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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실력, 운영, 배신··· 이유도 각양각색, e스포츠 게임단 풍비박산 사례집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0-06-21 17:24:47 (수정 2020-06-21 17: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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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스포츠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래 수많은 게임단이 출범했다. 어떤 팀은 선수의 개인 역량과 팀원과의 협력, 코치진과 프런트의 아낌없는 지원과 운영으로 매 경기, 매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가 하면 일부 팀은 우승은커녕 악화 일로 끝에 해체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단 해체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골라보자면 소속원 간의 불화나 성적 부진, 운영 미숙, 게임사의 정책 변경 등이 있겠다. 예를 들면 김대호 감독의 경질과 카나비 선수의 계약 등 불미스러운 사태로 떠들썩했던 '그리핀'의 경우 주요 선수진과 프론트가 한꺼번에 계약을 종료하면서사실상 '빈집'이 되어 해체 위기를 맞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위와 같이 남다른 이유로 해체된 게임단을 모아봤다. 게임을 못해도 너무 못해 사라진 게임단, 혹은 리그 전체가 증발해 순식간에 길 위에 나앉게 된 게임단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임단들을 살펴보자.

■ 왕조 '삼성 갤럭시', 창단, 합병, 매각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삼성'은 다양한 e스포츠 종목에서 게임단을 꾸렸다. 스타크래프트가 현역일 당시 e스포츠를 즐겼던 이용자에겐 '삼성 칸',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를 시청하는 이용자는 '삼성 갤럭시'라는 이름이 친숙할 것이다. 삼성 계열 게임단 중 이용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팀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삼성 갤럭시 블루'를 선택하겠다.

2012년에 창단된 두 팀은 2014년 단일팀 합병까지 매우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 화이트의 경우 롤드컵에서 우승까지 단 두 번의 세트패만 허용했으며, 삼성 블루는 롤챔스에서 형제팀인 삼성 화이트를 이기고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게임 외적으로 보면 '다데장군' 배어진 선수나 '야스오 명가 삼성' 등 무수한 밈을 남겨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출중한 실력이 문제가 될 때도 있는 법. 2015년부터 시작되는 라이엇게임즈의 1기업 1팀 제한으로 인해 형제팀을 운영하던 CJ, SKT, 삼성은 모두 몸집을 반으로 줄여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 갤럭시 프로게임단의 프런트는 팀 지원을 축소하였고 반대로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를 휩쓸어버리며 몸값이 폭등한 선수들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연봉 협상에 실패한다.

결국 삼성 갤럭시 프로 게임단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선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모든 선수가 중국으로 진출하거나 은퇴 수순을 밟으며 터져버렸고 그렇게 모든 선수를 잃은 삼성 갤럭시는 새 선수들을 뽑아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게 된다.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았지만 롤드컵 우승권으로 팀을 다시 성장시킨 것은 대단한 성과다

■ 여자라서? 그냥 못해서 터진 '배빅티스 e스포츠'

러시아의 '배빅티스 e스포츠'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된 게임단이다. 바로 '전원 여성 게이머'라는 특이한 콘셉트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게임단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이었지만, 지역 리그 개편과 승강전 폐지로 인해 선수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해 리그에 내보냈다. 당시엔 '여성이라는 성별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려는 게임단'이라는 눈총을 받았지만, 정작 리그 시작 이후에는 실력으로 화제가 됐다.

실력이 뛰어나서 화제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팀, 못해도 너무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 선수들의 티어는 다이아몬드-플래티넘 정도였고, 포지션은 서포터였다. 이를 모아서 팀으로 꾸렸으니 성적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9년 시즌은 단 1세트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전패를 기록했다.


나미 원딜에게 1:30이라는 최악의 스코어로 영혼까지 털리는 프로팀이 있다?

심지어 패배조차 굴욕적이었다. 서포터만 선출한 팀에게 패배한 것은 물론 킬 스코어 차이는 수 십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예능픽'이라고 할 수 있는 대진에서도 질 정도였으니 정상 챔피언을 상대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코치로 내몰린 선수를 다시 내보내는 강수를 뒀지만,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결국 배빅티스 e스포츠는 2020년 러시아 리그에서 공식 퇴출됐다. 여러 의미로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선수들은 전원 방출됐으며, 추가 선수 모집 없이 그대로 해산됐다. 선수들의 성적이 아닌 콘셉트 하나만 보고 만들어진 팀의 말로를 여실히 보여준 해프닝이라고 하겠다.

■ '밴쿠버 타이탄스', 전원처치? 전원방출!

삼성 갤럭시가 연봉 협상 문제, 배빅티스 e스포츠가 저조한 실력 때문에 해체됐다면 '밴쿠버 타이탄스'는 프런트의 알 수 없는 운영 때문에 해체된 사례다.

오버워치 리그 태평양 컨퍼런스 서부 디비전 소속팀인 밴쿠버 타이탄스는 한국에선 국내 오버워치 팀 '러너웨이' 1기 팀원 모두가 이적한 것으로 유명한 팀이다. 이미 실력이 입증된 선수들이 대거 모여 만들어진 팀인 만큼 창단 직후 쟁쟁한 팀을 모두 제치고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창단 2년 만인 2020년 4월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살'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선수는 자신의 SNS에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밴쿠버 타이탄스는 한국 선수와 소통, 재정적 어려움 등을 문제로 5월 7일부로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치진과 계약을 해지했다.

많은 팬은 팀 해체 원인에 대해 선수와 프런트의 불화, 의도를 알 수 없는 운영 등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한 외신은 밴쿠버 타이탄스의 해체를 보도하며, 한국인을 영입하면서도 이들을 지원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원방출 업적을 달성한 밴쿠버 타이탄스

■ 자고 일어나니 백수가 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게임단'

세계 e스포츠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자행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폐지' 사건이다. 2018년 연말에 터진 이 사건은 2019년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블리자드가 돌연 다음 리그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벌어졌다.

물론 전조는 있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개발 축소에 대한 여러 소문은 물론 2019년도 리그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일정 및 선수단에 대한 정보가 뚜렷하게 공개되지 않아 리그 소식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는 팬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리그 폐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e스포츠 관계자들의 뒤통수를 거하게 쳐버렸다.


리그는 물론 블리자드에 대한 신뢰를 한 번에 박살 낸 공지

가장 큰 문제는 이 결정을 블리자드 자신들 외엔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게임단과 리그를 위해 일하는 종사자들까지 말이다. 게임단은 공식 발표날 아침에서야 메일로 리그 폐지 소식을 들었으며, 선수들 중 일부는 커뮤니티나 동료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단은 결국 그대로 공중분해라는 결말을 맞았다.

이 사건은 e스포츠 운영에 대한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e스포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한 기업의 영향을 너무나 쉽게 받는 것인데 블리자드는 리그 폐지를 통해 이를 실제로 증명해버렸다. 물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라는 게임이 e스포츠로 인기를 끈 종목은 아니지만,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3와 오버워치 등 정상급 게임을 운영하고 있어 e스포츠 신뢰도 하락에 큰 영향을 줬다.


제발 농담이라고 해줘요 제발....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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