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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원작 존중은 어느정도일까?

배향훈 기자

기사등록 2020-05-05 12:50:44 (수정 2020-04-29 1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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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이하 FF7RE)'가 지난 4월 10일 발매해 전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 중이다. 리메이크 작품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호불호는 갈리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기본적인 평가는 신규와 팬을 모두 만족할만한 훌륭한 게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자도 FF7의 팬으로서 발매가 되자마자 열심히 플레이했던 게이머 중 한 명이다. 플레이 중간중간 '아 맞다 이런 이벤트가 있었지.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라는 추억에 빠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엔딩까지 내달리고 리뷰도 작성한 후 약 22년 전 학창시절 즐겼던 FF7 원작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FF7이 기자의 게이머 인생에서 탑10에 들어갈만한 명작이지만 20년이 훌쩍 지나간 게임의 기억이 온전할리가 없었다. FF7RE를 즐기면서 느낀 추억은 지극히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하드 난이도로 2회차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결심을 했다.

'원작 파이널판타지7을 플레이해봐야겠다' 고 말이다.

 

# 주의 #
본 리뷰는 특성상 '파이널판타지7' 원작 및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두 작품의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다수 존재합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께서는 충분히 인지하신 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플레이했습니다. 제 자신의 의지로... 

기자는 사실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1 FF7 인터네셔널판'을 플레이하고 싶었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플레이스테이션도 FF7 인터네셔널판도 시공의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 난 결코 버린 기억이 없지만 어느 사이엔가 사라지는 그런 물건처럼 말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2013년 스팀으로 발매된 PC판으로 타협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스퀘어에닉스는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으로 FF 시리즈를 이식해왔지만, 아무리 오래된 게임이라도 대단한 그래픽 업그레이드 없이 내기로 유명한 회사가 아닌가.

평소라면 혹평을 쏟아부었겠지만 적어도 이번 만큼은 기자의 추억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 셈이다.


스퀘어에닉스의 고집스러운 저퀄리티 이식이 고마운 날이 올 줄이야

◆ 어? 의외로? 볼만한데? 할만한데?

정확히 21년만에 다시 들어가본 FF7의 첫인상은 '예상보다 괜찮은데?' 였다. 물론 이 부분은 스팀으로 이식되면서 어느정도 해상도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FF7이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쏟아부었던 게임이긴 하지만 무려 20년이 지난 게임이 아닌가? 적어도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큰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플레이하는 내내 괴로울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내심 불안했었지만 오프닝과 함게 '에어리스'가 등장하자 "어? 그래픽이 생각보다 좋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는 기자가 가진 FF7의 추억뽕(?)이 약간 첨가됐다는 것도 부정하진 않겠다.


23년전에는 전율이 흐를만큼 대단했던 그래픽

게다가 파이널판타지7은 거의 모든 플랫폼에 이식되고 수많은 팬들이 지금도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 한글은 기본이고, 그래픽까지 현대적으로 수정된 많은 유저 패치들이 있어 더욱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기본적인 시스템도 불편하지 않은 수준. FF7 자체가 마테리아라는 아주 쉬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기본적인 메뉴 구성도 전통적인 JRPG의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큰 불편함 없이 익숙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유저 한글 패치와 캐릭터 8등신 패치를 적용한 모습

확실히 불편했던 점도 존재한다. 이동과 전투 부분은 확실히 1990년대 JRPG의 불편함이 살아있다. 특히 이동의 경우 내가 갈 수 있는 길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미지 한 장으로 표현된 맵은 일부 지역에서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친절해서 어디로 이동해야 되는지 한참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전투의 난이도는 쉽지만 랜덤 조우시마다 로딩이 필요하다는 것과 매번 승리의 팡파레를 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템포가 상당히 느린 것이 가장 큰 장벽. 스무스한 전투에 익숙해진 게이머에게 매번 전투 완료 화면을 봐야 한다는 것은 꽤 지루한 일이었다.


길 찾는데 꽤 고생했던 구간

◆ 고집스러운 원작 재현. 뭐 이런 것까지 넣었어?

FF7RE가 훌륭한 리메이크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원작의 이벤트를 훌륭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처음 1번 마황로를 폭파하는 오프닝부터 시작해 미드가르를 탈출하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원작의 흐름을 따른다. 물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약간씩 변경된 부분도 있지만 원작의 흐름을 무리하게 해치면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원작을 즐기다보면 '와 이런 것도 있었어?'라고 놀라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예를들어 FF7RE에서 월마켓 퀘스트 중 약국에서 약을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 중 소화제의 주인을 찾기 위해 한참 고생한 게이머가 제법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 FF7을 기억하고 있다면 술집 화장실로 가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마테리아 가게 주인이 건방지게 누워서 손님을 받는 이유, 그가 굳이 어른들의 자판기를 이용하게 한 이유, 男男男 체육관에서 스쿼트를 하는 이유도 아주 간단하다. 모두 FF7 원작에 나왔던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이랬던 스쿼트 대결은...


이렇게 발전했다

이런 고집스러운 원작 반영은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신라 본사에 진입하면 더욱 많이 등장한다. 계단을 이용해 59층을 잠입할 경우 무려 59층을 일일히 올라가야 된다는 점, 처음엔 의기차게 올라가지만 점점 힘들다고 짜증내는 바레트와 그를 꾸짖으며 힘내라고 독려하는 티파의 모습도 원작과 동일하다. 심지어 50층쯤 왔을 때 바레트가 "난 한계야 돌아갈래!!" 라고 외치고 "그럼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가려고?"라고 받아치는 티파의 대사까지 동일하다.

그 외에도 60층 이후에 등장하는 이벤트의 흐름과 파티 구성, 결정적인 부분에서 등장하는 보스급 적들은 모두 원작을 반영해 진행된다. 신라 빌딩 최상층에서 '루퍼스'와 충견이 함께 등장해 전투를 벌이는 부분도 꽤 놀랐던 부분. 충견이 전투 시작과 동시에 루퍼스와 연계하는 것도, 루퍼스는 여전히 '바이오' 마법에 약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주)신라의 사장 갓 승진한 루퍼스님의 23년전과 현재 모습

◆ 세피로스가 안나와? 필러는 또 뭔데?

물론 원작과 다른 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것은 최종보스 세피로스가 초반부터 등장한다는 점과 필러라는 특이체가 추가됐다는 점.

원작에서 세피로스는 몇몇 이벤트에서 언급만 될 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미드가르를 탈출한 이후이다. 하지만 FF7RE에서는 극초반부터 세피로스가 등장해 클라우드를 압박한다. 덕분에 FF7RE 클라우드는 시도때도 없이 망상과 두통에 시달리는 PTSD 전직 솔저가 되어 버렸다.


두통엔 게ㅂ... 아무튼 두통약이 많이 필요해보이는 리메이크판 클라우드

필러라는 존재는 더더욱 특이하다. 에어리스의 말에 따르면 '필러는 별의 운명을 관리하는 운명의 파수꾼으로 별이 운명이 정해진 대로 흘러가도록 개입하는 존재'라는 것.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제대로 된 운명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일행을 도와줄 때도 있고 방해할 때도 있어 처음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여준다.


필러는 FF7RE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 이미 완성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기에 가치있어졌다

일종의 '운명 지킴이 만능 치트키'같은 존재. 게임의 후반으로 갈 수록 점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니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있다. 최정점은 신라 최상층 이벤트부터 미드가르 탈출로 이어지는 17, 18챕터로 세피로스의 칼에 죽을 뻔한 바레트를 상처없이 치료해주거나, 세피로스와 전투를 방해하기 위해 보스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가장 큰 변경점은 미드가르 고속도로 추격전 이후 자연스럽게 월드맵으로 이동했던 원작과 달리 필러와 세피로스 전투가 추가됐다는 것. 이는 FF7RE의 대미를 장식함과 동시에 이후 작품이 꼭 원작과 동일하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내포하고 있어 리메이크에 어울리는 마무리였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는 FF7이 원작과 다양한 파생작으로 모든 세계관과 결말이 정해졌기 때문. FF7RE에서 몇몇 이벤트로 이를 약간씩 비틀어 보여준 뒤 '필러'의 등장과 함께 '원래 정해졌던 스토리'로 되돌리는 것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이 장면에서 충격받으신 분들 꽤 있으시죠?

◆ 리메이크는 제쳐두고 원작을 좀 플레이해봐야겠는데?

FF7은 기자의 지극히 충동적인 성격에 의해 다시 플레이한 게임이었지만, FF7RE의 토대가 된 게임이었고, 당대 최고의 명작이라는 점 때문인지 예상보다 훨씬 큰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원래 미드가르 탈출까지만 플레이 해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어볼 생각이었던 게임이 원래의 재미보다 훨씬 큰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FF7RE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기자는 본 리뷰를 끝내고 FF7RE 하드 난이도 플레이를 시작하려 했던 계획을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룰 생각이다. 오랜만에 플레이해 본 원작의 엔딩까지 달려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향후 나올 FF7RE part.2를 더 재미있게 즐기길 원하는 게이머라면 지금이라도 FF7을 플레이해보길 권하고 싶다.


원래 플레이 계획은 여기까지... 하지만 의외의 재미를 느껴서 엔딩까지 달려볼 생각이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배향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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