중단, 최초의 3D 소닉은 '소닉 3D 블래스트'가 차지했다.

소닉 엑스트림의 개발 중단을 살펴보려면 먼저 개발 당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북미의 'STI(세가 기술 연구소)'에서 소닉 3 & 너클즈'를 제작한 '나카 유지' 팀은 흥행 성공 이후 일본으로 귀국했다. 남아있던 STI 인원들은 '메인 스테이지'와 '보스 스테이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소닉 엑스트림 개발을 진행했다. 많은 개발자가 이직과 퇴직을 반복하는 가운데 제작진이 편을 갈라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이후 1996년 3월에 일본 세가가 STI를 방문했을 때 메인 그룹이 만든 작업물의 낮은 완성도에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보스 스테이지에 만족하고, 해당 스테이지를 기반으로 그해 크리스마스까지 개발을 마칠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멀미 유발제...

결국 모든 문제가 합쳐지자 환상적인 시너지를 냈다. 우선 두 그룹은 각자의 게임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즉, 한 게임에 두 개의 게임 엔진이 사용된 것이다. 메인 그룹의 경우 PC에서 세가 새턴용 3D 게임을 만들기 위한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엔진은 세가 새턴에서 프레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 셈.

보스 그룹 방식으로 통합된 뒤에는 촉박한 기일이 문제가 됐다. 기일에 맞추기 위해 세가 측으로부터 세가 새턴으로 출시된 3D 게임 '나이츠 인투 드림즈'에 사용한 '나이츠 엔진'을 제공받았으나 불과 2주 후 나카 유지가 해당 엔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이를 어기면 퇴사할 것을 강하게 어필하여 결국 개발 시간을 날려버렸다.

끝내 개발팀의 핵심 멤버가 폐렴으로 이탈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대신 독자적으로 만든 이 게임의 엔진 이름인 '소닉 붐'은 훗날 세가 아메리카의 독자적인 소닉 프랜차이즈 '소닉 붐'의 이름에 재활용됐으며, 일부 개발진은 실제로 '소닉 붐 라이즈 오브 리릭' 개발에 참여하며 명맥을 이었다.

■ 큰 그림 그리려다가 도화지가 찢어진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2002년 TGS에서 처음 공개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많은 블리자드 팬들, 특히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한국 팬들을 설레게 했던 작품이다. 개발자인 블리자드는 특이하게도 기존 게임들과 달리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콘솔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이 개발 중단의 도화선이 됐다.

워크래프트2와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사실상 PC판과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휘어잡은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64'의 실패를 딛고, 본격적인 콘솔 시장 개척을 위해 니힐리스틱 스튜디오와 손잡고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니힐리스틱 스튜디오와 결별하고, 프로젝트는 '메탈 암즈'를 개발한 '스윙 에이프'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한다. 그리고 운명의 2005년, 출시를 앞두고 신형 콘솔인 '엑스박스 360'이 출시된다.


본의 아니게 거하게 팀킬한 와우

엑스박스 360에 이어 1년 후엔 플레이스테이션3가 출시되면서 블리자드의 콘솔 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플레이스테이션2와 엑스박스, 게임큐브로 개발한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신규 콘솔에 맞춰 다시 개발할 수도 있었지만,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급성장 하는 시점에서 오래된 프로젝트에 인력을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그렇게 개발이 중단됐다.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트레일러에 데모 버전까지 선보였던 거의 다 완성된 작품이 출시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라 안타까움을 샀다. 당시 개발자가 폴리곤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욕심으로 개발 기간이 늘어났고, 스윙 에이프가 개발할 무렵에는 초기 기획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게임이 됐다고 한다. 결국 블리자드는'디아블로3'와 '오버워치' 이식까지 콘솔 게임의 불모지로 남게 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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