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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의력-자신감-애정 있다면 누구나 가능! 한국형 저가 코스프레좌 '레나천사'를 만나다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0-06-21 13:05:54 (수정 2020-06-21 13: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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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과 분장을 하고 그 캐릭터에 몰입하여 놀이를 즐기는 서브컬처 문화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한 주문 제작 업체도 많아졌고 3D 프린터의 상용화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코스프레를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캐릭터의 재현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높은 퀄리티의 복장과 장비를 갖추기 위해 시간과 자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스프레는 취미활동 중에서도 가장 마니악한 쪽으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인식을 깨고 창의력과 자신감,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 코스프레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습니다.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저가 코스프레좌로 불리는 태국의 코스튬 플레이어 '아누카 차 생칫' 같은 인물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게임조선에서는 이에 못지않은 인물 한국형 저가 코스프레좌 '레나천사'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통은 소화하기 힘든 스카쟌을 입고 온 것에서부터 비범함이 느껴졌다 = 게임조선 촬영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나천사라고 합니다. 평범한 88년생 직장인으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취미로 코스프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와 연관이 있는 서브컬처인 게임,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지금은 해당 분야를 주제로 한 코스프레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Q. 코소프레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만화가를 지망하고 있어서 대학교도 관련 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과 생활을 하다보니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요. 그 중 한 친구의 취미 생활이 바로 코스프레였습니다.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이었지만 그 친구에게 이끌려 오프라인 행사들을 둘러보고 반강제로 코스프레를 시작했다가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코스프레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맨 처음으로 했던 코스프레가 바로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런 예거였는데요. 지금처럼 운동을 해서 몸을 가꾸던 때가 아니라서 거인 모습이 아닌 조사병단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념비적인 첫 코스프레, 조사병단 엘런 예거 = 레나천사 제공


비교적 초기에는 고퀄리티 코스프레를 보여준 바 있다 = 레나천사 제공

Q. 코스프레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아까도 말했듯이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즐기거나 응원해주는 쪽이에요. 다만 이쪽 분야에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코스프레 활동을 한다고 드러내진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경우 이야기하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서 숨기고 있습니다. 일단은 예기지 못하게 주변에 드러나는 것을 조심하고는 있지만 만약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대박을 친다면 아예 그쪽으로 전업하고 당당하게 부모님에게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코스프레를 위한 작품과 캐릭터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선정 기준은 즉흥적으로 정해진 룰은 딱히 없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친구들과 같이 그룹 코스프레를 했기 때문에 제가 먼저 의견 표출을 하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쪽이었는데 짱구와 흰둥이 코스프레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저 같은 사람을 주목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특히 '저가 코스프레(LOWCOST COSPLAY)'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태국의 코스튬 플레이어 '아누카 차 생찻'을 보고 굳이 행사장이나 밖에 나가 단체로 움직이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재미있고 멋진 코스프레를 선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개인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작품과 캐릭터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개인 코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처음 선보인 작품이 디아블로 3의 부두술사였는데요 반응이 꽤 괜찮았고 디시인사이드에 올리자마자 베스트 게시물을 모아서 보여주는 HIT 갤러리, 통칭 힛갤에 등재되면서 불을 붙였죠.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봐주는 사람이 많아서 더욱 열심히 활동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Q. 저가 코스프레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나요?

저가 코스프레는 항상 줄겁고 새롭습니다. 집에서, 일상에서 찾기 쉬운 흔한 물건들을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굉장히 뛰어난 데다가 오늘은 또 무엇을 할까 어떤 병맛을 살릴까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이 백미죠.

예전에 잠시 일본에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다이소는 한국 다이소와 달리 테이프도 형형색색으로 구비되어 있고 보다 바디 페인팅에 쓰이는 물감도 엄청 많아서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재현할 수 있었어요.

물론 창의성이 필요한 일이라서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는 아이디어 고갈인데요. 취미활동에 저가 지향이라고는 해도 코스프레는 코스프레라는 입장이라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비슷한 모양새는 갖춰야 한다는 저 스스로의 고집에 부딪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작업에 진전이 없을 때나 구상 단계에서는 괜찮았던 아이디어가 결과물 단계에서 영 별로일 때가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돈이나 명예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고 잘 됐을 때의 성취감이 훨씬 높다 보니 장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테이프와 바디 페인트만 있다면 거의 대부분 실현 가능하다고 = 레나천사 제공


200X년을 지키는 슈퍼 파이팅 로봇 = 레나천사 제공

Q. 본인이 생각하는 역작과 망작은 무엇인가요?

제가 힛갤에 보낸 작품들은 모두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작품들은 모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재미를 줬고 반응이 좋아서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된 것일 테니 말이죠. 굳이 그중에서 하나를 뽑는다면 아까 말씀드린 짱구는 못말려의 흰둥이인데 이게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의 흑역사는 소녀전선의 Five-seveN 크루즈의 여왕님 여장 코스프레였습니다. 이게 제가 트위터 활동을 하던 당시 리트윗 1000을 넘기면 하겠다고 장난삼아 공약을 건 결과였는데요. 실제로 해당 수치를 넘기면서 약속을 지키려고 코스프레 행사장 가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비키니까지 입었죠. 그런데 행사장 관리 요원이 남사스럽다며 내보내는 헤프닝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엑스포에서 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야옹이 카타리나도 좀 부끄럽습니다. 요즘은 웬만하면 여장 코스프레는 피해가려고 해요. 스스로 완성도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많아 아쉽고 대외적으로 욕도 많이 먹어서 말이죠.

Q. 최근에는 SNK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가 화제였습니다. 평소에 어떤 게임의 어떤 캐릭터들을 좋아하시나요?

지금은 레트로 게임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최근 나오는 화려한 3D 게임보다는 예전의 2D, 도트 감성이 넘치는 작품들에 정감이 가더라고요.

일단 SNK의 메탈슬러그, 사무라이 쇼다운, 아랑전설, 킹오파처럼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하던 게임 대부분은 애정 때문에 코스프레를 할 때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더욱 힘을 많이 쏟은 것 같아요.

물론 SNK 말고도 허드슨의 봄버맨, 캡콤의 록맨과 천지를 먹다,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기왕 코스프레를 할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하는 게 가장 기분이 좋더라고요.


떙큐, 호잇! = 레나천사 제공


내장형 근육 캐릭터 소화도 문제없다 = 레나천사 제공

Q. 메탈 슬러그의 정규군 포로 할아버지를 코스프레를 보니 다소 마른 체형인데도 몸이 좋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운동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어렸을 적에 야구, 복싱 등 활발하게 운동을 하다가 한동안 일이 바빠 담을 쌓고 있었는데요. 지병인 대장과민 증후군과 건강 문제 때문에 다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헬스장을 다녔다가 지금은 홈 트레이닝으로 전환했는데요. 운동이라는 게 강도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지금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적어도 2시간에서 4시간은 꼭 운동을 하는 중입니다.

운동의 방향성은 스트렝스, 웨이트를 기반으로 한 벌크 업보다는 지금 체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전엔 람보, 터미네이터 같은 남성미 넘치는 마초맨을 꿈꿨지만 현실적으로는 관리가 너무 힘들고 일정 수준까지 살을 찌워야 하는 게 제 몸 상태와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소룡과 같이 마르지만 탄탄한 몸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식단도 육식, 기름기 있는 음식 전반을 피하고 있으며 물 이외의 음료는 대부분 피하는 중이에요. 심지어 마트를 가도 포장지에 적힌 칼로리를 철저하게 비교하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Q.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에게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은 지금 자신의 몸이나 얼굴 생김새와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 코스프레라는 츼미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도 코스프레를 갓 시작했을 때에는 몸이 그렇게 좋진 않았고요.

물론 코스프레라는 취미가 인형 탈이나 가면, 헬멧, 갑옷 등을 쓰지 않는 한 자신의 얼굴과 몸매가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이를 두고 굳이 찾아와서 시비를 거는 경우가 흔한 편입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취미활동인데 거기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인터넷 대법관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코스프레를 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이 너무 미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자신이 코스프레하려는 캐릭터의 높은 재현도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라면 적극 추천하며 그게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코스프레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운동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스트리트파이터 '켄 마스터즈' 모습으로 하체운동 '런지'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 = 레나천사 제공

Q. 앞으로 꼭 코스프레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이 있나요?

세상은 넓고 아직 코스프레해보지 못한 캐릭터는 많습니다. 예전에 콤비로 짱구는 못말려 코스프레를 했던 '용산의 빵테온' 등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그룹을 짜서 최근 유행하는 포켓몬스터 소드/실드,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같은 게임의 단체 코스프레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푹 빠져 있는데요. 거기 나오는 남성 챔피언은 모두 재현해보고 싶습니다. 롤에는 떡대가 크고 몸이 좋은 챔피언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세트 같은 챔피언은 진지하게 근육을 키워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원래 올해 코로나-19 이슈만 아니었으면 매주 한 번 이상 롤파크에 방문해서 매 경기마다 롤 남자 챔피언 코스프레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미뤄지게 되서 좀 아쉽네요.

Q. 저가 코스프레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캐릭터는 무엇이 있나요?

피부에 덕지덕지 바른다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바디 페인팅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피카츄, 도라에몽, 보노노보노, 둘리 같은 동물 모티브 캐릭터를 추천합니다.

일단 몸에 바르기만 하면 사실상 반 이상을 한 것이나 다름없고 .바디 페인팅 전용 물감은 한 통에 1200원도 안할 정도로 저렴해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정석 루트대로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제대로 옷을 만들거나 제작을 의뢰하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비용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저가 코스프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한 롤 챔피언 아펠리오스의 경우 원래 제대로 각 잡고 하려면 100만원은 우습게 깨지는 게 정상이지만 저는 집에 가지고 있던 정장과, 테이프로 해결해서 실제 비용으로는 1만 원도 들지 않았어요.

롤을 좋아하면 아무무도 추천합니다. 청테이프 하나면 둘둘 감아서 끝이에요(웃음)


??? : 아펠리오스님, 출전 준비하실게요~ = 레나천사 제공

Q. 그 밖에도 코스프레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까 말씀드린 일본 생활 중에 있었던 일인데요.

당시 저의 코스프레가 일본에서도 잘 먹히띾 싶어서 팝 팀 에픽이라는 코미디 만화의 주인공인 포푸코로 분장했는데 여성 캐릭터지만 동시에 개그 캐릭터라는 강점을 살리기 위해 상의를 반토막내고 복근을 과감하게 드러난 파격적인 패션이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던 게 생각나네요.

많은 분들이 촬영하시면서 해외 커뮤니티인 2ch, Reddit 등에 올라가기도 했으며 영어가 짧아서 제대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뷰를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의 막장 코스프레가 다른 곳에서도 잘 먹히니까 '내 생각이 옳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제 코스프레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줄 몰랐기에 욕을 하든 칭찬을 해주든 관심을 주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제가 코스프레 활동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앞으로도 꾸준히, 오래 활동할 예정이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시작했는데요. 다양한 방식으로 코스프레와 그 과정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리고 있으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부디 코로나-19 이슈가 빨리 종식되서 야외 촬영도 하고 게임 행사 등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저가 코스프레 = 레나천사 유튜브 채널

[☞ 레나천사의 저가 코스프레 강의채널 바로가기]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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