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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지에 대한 공포, 크툴루 신화와 게임의 결합

이정규 기자

기사등록 2020-05-03 09:00:51 (수정 2020-05-03 09: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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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임들이 다양한 신화나 역사 등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이러한 이유는 완전히 새롭게 창조하는 것에 비해 스토리나 캐릭터에 좀 더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유저로 하여금 전개 방향이나 향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굳이 신화나 역사 등을 기반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름만이라도 차용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어떠한 콘텐츠를 밑 배경으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나 흐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기 앞서 게임의 대략적인 뼈대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일관적인 테마가 게임계에 있으니 바로 '크툴루 신화'다.


녹색의 촉수 문어 괴물로 많이 등장하는 크툴루 = 러브크래프트 위키

크툴루 신화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에 의해 창조된 세계관으로 형언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가 주된 내용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고 없고의 수준이 아닌, 해당 존재에 대한 인지만으로도 미쳐나가는 꿈도 희망도 없는 코즈믹 호러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기반으로 세계관에 대한 많은 고찰이 이뤄졌다.

국내에서 이슈가 된 대표적인 사례로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크툰'이 있다. 당시 번역에서는 크툴루의 패러디 요소를 생각지 못하고 C'Thun을 쑨으로 번역했는데 이후 크툰으로 정정됐다. 크툰 이후에도 요그소토스를 패러디한 '요그사론' 이 등장하는 등 크툴루 신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였다.


최초로 등장한 고대신 '크툰' = Wow 위키

이후 대놓고 크툴루 신화를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벽 속의 쥐'와 유사한 스토리를 가진 다키스트 던전이 한창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다키스트 던전은 꿈도 희망도 없는 크툴루 세계관을 정신력과 사망 요소 등으로 적절히 살리면서 대박 인디게임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플레이어의 실력과는 별개로 발생하는 다양한 확률 요소 탓에 체계적으로 쌓아온 전략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등 단순 '점프 스케어'로 공포 요소를 살리던 호러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방면으로 공포를 맛보게 해줬다.


크툴루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한 다키스트 던전 = 다키스트 던전 스팀 공식 페이지

이외에도 콜 오브 크툴루와 엘더사인 등이 크툴루 신화를 테마로 제작됐다.

한편, 크툴루 신화의 '공포'는 보드게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코리아보드게임즈가 발매하는 '아컴호러'와 '엘드리치호러', '아컴호러 카드게임', '광기의 저택' 등은 크툴루 신화를 기반으로 한 테마 게임으로 끊임없이 열리는 차원문에서 고대의 존재들이 나타나 멸망하기 전에 단서를 모아 세계 혹은 아컴 시티를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선 다키스트 던전과 마찬가지로 주사위의 결과, 뽑힌 카드에 따라 게임의 상황이 급변하는 특징이 있어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보드게임이다. 크툴루 신화의 여러 고대 존재가 보스로 등장하는 만큼 몰입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추가적으로 엘드리치 호러 확장과 광기의 저택 확장이 발매와 동시에 품절됐고, 아컴호러 신판과 아컴호러 카드게임 확장이 출시 예정인 만큼 크툴루 테마에 대한 국내 게이머의 관심이 커졌고, 테마 자체도 익숙해진 셈이다.  보드엠의 '크툴루:죽음마저 죽으리' 보드게임 역시 크툴루를 기반으로 한 테마 게임으로 발매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보드게임 광기의 저택은 앱과 연동해서 즐기는 크툴루 테마의 게임이다. = 게임조선 촬영

이처럼 여러 부문에서 의외의 인기를 보여주는 크툴루 신화는 게임으로 재해석했을 때 여러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크툴루 신화 자체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와 파멸로 치닫는 마무리 탓에 장편으로 진행할 필요 없이 짧고 굵게 스토리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그마한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테마로 할 수도 있고, 전세계를 떠돌며 열리는 차원문을 닫는 등 임팩트 있는 스토리를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다.

게임의 '수치화'와도 관계가 제법 잘 맞아떨어진다.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은 일방적인 묘사로 끝내야 하지만, 게임은 성공, 실패 확률이나 체력, 정신력 등을 수치화해 게임에 계속 변화되는 상황을 만들어 흥미진진한 요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크툴루 신화를 메인으로 한 게임은 대부분 확률뿐 아니라 '정신력'이라는 타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끔찍한 소재가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정신력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알아갈수록 이상현상이 발생하는 수치로 정신이상(insanity)으로 표현된다. 일반적인 게임이 체력이 다하며 게임오버가 나는 경우가 많지만, 크툴루 테마는 정신력 요소가 다하면 미쳐버려 또 다른 의미로 게임오버를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스트레스가 100에 도달 시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정신이상이 발생하고, 광기의 저택에서는 정신이상에 걸리면 혼자서 정신 나간 승리조건으로 변경되는 등 게임의 변주를 주는 요소로 재발견됐다.


크툴루 하면 정신력, 정신이상이 필수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다키스트 던전 위키

게임 외적으로 봤을 때에도 장점이 있다. 크툴루 신화의 판권의 일부가 소유권 없이 공공재로 되돌아가면서 저작권 요소가 있는 일부 소설을 제외하면 로열티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크툴루 신화는 다른 신화나 역사에서 볼 수 없는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는 인간의 군상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테마인데, 로열티 걱정까지 없다는 것은 여러모로 제작사 입장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본격적인 크툴루 테마와는 다르게, 크툴루 신화의 고대 존재를 단순 참전시키는 게임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신과 악마가 등장하는 여신전생 시리즈와 페르소나 등에서는 악마로써 등장하기도 하며, 일부 캐릭터 RPG 등에서는 원작과는 개연성 없는 미소녀로 등장하기도 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유저 간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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