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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문화의 차이가 만드는 게임의 차이! 쉽게 알기 힘든 게임 속 변경점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0-06-07 10:00:54 (수정 2020-06-07 1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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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이해하는 KBO.reddit

5월, 무관중 경기 형태로 개막한 KBO가 외국인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MLB의 중단으로 인해 볼거리를 찾고 있던 해외 야구팬들이 이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과는 다르게 화끈하고 자극적인 KBO의 맛에 제대로 중독됐다는 후문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화제는 배트 플립 또는 빠따 던지기(통칭 빠던)이라고 불리는 액션이다. 보통은 장타를 친 타자가 멀리까지 뛸 것을 상정하고 타격 자세 그대로 자연스럽게 배트를 던지고 달리기 자세로 이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행위에 대해서 동양과 서양의 견해차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다. 주루 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빠던에 대해 효율적인 진루를 위한 자연스러운 동작의 일환이고 여유를 부리며  배트를 던져도 과격한 세레모니 정도로 치부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비매너 플레이로 치부하는 것은 물론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대형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스포츠의 같은 요소도 받아들이는 사람, 지역과 같이 문화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즐기는 비디오 게임에서도 사소해 보이는 문화의 차이가 게임 내용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 야한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지간히 사고 치지 않는 이상 처음 받은 등급이 재분류되는 경우가 흔치 않긴 하다

게임의 일러스트나 모델링은 제작사에서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권장 연령대에 맞춰 그려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번 심의를 받으면 웬만해선 그 등급이 변동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고 어느 정도의 수위로 그려낼 지 정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게임의 같은 캐릭터와 요소가 서비스 지역에 따라 심의 기준이 달라지는 탓에 모습이 달라지는 통칭 '탄압'이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고무줄마냥 그 기준이 심하게 왔다갔다하는 선정성, 노출도가 엮여 있을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원본 일러스트와 한국 서버에 한정된 탄압 일러스트

이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가 중 하나가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이블린 리워크다. 기존에 이블린 못지 않은 노출도의 챔피언과 스킨이 적지 않았고 재설계된 이블린의 모습은 확실히 상대의 정기를 빨아먹는 악마 설정에 부합하지만 한국에 넘어오면서 노출된 복부와 허벅지를 전부 그림자 장막으로 덮어씌우는 탄압이 적용됐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신규 챔피언, 일러스트 등에 간간히 탄압이 보이고 있으며 외전작인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도 특정 국가에 한해 드레이븐의 검투사 전리품이 여성 대신 트로피로 바뀌는 등 해당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드레이븐의 검열 일러스트

한편 중국에서는 해골과 같은 더욱 과도한 노출(?)에 대한 검열이 유독 심한 편이다. 정확히는 유교 사상이 입각한 시체 훼손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인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망자를 대표하는 해골 챔피언인 '카서스'는  뼈만 드러난 앙상한 몸을 두건으로 가리거나 긴 옷으로 완전히 감추다가 아예 망령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장 종족인 포세이큰 또한 살갗을 붙여 언데드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온전한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인간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 전쟁범죄는 참을 수 없지


월드 오브 탱크 유럽 서버에서 하켄크로이츠를 그린 한국 유저 30명은 그 즉시 단체 정지를 먹었다. 완전 국제망신이다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 때 주범인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과 관련된 요소를 철저하게 검열하고 있으며 모티브만 따온 '볼프스클란'처럼 아예 가공의 조직을 내세우더라도 전범이 반드시 패배하는 시나리오를 짜온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케이스와 다르게 최근에는 이에 대한 검열이 조금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전범들을 갱생의 여지가 없는 순도 100%의 악역으로 설정하거나 보잘 것 없는 삼류 악역으로 비틀어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식으로 대응하고는 있다.


악역인거랑 별개로 어이없는 수준의 희화화가 들어가서 욱일 제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듯

조금 독특한 점이 있다면 동양권에서는 나치 독일의 묘사에 조금 관대한 경향이 있고 반대로 서양권에서는 일본 제국 묘사에 대해 조금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부분이다. 커맨드 앤 컨커 레드 얼럿의 욱일 제국이나 페르소나의 라스트 바탈리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해도 하켄크로이츠, 욱일기는 여전히 용서받지 못할, 금기시되는 요소로 꼽을 수 있다. 당장 유럽 서버에서는 하켄크로이츠 모양으로 대열을 이루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던 게이머들이 단체로 정지당하고 십중팔구는 비슷한 문양 중 하나인 철십자로 교체되고 있으며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었음을 인정받았음에도 오해를 사기 싫었던 캡콤은 에드몬드 혼다의 스테이지 배경에서 욱광을 제거했다.


예전과 달리 욱일 마크가 아니다

■ 신성모독이다


지금이야 신을 죽이고 신들끼리 싸움붙이는 신성모독의 시대(?)지만 예전은 아니었다

동양권과 달리 서양권은 종교적인 요소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 각종 콘텐츠의 요소들을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이 쪽 방면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코나미의 악마성 시리즈다. 애초에 이름부터 악마가 들어가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 북미 닌텐도 지사는 게임의 배경이 되는 '트란실바니아'를 활용하여 캐슬바니아로 이름을 바꿔 놓았으며 가이드북에서는 보조무기(서브웨펀) 중 일정 범위를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십자가는 부메랑 지면에 던져 폭발하는 성수는 폭탄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지면에 닿으면 불길이 치솟고 지속피해를 주는 똑같은 서브웨펀이지만 한 쪽은 이름이 '폭탄'이고 다른 한 쪽은 '성수'다

이는 오히려 내수판에도 영향을 주게 되면서 아케이드판 악마성 드라큘라인 '하운티드 캐슬'에서는 일시적으로 성수가 없어지고 부메랑과 폭탄이 추가됐으며 십자가는 투사체를 일직선으로 날리는 형태로 바꿔놓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이러한 종교적인 검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정도 규제를 풀기 시작하면서 원래의 모습과 이름을 되찾고 있지만 게임의 제목과 같은 고유 명사는 쉽게 바꾸기 힘든지라 서양에서는 여전히 악마성보다는 캐슬바니아라는 이름이 훨씬 더 많이 통용되는 처지다.

오히려 GBA로 출시되던 일부 악마성 시리즈는 서구권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생각인지 내수판도 캐슬바니아로 이름지었다.

 

■ 그래서 네 이름은 베가? 바이슨?


부하들과 사이 좋게 이름을 돌려쓰는 샤돌루 장군님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메인 악의 조직 '샤돌루'의 간부들은 1편부터 출연한 사가트를 제외하면 내수판과 수출판의 이름이 다른 방식으로 작명되고 있다.

이 사태의 원흉은 실존 인물이었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이름과 생김새, 싸움 스타일 등을 상당히 많이 차용한 샤돌루의 No.3 악당 캐릭터 '마이크 바이슨'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실존 인물이나 작품의 패러디를 그리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편이었고 이를 활용한 개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오히려 서양권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마이크 바이슨의 이름은 발로그로 바뀌게 된다.


트랜스 피셔즈, 브람 스토커, 크리스토퍼 비(...) 등등 원작자 이름 비틀어서 개그하는 건 예삿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샤돌루 소속인 꼬챙이 손톱  암살자 친구가 원판에서 이미 발로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또 다시 이름이 겹치는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결국 발로그는 출신지가 스페인이라는 점 때문에 스페인에서도 종종 쓰이는 조직 보스의 이름 '베가'를 물려받고 보스는 가장 먼저 버려진 이름인 바이슨을 자기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는 기적의 3각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게 된다.

나중에 마이크 타이슨이 이를 알고 관대하게 넘어가면서 내수판과 수출판의 이름이 일관성 있게 통일되는 것을 기대하는 게이머들이 꽤 있었으나 여전히 캡콤은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 유저들은 혼란을 막기 위해 모 인민 수령과 닮은 베가/바이슨을 독재자라 부르고 발로그/베가는 무기에서 따온 갈퀴발톱이라고 부르며 바이슨/발로그는 복서라고 부르고 있다.


일단 원치 않은 패러디를 당한 당사자는 관대하게 넘어가 준 것 같긴 한데...

■ 빨리 엔딩 보기 vs 오래 즐기기


똑같은 게임인데 누군가는 3대 맞아야 목숨 하나를 잃고 누군가는 1대만 맞아도 목숨 하나를 잃는다

게임을 즐기는 문화 차이가 기어이 게임의 난이도에도 영향을 주곤 한다. 16비트 콘솔이 유행하던 시절만 해도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일본의 게임 개발사들은 내수판과 수출판을 따로 구분짓고 일부 요소에 차등화를 준 채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부 게임의 경우 아예 난이도 차이가 크게 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콘트라(혼두라) 시리즈 중에서 콘트라 더 하드코어의 경우 무시무시해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내수판에 잔기 하나당 3번의 목숨이 주어지고 각종 특전과 숨겨진 요소를 사용해서 훨씬 전작들에 비해 훨씬 쉽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여 소프트 코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 또한 1편-2편까지만 해도 자동조준 시스템의 유무와 고어씬의 잔혹도가 그 기준이 될 정도였다. 더욱 하드한게 양덕의 취향이었던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일단 엔딩을 보는 것에 치중하는 일본 게이머와 난관을 겪고 이를 해결하는 것에 치중하는 북미 게이머들의 문화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수출판에 내수판 이름을 붙여서 들여오던 한국의 콘솔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며 실력을 쌓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인의 민족 특성이 게임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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